배우 홍수현이 ‘빨간풍선’을 끝마친 소감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는 TV조선 ‘빨강풍선’ 종영을 앞두고 배우 홍수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빨간풍선’은 우리 모두가 시달리는 상대적 박탈감, 그 배 아픈 욕망의 목마름, 그 목마름을 달래려 몸부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중 잘나가는 보석 디자이너 한바다 역을 맡은 홍수현은 “저도 기대한 드라만데 재밌게 봐주시고 바다에게 응원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저도 찍으면서 재밌고 많이 배울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고 작품을 떠나보내는 소회를 밝혔다.
이번 작품을 통해 홍수현은 처음으로 단발머리에 도전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단발은 제 생각이었다. 조은강 역의 서지혜 배우는 그대로 긴 머리카락으로 간다고 해서 바다는 차별화 둬서 머리칽이 짧으면 좋겠다 싶어서 대본 리딩 때 머리를 자르고 갔다”며 “주변 지인분들도 저를 잘 못 알아보시고 ‘아예 다른 사람 같다’는 얘기도 하셨다. ‘홍수현이 머리 잘랐네’보다는 ‘너였어? 다른 사람 같다’는 말이 더 좋더라. 맨날 가던 헬스장이나 샵에서도 못 알아보는 걸 보고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한바다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유학까지 다녀온 금수저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작품이 전개되면서 아버지를 잃고 사업부도가 나고 남편 고차원(이상우 분)과 친구 조은강(서지혜 분)이 불륜을 저지르는 등 갖은 시련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홍수현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을 묻자 “너무 재미있었다. 바다라는 캐릭터가 단순히 부잣집 금수저가 아니라 아버지가 결혼식날 돌아가시고, 사업이 망하고, 큰 사건을 겪는다. 내면과 외면이 조금 다른 인물이라는 걸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캐릭터에 대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홍수현은 한바다 캐릭터에 어떻게 몰입하고 구축해 나갔을까. 그는 “금수저라는 캐릭터는 겉모습으로 최대한 표현하려 했다. 아픈 과거, 아버지 빚. 아픈 엄마와 같은 힘든 것들은 연기 감정을 통해서 최대한 표현해내려고 했다. 단순히 내 친구, 내 남편이 불륜 저질렀다고 분노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랬다는 것에 대한 슬픔을 가미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을 얻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겉모습만 보면 ‘쟤는 금수저다’하고 얄밉게 느껴질 수 있지 않나. 그래서 바다가 겪은 슬픔들을 조금씩 담아서 연기했다. 예를 들어 18회에서 은강이한테 커피 마시라고 하는 장면에서도 수면제를 탄 것처럼 연기를 했지 않나. 그냥 ‘마셔봐’가 아니라 슬프지만 너를 테스트 해보겠다는 느낌으로 연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5회에서 고차원과 조은강의 불륜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한바다가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은 대사만 A4용지 6장 분량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홍수현은 “워낙 기니까 작가님이랑 따로 그 신을 읽어봤다. 쉽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사실 혼자 연습할때는 괜찮겠지 하면서도 마음 속 무의식에서는 ‘괜찮을까?’하는 염려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 당일이 되니까 술술 잘 나오더라.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감정이 몰입돼서 한 번에 오케이 되고 감독님도 박수 쳐주셨다. 처음에 대본이 페이지로 28페이지였다. 선배님들도 ‘괜찮아?’하고 엄청 염려해 주셨다. 엄마 역할인 이상숙 선생님도 신경 써주셨는데, 선배님들이 신경써주셔서 잘 된 것 같다. 저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집에서도 혼자 연습도 꾸준히 했기때문에 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 덕일까, ‘빨간풍선’은 첫방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마지막회는 11.6%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홍수현은 “이전도 시청률을 예상했냐”고 묻자 “예상했다. 아마 다들 예상 하셨 을거다. 워낙 대본이 재밌어서 잘 나올거라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빨간풍선’은 단순히 불륜을 저지르고 복수를 하는게 아니라, 은강이가 어려운 집안에 흙수저로 태어나 바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고차원을 좋아한 것도 있겠지만 바다의 것을 뺏고 싶은 심리를 표현 하고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해서 남의 것을 뺏으면 안 된다. 이런저런 메시지가 많았던 점이 차별화 됐던 것 같다”고 ‘빨간풍선’만의 인기 비결을 전했다.
‘빨간풍선’을 떠나보낸 홍수현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당분간은 쉴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실 작년 말부터 ‘빨간풍선’을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였다. 이제는 ‘새로운 작품이 들어온다면 또 열심히 하자’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활동 원동력을 묻자 “우선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제 스스로 연기가 확장되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연기가 는 거다. 계속 확장시켜서 시청자들한테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기고 싶다는 마음들이 원동력인 것 같다. 단순히 ‘연기 잘한다’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빨간풍선’ 촬영 막바지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는 홍수현은 “‘얼마 안 남았다’, ‘내일모레 죽는다는 심정으로 하자’고 생각했다. 나중엔 몸이 힘드니까 ‘이게 끝나면 또 에너지를 쏟을 때까지 한참 있어야 할텐데 다 쏟자’는 생각을 했다”며 “연기가 확장된다는 건 작품이 끝나고 매듭 지어야지 느껴지는 거라서 촬영할 때는 ‘열심히 하자, 죽기 살기로 하자’는 심정밖에 없다”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저는 단순하게 좋은 배우로 남고싶다. 홍수현으로서는 행복하게 살고 싶고, 배우로서는 작품을 하면서 더 성숙해지고 성장해서 좋은 연기들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욕심이 많다. 계속 성장해 나가는 배우가 됐으면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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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N엔터테인먼트, TV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