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일타스캔들'까지 애청자들을 실망시키는 전개와 결말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데, 과거에도 이에 못지 않은 작품들이 있었다. 천하의 김은숙 작가까지 시청자들한테 뒤늦게 사과했던 '파리의 연인'부터 최근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때린 드라마들을 살펴봤다.
-SBS '파리의 연인'(2004)
까칠한 재벌 2세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을 담은 로코 드라마로, 박신양과 김정은이 주연을 맡아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지금의 스타 작가 김은숙을 있게 한 드라마이자 '시크릿 가든', '도깨비', '태양의 후예'를 뛰어넘는 화제성을 자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익숙한 클리셰 설정과 출생의 비밀,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도 전국의 시청자들이 열광했지만, 결말만큼은 외면 당했다. 무려 시청률 50%를 넘기면서 결말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지금껏 모든 전개가 여주인공이 쓴 소설의 내용이라며, 일명 '아 XX 꿈'이라는 레전드 짤을 만들었다.
20년에 지나도 '파리의 연인'은 역대급 황당한 드라마 순위에 항상 오르고 있으며, 김은숙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결말에 대해 아직도 반성하고 있다"며 "시청자가 못 받아들였다면 그건 나쁜 대본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MBC '지붕 뚫고 하이킥'(2010)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PD의 하이킥 시리즈 2탄 '지붕킥'은 서울로 상경한 두 자매가 순재네 집 식모로 입주하게 되면서 이 집 식구들과 벌이는 유쾌한 코미디를 그린다. 청춘스타 신세경, 황정음, 최다니엘, 윤시윤을 비롯해 대선배 이순재, 김자옥, 정보석, 오현경까지 신구 조합으로 다양한 연령층을 사로잡았다.
특히 아역스타 진지희와 서신애의 호흡은 유행어 '빵꾸똥꾸'를 만들었고, 매회 기발한 에피소드와 가난한 자와 부자의 보이지 않는 신분의 벽을 보여준 블랙 코미디 등은 작품성도 잡았다. 최고 시청률은 24.9%를 기록해 전작 '하이킥'보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회에서 입주도우미 신세경이 짝사랑하던 주인집 아들이자 의사 최다니엘에게 마음을 고백한 뒤, 둘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신세경은 가족들과 해외로 이민을 계획했고, 최다니엘은 여자친구 황정음이 따로 있었던 상황이지만 황당한 사망에 시청자들은 말을 잇지 못했고, 전설의 '카페베네' 광고와 'Cause you're my girl~' OST만 남았다.
몇 년 후, 김병욱 PD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제작발표회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의 결말은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다.

-JTBC 'SKY 캐슬'(2019)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교육열과 사교육 시장의 폐해, 상류층의 민낯을 까발리며 드라마틱한 시청률 상승을 보여줬던 '스카이 캐슬'. 첫 방송 1.7%에서 시작해 마지막 회는 23.8%로 종영해 무려 14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인기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명대사 "쓰앵님",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등을 비롯해 각종 프로그램에서 명장면 패러디가 끊이지 않았다.
'스카이 캐슬'은 후반까지 탄탄한 짜임새와 연출을 자랑했기에 결말도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뻔하디 뻔한 개과천선으로 끝났고, 제대로 된 권선징악도 부족해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너무나 심심하고 허무한 결말에 충격받은 시청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회 재촬영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
김태리와 남주혁 주연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그때 그 시절 1998년,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로맨스를 담았다. 시청률 두 자릿 수를 돌파하며 방영 내내 인기를 얻었다.
10대부터 20대, 그리고 30대까지 남녀의 만남, 사랑, 이별을 때론 현실감 있게, 때론 아름답게 그리면서 큰 지지를 받았는데 결말이 공개되고 의외의 역풍을 맞았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나희도(김태리 분), 백이진(남주혁 분)이 결국 이별했고, 나희도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 아이까지 출산한 것.
물론 드라마 커플이 꼭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일 필요는 없지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백이진의 뉴욕행과 두 사람의 결별까지 모든 과정에서 설득력이 너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1회부터 몰입해 16회까지 챙겨보던 시청자들을 제대로 배신했다는 혹평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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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각 드라마 포스터, '지붕킥'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