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소라가 ‘남이 될 수 있을까’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배우 강소라’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는 ENA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 주연 배우 강소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23일 종영한 ENA, 지니TV오리지널 '남이 될 수 있을까'는 이혼은 쉽고 이별은 어려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사랑과 인생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다.
이날 강소라는 ‘남될까’ 종영 소감에 대해 “마지막 촬영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마냥 좋을 줄만 알았는데, 종영을 하고 나니 너무 아쉽다”라며 “그만큼 촬영하는 동안 행복했고, 배우분들과 너무 친해졌다. 연기를 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배우들과 중간중간 수다 떠는 시간이 좋았었는데 아쉽다”라고 전했다.
극중 이혼 전문 변호사 ‘오하라’ 역을 맡아 열연한 가운데 강소라는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도 조들호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보좌하는 역할이다 보니 법정에 메인으로 서거나 의뢰인을 대면해 상담을 하는 장면이 없었다”라며 “이번 ‘남될까’에서는 그때 못 채웠던 부분을 채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라고 전했다.
소송의 여신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방황하는 ‘오하라’ 캐릭터에 대해 “극 중 캐릭터 중 감정 기복이 가장 많았던 캐릭터다. 의뢰인 앞에서는 전문가가 됐다가, 은범(장승조 역) 앞에서는 좋았다가, 좌절했다가를 반복한다. 이처럼 하라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감정선을 잘 이끌어갈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라며 연기적 고민을 전했다.

이어 “사실 제가 지금까지는 주로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하지만 하라는 강하기도 하지만 여린 부분도 많이 있다”라며 “이런 부분을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다 보니, 이에 대한 우려가 다소 있었다. 감정을 잘 숨기려고 하지만 들켜야 했고, 이 안에서 하라의 귀여움을 보여줬으면 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하라’와 강소라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강소라는 “반반인 것 같다. 솔직하고, 공감을 잘하는 점은 닮았지만 하라는 저보다 더 용기 있는 인물”이라며 극중 은범에게 재결합을 제안하며 ‘나 시원하게 차이고, 마음을 완벽하게 접겠다’라고 하는데, 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라는 교수인 아빠와 헌신적인 엄마 밑에서 자라 은범과의 이혼 전까지는 결핍이 없이 자란 인물이다. 누군가에게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홍여래(길해연 분)와 강비취(조은지 분)에게 어리광도 부리곤 한다. 저는 그게 어려운 사람이고, 조금 더 성숙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남될까’는 강소라가 6년 만에 복귀한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복귀작으로 ‘남될까’를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작품을 보면 완벽하게 멋지거나 완벽하게 나쁜 캐릭터가 없다. 어쩔 땐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다가도, 응원하고 싶은 인물들이다. 어떤 배우가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채워질 여지가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다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소한 생활적인 측면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대본 외에 생각하고 내가 채워넣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 해보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하라는 전남편 구은범과 이별을 택했지만, 헤어지는 중인 현실 엔딩으로 극을 마쳤다. 이에 강소라는 “시청자 입장으로 아쉬운 결말이긴 하다. 둘 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며 “사실 작품 제목을 보면서부터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고 예상했었다. 하라와 은범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도 보면, 두 사람의 결별은 필요했던 것 같다. 드라마 전체적으로 맞는 엔딩 같다”라고 평했다.

그는 ‘이혼’을 결정한 두 사람의 마음에도 공감을 표했다. “은범이가 재결합 전에는 털어놓지 못한 아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하라와 재결합을 한 후 ‘끊어질 수 없는 존재가 생긴다는 게 두렵다’라고 털어놓은 장면이 있다”라며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이상, 자녀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이로 인해 부부가 충분히 이혼을 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강소라는 ‘남될까’ 촬영 후 느낀 점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라며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바꿀 수 있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는게 참 자만인 것 같다. 나도 나를 완벽히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못하지 않나.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상대방을 완전히 감쌀 수 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평생이 걸려도 완성할 수 없는 힘든 문제”라고 털어놨다.
