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겸 유튜버 침착맨(이말년)이 번아웃을 고백하며 휴방을 선언한 가운데 번아웃을 고백했던 유튜버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5일 침착맨은 공식 팬 커뮤니티 ‘침하하’를 통해 “이번주 목요일부터 3월 통으로 3주 정도 쉽니다. 정확히 말하면 개인방송만 쉬고요. 외부일정은 원래대로 수행해서 그렇게 많이 쉬는 건 아니더라고요”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날 침착맨은 “육체적으로 지치는 건 아닌데 뭔가 정신적으로 오락가락하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요즘 제 행동에 대한 반응이 예상이 안되고 있습니다. 예전엔 대략 제가 생각한 반응과 실제 반응이 비슷했는데요. 언젠가부터 다르더라고요”라고 털어놨다.

그는 “가만히 이야기 듣고 있으면 집중 안하냐고 하고, 몰입해서 이야기하면 화를 낸다고 하고, 궁금해서 물어보면 꼬투리 잡고 이겨먹으려고 한다고 하고, 집중하면 지루해서 졸리냐고 하고, 배려하면 눈치 본다고 하고, 농담하면 무례하다고 하고, 신나면 억텐이라고 하고"라며 "저의 행동이 의도와 다르게 모두에게 그렇게 전달되는 것이면 제 문제 맞겠지요?"라고 털어놨다.
이어 침착맨은 “언제부터인가 기준이 없이 끌려다니는 느낌을 받고요. 그래서 요즘 감정적으로 좀 혼란스럽습니다. 고장난 것 같아요. 이번에 피드백이 직접적인 개인방송을 3주간 쉬면서 자체적으로 점검을 해보려고 합니다"라며 “번아웃이냐 아니냐. 이 상황이 번아웃인지 아닌지는 제가 전문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아니기에 잘 모르겠지만, 감정의 영점이 잡히지 않는 게 번아웃의 증상 중 하나라면 번아웃이 맞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고백했다.
티비 매체와 유튜브, OT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번아웃 현상을 고백한 것으로 보면 침착맨이 처음은 아니다. 웹 예능 ‘문명특급’의 PD이자 MC인 재재는 번아웃으로 인해 휴식기를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했던 재재는 “우리도 4년 동안 안 쉬고 매주 하다 보니 힘들더라. 팀원들 다 같이 '한 달 정도 휴식을 갖고 오자’면서 휴식기를 가졌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번아웃을 고백하며 매주 촬영을 하는 ‘아는 형님’ 멤버들에게 번아웃을 이겨내는 팁을 구하기도.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비하 발언으로 사과문을 올렸던 승우아빠도 “일년 넘게 거의 못쉬면서 일하다 보니까 일정적으로도 스트레스가 많고 부하가 많이 오는것도 맞다”면서 “일도 줄이는게 맞고 심적인 부담을 줄여야 하는것도 지당한 이야기 같습니다. 돈돈거리게 된 것도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늘어나고 제가 부담해야하는 금전적 최소수익이 커지다 보니까 저도 점점 그런부분을 생각하게 됐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특히 승우아빠는 “실제로 이번 방송에서도 어떻게든 억텐을 섞으려고 옷에 잘 맞지도 않는 어줍잖은 개그로 웃기려 하다가 제대로 수습도 못하고 상처받을 말들을 해버렸습니다. 다 부족한 제 탓이라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전했다.

승우아빠의 말에 따르면 채널의 규모가 커지고 직원이 늘면서 스트레스가 쌓였고, 심적인 부담감이 늘어나면서 ‘억지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수습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를 운영하는 유튜버 슈카도 수치로 드러나는 채널 수익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번아웃’이 온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20년 6월 슈카는 “유튜브라는 게 계속 밟아줘야 한다. 구글의 알고리즘한테 ‘나는 이틀에 한번 올려요’라고 보고가 돼 있다. 2일에 1번 올리던 제가 3일에 1번, 4일에 1번 올라면 경고가 날아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슈카는 “CPM(조회수 천회당 벌어들이는 광고수익)가 내려간다든지, 아예 예상 수익이 갑자기 말도 안되게 드라마틱하게 날아가는 등 경고가 온다. 받는 사람들은 몸으로 바로 느낀다. 본인 돈이고, 수치로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밟으라고 하면 쉴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번아웃과 관련해 계속해 고민을 전하던 슈카는 최근에도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번아웃 조심해야한다. 개인적으로 제 일정 정도면, 저는 둔감한 편인데 예민하신 분들은 번아웃이 거의 (왔을 것)”이라며 “매일 뭔가를 올려야하는, 게다가 눈치도 봐야돼. 자료를 만드는 그 시간이 힘드는 게 아니라, 만들기 전에 ‘주제를 잘 뽑을 수 있을까’, ‘재밌는 주제가 있을까’. 시간이 없을 때는 마음이 급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슈카는 “한달을 4주라고 하면, 월요일 4번 중에 3번은 기분이 안좋다. 생방하고 난 다음에 후회가 된다. ‘잘할 수 있었는데, 재미가 없었다. 텐션이 떨어졌다’. 또 (편집본을) 올려야 되잖아. 그나마 월, 화요일은 쓸만한 걸 올리는데, 수요일이나 목요일은 올리기 싫은 것도 올려야한다. 그런 것들이 이게 오죠. 근데 무한반복. 방송도 매주 해야하고, 매일 올려야하고, 영상도 매번 같이 봐야하고, 기본적으로 깔린 것도 있고”라고 덧붙였다.

이에 직원이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거냐”고 묻자 슈카는 “그게 일이니까”라고 답했고, 직원은 “침착맨 님이 기안84 방송에 나가서 번아웃을 고백했다. 기안84님이 영상 수를 줄이라고 했는데, 침착맨 님이 ‘그렇게 못한다. 시험삼아 영상을 줄였더니 조회수가 빠진다’고 했다. 침착맨 님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라며 “예전에 슈카님이 ‘가만히 있으면 뒤로가는 런닝머신’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넘쳐나는 일에 치이며 번아웃이 오지만, 휴식을 취하면 그대로 줄어드는 조회수와 수익이 문제다. 채널이 커지면서 직원을 채용할 경우 이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감과 수익이 줄어드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골칫거리다.
많은 유튜버들이 번아웃과 수익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인기 유튜버들의 번아웃 선언과 함께 휴식기를 갖는 풍경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cykim@osen.co.kr
[사진] OSEN DB, IHQ, 샌드박스네트웍스 제공, JTBC '아는형님' 방송 캡처, 유튜브 '슈카월드', '인생84'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