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이 너무 섬세해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전소니(32)는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본 덕분에 저절로 인물을 따라가며 연기할 수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나서 든 생각은 제가 이 영화를 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촬영을 완전히 끝냈는데도 감독님, 김다미와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라고 영화에 임하며 느낀 소회를 이같이 전했다.
전소니가 김다미(28)가 출연한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 제공 스튜디오앤뉴, 공동제공배급 NEW,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앤드마크 스튜디오, 공동제작 스튜디오앤뉴·키이스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 분)와 하은(전소니 분), 그리고 진우(변우석 분)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그렸다.
하은을 연기한 전소니는 “저는 완성된 영화를 3번이나 봤는데 마음에 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완성본에 대한 걱정은 안 했다. 감독님과 스태프 모두가 뭔가 하고 있다는 게 체감이 돼서 그랬는지 몰라도 완성할 때까지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만든 입장에서 저 역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완성된 이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소니는 ‘소울메이트’에 캐스팅된 과정에 대해 “예전부터 민용근 감독님의 전작들을 좋아했다. 감독님이 ‘소울메이트’라는 영화를 연출한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한 뒤, 어떤 영화가 나올지 기대했었다. 당시 저는 이 영화의 오디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볼 정도로 제가 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소니는 “이후 감독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제가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안 했었다. 처음 만나고나서 약 9~10개월이 지난 후 감독님이 다시 연락을 주셔서 너무 기뻤다. 처음에 감독님을 만났을 때는 말로는 ‘(출연 확정은) 절대 기대 안 한다’고 말했었지만 사실 너무 하고 싶었다. 감독님이 나중에 늦게 연락한 이유에 대해 ‘확실할 때 얘기하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그 말이 너무 감사해서 촬영 전부터 감독님을 믿고 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소울메이트’는 미소와 하은의 초등학교 시절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그리고 성인이 된 20대 후반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의 고뇌와 변화하는 여성들의 관계를 그렸다.
전소니는 “제가 연기할 인물에 대해 신중한 마음을 갖고 대본을 읽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든 상태로 읽어서 제게 제안해주신 것에 감사했다”며 “민용근 감독님과 ‘소울메이트’를 했던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많은 걸 깨달았다. 모든 시간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 초반 고교 시절을 담은 제주도 촬영분이 좋았다는 그녀는 “아직도 출퇴근 길이 기억에 남아있다. 해가 지고 뜨는 모습을 보면서 촬영장에 갔었다. 제가 대본을 혼자 준비해도 촬영장에 가면 그 공간과 공기가 주는 영향이 크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출근할 때부터 하은과 미소가 가까워지게 해주는 느낌이 있었다”고 장소에 큰 영향을 받아 인물을 만들었다고 했다.
4살 어린 김다미와 이번 영화를 통해 친구처럼 절친한 사이에 됐다는 전소니는 “영화 촬영을 마치고도 절친한 관계가 됐다. 제가 작품을 촬영하며 감독님, 김다미와 각각 1대1로 대화한 적이 많아서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어른들 말씀이 대부분 맞지만 ‘어른이 되면 어릴 때 같은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이 돼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관계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노력해도 마음 같이 안 될 때가 있고,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미소와 하은이 다시 안 보고 싶은 마음을 느끼다가도,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게 우정인 거 같다.”


김다미와 차분한 면이 비슷한 것 같다는 말에 전소니는 “저랑 다미가 비슷한 성격이긴 하지만 좀 다른 게 저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누워있지는 않는다.(웃음) 사부작사부작 뭔가 바쁘게 움직인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한다”고 일상을 돌아봤다. 앞서 김다미는 휴식 시간에 주로 집에서 누워 휴대전화를 보는 게 취미라고 밝혔던 바.
이어 전소니는 “저는 학창시절 ‘땡땡이’를 쳐본 적도 없다. 교칙을 잘 지켰다. 어릴 때 겁이 많았던 아이였는데 그런 점에서 하은이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캐릭터와 비교했다.
그러면서 “관객으로서 이 작품을 기다려 온 스토리였고 항상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며 “사실 제 삶 안에도 어떤 단어로 규정되지 않는 관계가 있다. 가족들 안에도 사랑과 우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거 같다. 마음의 모양과 진하기, 깊이가 다른 거 같다고 느낀다. 사랑이냐, 우정이냐, 어떤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관계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렸다.

‘소울메이트’는 환상이나 꿈이 아닌, 순수한 여성들의 내면이 감지되는 영화다. 파스텔톤의 감각적 색감과 배우들의 순진한 듯한 비주얼이, 정서적으로 관객을 편안하게 몰아간다.
전소니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봤느냐’는 물음에 “매 순간 새로운 내 얼굴을 봤다. 저도 여러 작품을 하다 보니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올지 어느 정도 익숙한 게 있었는데, 이번에 모니터를 하면서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았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나중에는 기뻤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내가 모르는 얼굴이 계속 나올 수 있겠지?’라는 기대가 생겼다.얼굴이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작품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

전소니는 영화적으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비주얼이지만, 강렬한 캐릭터성과 함께 여성 누구나 대입할 만한 보편적 얼굴 또한 갖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이 혼자서 어떤 각오를 하고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어차피 내 손에 있지 않은 것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웃음)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지 느끼게 됐다. 제가 들어보지도 못한 채 지나가는 작품들도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작품 안에서 만나게 된 인연을 신기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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