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가 보여준 삶에 대한 애착(종합)[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3.10 11: 45

 “다녀오겠습니다.” 규슈의 작은 마을에 사는 여고생 스즈메는 등교를 하던 중 폐허를 찾는 남자 소타를 만난다. 잘생기고 훤칠한 그의 외모보다 “혹시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유발한 그로 인해 스즈메는 지각을 불사하고 그의 뒤를 따라간다.
소타를 쫓다가 출입금지구역으로 들어간 스즈메는 산 속 폐건물에서 낡은 문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해 그것을 열어젖힌다. 이후 용처럼 크고 검붉은 연기가 하늘로 향하며 마을은 지진에 닥칠 위기에 놓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도와 낡은 문을 닫고 잠그는 데 성공하지만, 고양이의 마술에 걸린 소타는 다리 하나가 부러진 의자에 갇힌다.(※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 수입제공 미디어캐슬, 공동제공 로커스, 배급 쇼박스)은 고등학교 2학년 스즈메가 폐허의 문을 찾는 대학생 소타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이들이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 등 일본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여정을 담은 것.

스즈메는 도쿄를 지나 결국 12여년 전 자신의 어머니를 떠나보냈던 고향으로 향한다.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거듭하면서 결국 궁극의 빌런을 맞닥뜨리고, 자신의 상처를 청산해야 할 순간을 마주하려는 것. 그곳에서 그녀는 엄마를 잃었던 어린 날의 자신과 마주하고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트라우마를 치유한다.
마음을 맑게 해주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새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에서 ‘너의 이름은.’(2017) ‘날씨의 아이’(2019)에 이어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자연 풍광과 따뜻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또 한 번 흡인력을 과시하며 트리플 천만을 기록한 셈이다.
사실 홍수, 지진, 화산 폭발, 화재 등 재해가 우리에게 언제든지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상상한 대재난이 단순히 만화 속 상상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예상하기 어려운 위기 안에서도 기지를 발휘하고, 자신을 기꺼이 희생해 타인을 구하고자 하는 스즈메와 소타의 영웅정신 덕분에 삶의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절망을 생생하게 응시하는 일로 희망의 빛을 길어올린다. 이는 영화가 일본 전역을 넘어 전세계인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생존의 서사를 안긴 비결이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3월 8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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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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