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스캔들’ 오의식 “무명기간 조급함 NO…동료들 있어 행복” [인터뷰 종합]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3.03.06 10: 11

배우 오의식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와 연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는 배우 오의식의 드라마 ‘일타 스캔들’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5일 종영한 tvN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1번지를 무대로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분)과 고2 딸(조카)을 둔 국가대표 출신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전도연 분)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과 부모들의 이야기도 풀어내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오의식은 인기리에 종영한 ‘일타 스캔들’에 대해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많은 시청자분들이 응원하고 사랑해주신게 느껴지고 있어 감사하게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장도 너무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라며 “내심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길래 ‘이렇게 좋은 현장이면 결과가 좋던데’하고 개인적으로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사랑해 주실거라고는 예상 하지 못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에 대해 “크게 실감하는 건 없는 것 같다”면서도 “예전에는 지인분들이 ‘요즘에 너 작품하는 거 있어?’라고 연락을 해주셨다면, 최근에는 ‘일타 스캔들 재밌더라’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 그때 작품을 많이 보고 계시는구나, 하고 실감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오의식이 생각하는 작품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각자 배우들이 맡은 역할을 입체적으로 잘 연기해주어서 일 것 같다”라며 “작가님의 좋은 글, 배우의 모든 것을 펼쳐낼 수 있게 운동장을 만들어준 감독님의 연출력, 행선이네 가족을 사랑스럽게 봐주신 시청자들의 마음도 있지 않을까. 또한 로맨스, 스릴러 등 다양한 이야기와 볼거리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라고 분석했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오의식은 이후 ‘하이 바이 마마’, ‘아는 와이프’ 등 양희승 작가와의 호흡을 이어왔다. 이후 ‘일타 스캔들’까지 인연을 이어온 오의식은 양 작가의 ‘페르소나’로 꼽히기도 하는데. 이에 그는 “데뷔때부터 감사함이 있는 관계다. 계속 작품에 불러주시니 감사히 생각하고, 믿고 맡겨주시는 만큼 부담감도 공조하는 것 같다”라며 “한 사람만의 의견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에도 불러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오의식은 극중 남행선의 삼촌이자 경미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남재우 역으로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해당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에 대해 “제일 핵심적인 질문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라며 “처음 대본을 받으면서도 많은 부담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 스스로는 열심히 준비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캐릭터 연기를 위해 각종 자료를 찾아봤다는 그는 우연치 않게 발달 장애인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회사와 연락이 닿게 됐다. “회사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희 직원들과 업무를 함께 해보실래요?’하고 권해주셨고, 제 캐릭터 연기에 대한 정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승낙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출근 전까지만 해도 사실 제가 발달 장애인 분들을 옆에서 많이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저는 그저 갓 업무에 투입된 신입 사원이었고, 선배들은 그냥 평범한 직원들이었다. 오히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사실 재우라는 캐릭터는 지금까지 작품에서 접했던 아스퍼거 증후군 캐릭터와는 다른 지점이 좀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라, 연기하기에 더 어려운 점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회사에서 함께 일을 하다보니, 재우 캐릭터의 연기에는 정답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물론, 외적으로는 말투나 습관 같은 것들을 참고해 연기에 차용한 것은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회사 슬로건이 ‘자신만의 속도로 만듭니다’였는데, 그때 장애인 캐릭터 연기에 대한 고민이 아닌, ‘남재우’만의 속도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을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의외의 연기 후유증도 남았다고 고백했다. 오의식은 “재우를 그리면서 외적으로 두드러지는 특징적인 부분을 오랜 시간 관찰했었다. 특히 손이나 시선을 많이 신경썼는데, 최근 차기작 촬영을 시작했는데 상대배우의 눈을 못쳐다보겠더라”라고 고백했다. 이어 “몇개월을 재우로 살다보니까 그런 것 같았다. 눈을 보면서 내 마음을 이야기하는게 어색해서 스스로도 너무 놀랐다”라며 “‘일타 스캔들’을 촬영할때는 몰랐는데, 다른 현장에 가니 나의 태도가 재우에게 많이 익숙해져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전도연, 정경호, 이봉련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한 촬영장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실제로 배우들끼리 서로 너무 좋아했다. 워낙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가족이라는 관계에 있다보니 그 마음이 정말 커졌다. 그런 모습이 화면에 고스란히 녹아나지 않았나 싶다. 중간에 감독님도 ‘너희 진짜 가족같아 보인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라고 웃었다. 이어 “반찬가게 촬영지가 청주에 있다보니, 2~3일 씩은 무조건 배우들과 함께 있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함께하는 순간들이 어쩔 수 없이 늘어났고, 추억이 쌓이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도 더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도연과의 호흡에 대해 “촬영 내내 단 한 번도 촬영 전에 미리 맞춰 본적이 없다. 전도연 선배님이 작품 촬영 내내 정말 행선이로 살아가셨기 때문”이라며 “선배님이 하는 대사와 해이와 재우를 보는 눈빛 등이 가족이라는 케미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이게 전도연의 힘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선배님이 연기에 대한 조언 등 따로 말씀을 해주신 게 단 한번도 없음에도 선배님의 태도와 연기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라고 극찬했다.