종영 소감부터 끈끈했던 배우들과의 호흡을 언급한 강소라는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너무 좋았다. 사실 배우들끼리 서로 연기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서스럼 없이 그런 이야기가 잘 나와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라며 “최근 종방연도 했고, 끝나고 나서도 배우들과 친하게 지낸다. 사실 작품 촬영 후 이렇게 사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 건 이번이 처음 같다. 타이밍도 그렇고, 서로 성향도 너무 잘 맞는다. 은지 언니의 독립 영화도 곧 개봉하는데, 그것도 함께 볼 것”이라며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이어 “배우들과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된 덕에 애드리브로 살린 부분들이 더러 있었다”라며 “예를 들어 하라가 사무실 탕비실에서 귤을 먹다 남기고 나가면 은범이 이를 치운다든지, 재결합 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가 분위기를 차리지 않고 족발에 소주를 먹는 것 등. 10년 열애, 2년 결혼 후 이혼한 두 사람의 모습과 습관을 자연스럽게 살리기 위해 나왔던 아이디어가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성장을 그리며 3040세대들의 현실 로맨스를 다뤘다는 호평을 받은 ‘남될까’는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다만 호평과는 달리 화제성에 있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강소라는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긴 했겠지만, 시청률이 계속 상향세긴 하더라. 적어도 시청을 시작한 분들은 끝까지 봐주시는구나 싶어서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실 12부작이면 정주행하기도 부담 없는 분량이지 않나. 요즘은 또 언제든 다시 보기를 할 수 있으니, 아직 (흥행 가능성이) 100%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남될까’는 막연하게 예쁘고 아름답고, 완벽한 주인공들이 나오는 작품은 아니다. 현실과 정말 닮아 있는 작품이다. 많은 공감을 하고 싶다면 보셔도 좋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라며 잠재적 시청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보냈다.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으로 데뷔한 강소라는 영화 ‘써니’, ‘파파로티’, ‘해치지않아’, 드라마 ‘미생’, ‘닥터 이방인’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써니’의 터프한 여고생 리더 ‘하춘화’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미생’에서 괴물급 인턴 ‘안영이’역을 맡아 분하는 등, 대체로 똑 부러지고 당찬 캐릭터를 도맡아왔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생각에 강소라는 “배우라는 건 자기만족도 있고 행복도 있지만, 관객들이 봐주셔야 의미가 있다. 배우는 결국 시청자를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다 보니, 보는 분들이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면 안 된다”라며 “개인적으로는 ‘남될까’의 ‘오하라’는 혼자서도 잘 살 것 같은 춘화보다는 약간 손이 더 갈 것 같은 인물이기에 이번엔 조금 다른 결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이런 낯선 부분을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처음 시작과는 많이 다른 역할도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택할 때도 내가 이미 잘하는 부분과, 해냈을 때 잘 해낼 것 같은 부분, 그리고 확신은 없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부분을 수치로 매겨본다. 이 세 가지가 적절히 충족되었을 때 출연을 결심하는데, ‘남될까’의 ‘오하라’는 이 부분이 딱 맞아떨어졌다”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강소라가 다음 대중들에게 보여주고픈 작품 속 모습은 무엇일까.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가 느끼는 양가감정이 재밌었다. 그전에는 ‘사랑해’, ‘싫어해’ 같이 단순했다면, 이번엔 미안하지만 뻔뻔하고, 사랑하지만 미워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을 표현하는 게 힘들지만 재밌기도 했어서, 다시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캐릭터의 직업이 인물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문직 완성형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사’자 역할을 꽤 많이 했는데, 형사를 안 해봤다. 스스로도 ‘나 조만간 형사 하겠는데?’했는데, 아직 제안이 안 들어왔다”라며 “이외에도 웹툰 만화가, 디자이너 등 다양하게 도전해 보고 싶다. ‘빅뱅이론’을 재밌게 봤는데, 그 작품 캐릭터처럼 너드 같은 역할도 좋다”고 전했다.
어느덧 ‘데뷔 14년차’를 맞이한 강소라는 “제가 일하는 업계에는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 너무 많다. 그런 (대단한) 연기를 보고 있으면 스스로가 작아 보이기도 한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럴때마다 ‘나는 괜찮아’하고 주문을 외워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 대단한 분들 사이에서 버티려면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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