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는 가해자들을 지옥 끝까지 끌고갈 돈이 있다"
배우 송혜교의 복수극인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가 딸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인 것은 유명하다.
시작은 실제로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김은숙 작가의 현실이었던 것. 김은숙 작가는 지난해 제작발표회에서 "고2가 되는 딸내미의 학부형인데,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는 늘 가까운 화두였고, 그날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항상 내 걱정은 '나 때문에 우리 딸이 불필요한 관심을 받지 않을까? 다른 오해로 번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 때 딸내미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야?'라고 하더라. 첫 번째 충격이었다"고 밝히며 입담을 과시했다.
이어 "딸이 '근데 엄마는 내가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플 것 같아? 죽도록 맞고 오면 가슴 아플것 같아?'라고 물었다. 그 질문이 두 번째 충격이었다. 너무 지옥이었다"며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이야기들이 확 펼쳐졌고, '아 엄마 작업실 좀..' 하고 컴퓨터를 켰다. 그러면서 시작된 이야기가 '더 글로리'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춘기 딸의 도발 아닌 도발이 엄마를 글 쓰게 했던 것. 이런 김은숙 작가의 손 끝에서 탄생한 '더 글로리'는 복수극이란 장르적 재미는 물론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며 국내를 넘어 사회적 영향력까지 미치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깊게 들려줬다.

지난 8일 진행된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GV에는 그는 제작발표회 당시 언급했던 딸의 질문을 이야기하며 “죽도록 맞고 오는 게 낫겠냐, 죽도록 때리고 오는 게 낫겠냐. ‘더 글로리’를 쓰면서 제 안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죽도록 맞고 오면 해결 방법이 있겠더라. 저한테는 가해자들을 지옥 끝까지 끌고갈 돈이 있다”며 “그래서 차라리 맞고 왔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글로리’에서 동은이는 그렇게 못하지 않냐. 이 세상의 동은이는 그렇지 못하다. 저처럼 돈 있는 부모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런 가정 환경이 없을 거다. 그런 분들을 응원해보고 싶었다. 현실은 너무 반대니까 동은의 복수가 성공하는 쪽으로 많이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부자 엄마'인 김은숙 작가의 뒤집힌 현실 반영이 '더 글로리'란 역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회적 위치와 부 등 외관만 본다면 김은숙 작가는 어쩌면 극 중 딸 예솔을 키우는 박연진(임지연)에 더 가까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복된 김은숙 월드에서 가난한 동은은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이 되고 그를 보호해주지는 못할 망정 배신하는 엄마의 존재는 복수, 혹은 용서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현실과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사명이자 책임감일 수도 있다.
한편,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오늘(10일) 오후 5시, 넷플릭스를 통해 파트2가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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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