실제 동갑이라는 정경호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경호와는 다른 드라마에서도 한 번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때부터 느낀 것이 경호는 배우로서 연기를 잘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주연 배우로서 현장에 임하는 자세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멋진 친구다. 실제로는 정말 친한 친구지만, 그런 지점에 있어서는 배울점이 많은 동료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어 “함께 매 장면을 촬영할때마다 너무 즐거웠다. 또 서로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믿음이 있어 시도해볼 수 있는 장면이나 지점이 많았다. 내가 어떤 동선을 해도, 어떤 대사를 쳐도 장면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이봉련(김영주 역)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사실 저희는 대학로 데뷔 동기로 함께한 시간이 오래됐다”라며 “둘다 연기 전공자도 아니고, 뒤늦게 대학로에 뛰어들어왔다. 저는 제주도에서, 봉련씨는 대구에서 상경했다. 우리 둘다 외롭고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을 함께한 오누이 같은 사이”라고 설명했다. 오의식은 “드라마 작업은 한 번도 함께 하지 못했는데, 이번 ‘일타 스캔들’로 호흡을 맞추게 되니 참 감격스럽더라”라며 “서로 연기에 대한 조언과 경험을 공유했고, 재우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현장에서 고민이 많았을때도 누나가 용기를 많이 주셨다”라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2013년 브라운관에 데뷔한 오의식은 ‘구르미 그린 달빛’, ‘역도요정 김복주’, ‘투깝스’, 영화 ‘공조’등 여러 흥행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내공을 다졌다. 하지만 오의식의 ‘연기 생활’은 사실상 2006년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부터 시작됐고, 대중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까지는 다소 긴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오의식은 “사실 유명세에 대한 조바심과 집착은 없었다”라며 “저는 무대가 되었건, 방송이 되었건, 어딘가에서 늘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힘든 시간이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좋은 작품을 만나 배우로서 빛을 발하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참 중요하다. 그리고 그 순간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가 도움이 되는데, 제 옆에는 ‘이럴때일 수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해주는 좋은 동료들이 많아서 힘들지 않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조금 더 오래걸릴 수도 있고, 저만의 속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함께 하는 동료들이 좋기 때문에 걸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 또 오래 걷다보면 다리도 튼튼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간 각종 드라마 촬영과 동시에 연극, 뮤지컬 등을 병행해오며 꽉찬 연기 생활을 이어왔다. 이에 오의식은 “생각보다 드라마 스케줄은 한 작품이 끝나면 여유가 있어서 힘들지는 않다. 그 중간 중간 공연을 계속해왔는데, 동료 배우들이 ‘쉴때 쉬어야 하지 않냐’, ‘휴식이 필요한 것 아니냐’ 등 조언을 많이 해주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도 ‘왜 나는 공연을 못 놓지?’하고 생각해봤는데, 저에겐 그게 휴식이더라”라며 “사랑하는 동료들과 연습실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창작을 하고,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게 저에겐 휴식이다. 다만, 체력 시간적으로 힘들지 않냐는건 부정할 수 없다. 연극과 작품을 병행하면 열가지 중에 아홉가지가 힘들다. 하지만 그 한 가지가 나머지를 이긴다. 정확히 그 요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해주시는 팬분들을 만나면 위로와 충전이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연극과 작품은 계속 병행해나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근에는 스케줄에 피해를 줄 정도로 일정을 잡아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저를 기다려주시는 스태프, 동료분들에게 피해를 가지 않게 하는 것이 저의 몫이지 않나. 그래서 (연극 활동의) 빈도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살아있음을 느끼고 더 좋은 연기의 자양분이 되는 연극은 계속해나갈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일타 스캔들’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2023년을 시작했는데, 역시 즐거운 사람과 함께 하는 작업은 좋은 결과를 맞이하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좋은 영향을 받았다”라고 운을 떼며 “‘나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게 됐는데, 이후 나 역시 만나게 될 작품에서 ‘오의식은 함께 작업하면 행복한 배우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이제 마흔이 되고, ‘살아가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하는 과정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결과물이 좋아도 과정에서 내가 불행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 환경과 좋은 사람을 더욱 선택하게 된다. 이걸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다. ‘좋은 결과’만을 목표로 향해 뛰어가다보니 챙겨야 할 것을 많이 놓쳤던 것 같다”라며 “더 오랜 시간이 걸려 빛을 보게 되더라도, 사람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저라는 사람에게 더 맞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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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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