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전소니 '소울메이트' 감독, "내 인생의 한 사람 찾길"[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3.07 18: 49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아, 그 사람이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영화 속에 흐른 감정이 관객의 마음에 스며들길 바란다.”
민용근 감독은 7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내 인생의 단 한 사람을 찾기를 원하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길 원할 거다. 요즘에는 획일화된 관계 속에서 맺고 끊는 게 쉬운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 직접 느끼시길 바란다”라고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 제공 스튜디오앤뉴, 공동제공배급 NEW,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앤드마크 스튜디오, 공동제작 스튜디오앤뉴·키이스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 분)와 하은(전소니 분), 그리고 진우(변우석 분)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2019년 봄에 연출 제안을 받아 각색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 손을 잡고 제주도로 내려간 미소. 부모님의 곁에서 보호받으며 안정적으로 자란 하은. 두 소녀는 첫눈에 서로에게 끌려 세상 절친한 단짝이 된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데 하은은 대입을 위한 공부를, 미소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제적으로 독립한다. 그러다가 하은이에게 첫사랑 진우(변우석 분)가 다가오면서 세 사람의 관계가 어긋나게 된다.
민 감독은 그간 ‘고양이춤’(2015), ‘자전거 도둑’(2014), ‘얼음강’(2012) 등의 단편영화를 연출해왔고 장편은 ‘혜화, 동’(2011) 이후 12년 만의 신작이다.
이달 15일 신작의 극장 개봉을 앞둔 민 감독은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떨린다. 그래도 극장에서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며 “특히 관객들로부터 어떤 피드백이 나올지 궁금하다.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과 개봉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빨리 개봉하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이제 눈앞에서 기다리는 느낌이 되게 좋다”고 설레는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민 감독은 “저는 외적인 부분보다 제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연출하고 싶었다. 처음 이 영화를 제안받았을 때,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보니까, 저보다 여성 감독님이 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원작을 두 번째로 볼 때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게 있었다. (캐릭터들이)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이 사람이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깨닫게 되는 걸 보고 내가 연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연출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밝혔다.
민 감독은 세 가지 다른 버전의 시나리오를 썼었지만 고민 끝에 현재 완성된 영화의 각본을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마지막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었다. 다른 두 버전은 이야기가 지금과 완전히 다르다. 결말도 달랐고. 저는 스토리를 기획할 때 시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 완성된 버전보다 조금 더 앞선 과거도 있었는데 현재 관객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가까운 시점으로 바꾼 거다. 저는 88년생인 미소와 하은의 10대를 보여주기 위해 이 시대(2000년대 초반) 좋겠다 싶어서 세 번째 각색본으로 택했다.”
촬영을 마친 후 김다미, 전소니 등 배우들과 자주 만남을 가졌다는 그는 “촬영 때 서로 하지 못했던 얘기도 나눌 기회가 있었다”며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배우들은 ‘이 영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되게 궁금해한다. 시사를 진행할 때마다 ‘반응이 어떠냐’고 물어보더라. 중간 편집단계에서 보여주긴 했지만 영상과 사운드가 완벽하게 갖춰진 것은 언론시사 때가 처음이었다. 저도 그날 완성본을 두 번째로 봤다”고 밝혔다.
민 감독은 영화 ‘마녀1’(2018), ‘악질경찰’(2019)를 보고 나서 각각 김다미, 전소니를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그는 “캐스팅 제안을 할 때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방송 전이었다. ‘마녀’ 단 한 작품만 본 건데 장르물이긴 하지만 김다미는 선이 굵은 느낌이 들었다. 아기 같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또래보다 생각이 깊고 철이 들었더라”고 함께 하며 느낀 점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다미는 또 얼굴 근육을 잘 쓴다. 본인이 촬영 전 준비하는 게 있겠지만 현장에서 본능적인 감으로 연기하는 것도 좋다”며 “아직 경험이 적지만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생각이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실제 나이보다 생각도 깊더라”고 칭찬했다.
이어 전소니에 대해서는 “‘악질경찰’을 극장에서 봤다. 눈빛에 다양한 이야기가 서려 있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영화적인 얼굴을 가졌다. 영화라는 매체에 너무 잘 어울려서 언젠가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소울메이트’의 시나리오가 완전히 완성이 되고 나서 출연 제안을 했다”고 캐스팅 과정을 회상했다.
김다미와 전소니가 각각 맡은 미소와 하은의 관계에 대해 민용근 감독은 “두 사람이 굉장히 깊은 사이다. 어떻게 보면 평생 단 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하다”고 설명하며 “사실 누구나 그런 관계를 꿈꾸지만, 쉽지 않다. 저는 백 마디의 말보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섬세하게 지켜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미소와 하은이 갖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인물을 설명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가 된 미소와 하은은 상처와 억압 속에서 발견되는 희망과 성장을 이야기한다.
민 감독은 “두 사람을 놓고 우정인가? 사랑인가? 라는 프레임 안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던져주고 그에 맞는 감정을 끼워 넣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원작 소설을 봤을 때도 어떤 단어에 끼워넣을 수 없는 감정의 깊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우정이라는 단어는 어떤 면에서 조금 가볍다. 이 두 사람에게는 ‘평생’이라는 키워드가 적절한 것 같다. 우정이나 사랑 대신 ‘내 인생의 단 한 사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한 사람’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이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맞는다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 각자 있기 마련이다. 친구, 연인, 부부, 부모 등 어떤 관계든 ‘소울메이트’가 성립할 수 있다.”
여성 대 여성의 관계에서 특유의 뭉클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감독은 “저는 여성들의 우정이 과시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조용하고 은근하다고 본다. 오히려 힘이 세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 느낌은 다른 관계에서는 발견하지 못 했다”며 “영화 같은 감정을 여러 번 느끼며 살았는데 특히 이번 촬영장에서 김다미, 전소니를 볼 때 그랬다.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모르겠지만 구석진 곳에서 말하며 웃는 모습이 되게 뭉클했다. 그게 여성들의 우정이 주는 힘인 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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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EW, UAA,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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