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이혼’ 트로트 애창하는 조승우가 쫓는 것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3.03.07 10: 35

[OSEN=김재동 객원기자] JTBC가 ‘대행사’ 후속으로 4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유영아 극본, 이재훈 연출)은 강·태경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트로트에 심취한 이혼전문 변호사 신성한(조승우 분)은 전직이 독일 유학파 피아니스트다. 피아노 치던 머리로 뒤늦게 사법고시에 응시, 2년만에 마지막 사시를 통과한 ‘머리 좋은’ 인물이다.
2화까지 드러난 신성한 캐릭터는 발에 열이 많은 듯 보통은 맨발로 다니다 법정에 들어서기 직전에야 주섬주섬 양말을 신는 편이다. 건물주이면서 친구에게 마저 월세 재촉하는 폼이 제법 짠내도 풍긴다. 또 5천만원짜리 관짝만한 스피커로 트로트를 감상하다 종종 이웃의 항의도 받는다. 흥얼거리는 노래가 ‘영영’ ‘테스형’ 등인 걸로 보아 남진보다는 나훈아 취향인 듯하다.

또 다른 취미생활로 수임 사건이 끝날 때마다 사무실 벽에 걸린 테두리만 몽글몽글한 포도송이 그림의 색을 채워 나간다. 그리고 빈 포도알이 두 알만 남았을 때 기상캐스터 출신 유명 DJ 이서진(한혜진 분)이 찾아 온다.
이서진은 외도한 내연남의 성관계 동영상 유출로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다. 4년 진행한 프로그램에서도 잘렸다. 집에서도 쫓겨나 호텔 생활을 하고 있는 처지다. 그렇게 남편(박정표 분)과의 이혼을 진행하면서도 양육권만큼은 가져오길 바란다. 남편의 편집증을 생각할 때 아이를 그에게 남겨둘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적나라한 싸움이 될 것’이란 신성한의 예견처럼 편치 않은 이혼조정을 끌어가던 중 이서진의 아들 현우(장선율 분)마저 스트레스성 발작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신성한은 차라리 양육권을 포기하려던 이서진을 부축하듯 일으켜 소송으로 끌고 가고 법정에서 이서진의 남편이 이서진과 살기를 고집하는 아이에게 엄마의 성관계 동영상을 보여주었다는 자백을 끌어내며 양육자격이 없음을 증명, 승소한다.
이서진 사건마저 승소하며 포도송이를 색칠하는 신성한. 마지막 한 알의 포도만이 남았다. 친구이자 사무장인 장형근(김성균 분)이 술자리에서 물었다. “포도송이 다 채우면 한 판 뜰 거냐?” 신성한이 답했다. “죽일거야.. 그 자식 때문에 우리 주화랑 기영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도대체 교수 타이틀까지 얻었던 피아니스트를 이혼 전문 변호사로 만든 사연은 무엇일지, ‘죽여버릴’ 이는 누군지, 주화랑 기영이는 누구며 어떻게 됐는지 등 물음표가 가득한 신성한의 사연이 시청자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첫 회와 5일 2회 모두 7.3%(비지상파 유료가구)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역대 첫 방송 시청률 1위였던 ‘부부의 세계’ 6.3%보다 1% 웃도는 기록이다.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남궁 민 분)에 이은 또 한 명 사연있는 변호사의 성공적인 등장이다.
장형근과의 술자리를 파하고 얼큰해진 채 귀가하던 길. 길 가에 세워진 버스킹용 피아노 한 대가 신성한의 눈에 든다. 그리고 주저주저 앉은 신성한의 손이 쇼팽 ‘마왕’을 연주한다.
원작의 글을 쓴 강 작가와 그림을 맡은 태경 작가는 6일 연합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혼은 한 사람 인생에서 내린 큰 결정이니 부디 다른 분들도 한낱 가십거리로 소화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혼만큼이나 이혼도 신성하게 다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신성한, 이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첫 에피소드로 유명인의 성관계 동영상 유출이란 자극적인 소재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관계의 마침표를 들여다봄으로써 박살난 꿈이 아닌 새롭게 키워갈 희망들을 조명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피아니스트에서 변호사로 전직한 신성한 역시 그런 에피소드들을 소화해가며 정체모를 적의와 복수심에서 시작한 새 인생의 궤도를 시나브로 틀어갈 지도 모를 일이다.
3회 예고를 통해 신성한 사무실 합류가 예정된 이서진을 비롯, 장형근, 조정식(정문성 분) 등 데생 수준의 주변인물들까지 색을 입어가면 드라마가 한결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기 잘해 ‘갓승우’라고도 불리는 조승우가 이번엔 신성한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해낼 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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