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감추거나 속이려면 알 수가 없어요. 범죄 기록 조회하지 않고서야. 학교 폭력은 대학교만 졸업해도 생활기록부에서도 지워지더라고요".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이 출연자 섭외 과정에서 '검증' 여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MBN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은 유력 우승후보인 출연자 황영웅의 폭행 전과가 뒤늦게 드러났다. 또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은 출연자 A씨가 여자친구를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해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돼 구속까지 됐다. 이로 인해 출연자들의 과거 및 인성에 대한 검증의 중요성이 시청자와 네티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연예계 및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출연자 검증 과정은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우 다르게 진행된다. 통상적으로 연예인 출연자들의 경우엔 소속 매니지먼트사가 있는 만큼 매니저나 소속사에 일임하는 경우가 지배적이라고. '믿고 맡긴다'는 성격이 강한 셈이다.
출연 계약 과정에서 출연자 측의 과실로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길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는 등 후속 절차도 마련돼 있다. 대신 소속사 차원의 검증 과정이 강화됐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나 아역 배우 같이 어린 친구들의 경우 가능한 경우 생활기록부를 보려고 한다. 성적이나 자세한 내용은 보지도 않는다. 학교폭력 여부를 중점적으로 본다. 요즘 어린 친구들의 경우 SNS 분위기도 자세히 살피는 편이다"라고 했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경우 소속사나 신뢰가 형성된 매니저 등의 중간 매개자가 없다 보니 각종 서류를 통한 증빙이 수반된다. 재직증명서, 졸업증명서 등은 기본적이다. 최근에는 범죄 기록을 확인하는 범죄경력회보서, 학교 폭력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생활기록부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그러나 제작 일선에 있는 방송 관계자들은 "완벽한 검증은 있을 수 없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지상파 소속의 예능 PD는 OSEN에 "방송국이 사법기관도 아니고 제작진이라고 해서 출연자들의 과거를 수사하듯이 들여다볼 수는 없지 않나. 연예인이 됐든, 일반인이 됐든 출연자들에 관한 현재 정보들의 경우 학력이나, 직장 같은 곳들은 학력 증명서, 재직 증명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는 있겠으나 남여 관계 같은 '사생활'에 관한 영역은 솔직히 검증하기 어렵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무엇보다 모든 증명에도 결국엔 한계가 있다. 최근 연일 논란이 되는 학교폭력들의 경우 시간이 지나 삭제되는 경우가 많다. 현행 학폭위 조치에 따르면 1호(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부터 2호(피해 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호(학교에서의 봉사)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된다. 4호(사회봉사), 5호(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는 졸업 후 2년 동안 기록되지만 심의를 거쳐 졸업과 함께 삭제할 수 있다. 8호(전학)는 심의 대상까지는 되지 않으나 역시 졸업 후 2년이 지나면 삭제된다. 삭제되지 않는 건 9호(퇴학) 조치 뿐이다.
결국 중학교 시절 학폭위 조치를 당해도 퇴학이 아니고서는 고등학교 졸업 전에 삭제되고, 고등학교 시절 학폭위 조치를 당해도 대학교 졸업 전에 기록이 지워진다. 연예인, 일반인 출연자를 막론하고 대학교 졸업 후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엔 검증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연예계 관계자는 "삭제된 내용까지 확인하기는 힘들다. 작정하고 말하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계약자에 대한 신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예계 홍보 관계자는 "출연자들 중에 지나친 검증절차에 반감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반인 출연자들의 경우 학교폭력, 범죄 전과 여부를 증명하는 각종 서류들을 확보하려는 제작진의 요구에 반발하며 출연을 거부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경우 연예인과 달리 섭외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그 검증을 요구하는 것도 한층 더 어렵다"라고 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소속사에 믿고 맡기고, 출연자들에게 손해배상을 받는다고 해도 드라마가 됐든, 예능이 됐든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출연자 하차, 교체 그로 인한 분량 삭제나 편집 등의 조치는 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방송이 됐든 OTT 스트리밍, VOD가 됐든 한번 내보낸 뒤에 수정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공개는 안했지만 제작 과정에 문제가 터져서 캐스팅을 바꾼다거나, 재촬영을 하는 것도 문제다. 뭐가 됐든 시간과 돈, 열정이 곱절로 들어간다. 마땅한 방법이 없어 문제가 터진 뒤 수습하는 사후 처리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애초에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N,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