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동일본 대지진, 내 방향성 바꿔...'영화적' 평가 감사해" ('허지웅쇼')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3.03.09 13: 32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허지웅쇼'에서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에 임한 비화와 한국을 찾은 소감을 털어놨다.
9일 오후 방송된 SBS 라디오 러브 FM '허지웅쇼'에는 신카이 마코토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신카이 마코토는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영화 '초속 5센티미터', '너의 이름은' 등을 만든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특히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한국에서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전까지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하기도 했던 터다. 이와 관련 신카이 마코토는 “젊은 분들 중에는 소설을 안 읽어본 분들도 있을 거다. 제가 쓴 소설이 소설에 대한 입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젊은 분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쓴다”라고 했다. 

특히 허지웅은 신카이 마코토에게 “'너의 이름은' 이후로 ‘재난’이 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재난 3부작’이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연작을 염두하고 만든 것인지, 아니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감독님의 관심사가 변하신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에 신카이 마코토는 “마지막이 정답이다. 12년 전에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다. 그때 한국 분들도 많은 지원을 해주셨고 우리는 크게 감사하고 있다. 저는 도쿄에 있어서 직접 피해를 받지는 않았다. 이후 그때 도호쿠 지방에서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점점 더 많이 알게 됐다. 내 직업이 애니메이션 감독인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게 됐다. 자원봉사자분들이나 직업을 바꿔서 도움을 주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저는 애니메이션 외에 할 일이 없더라. 적어도 애니메이션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 여전히 힘든 분들을 마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상상’이다. 피해를 입은 분들 혹은 ‘내가 만약 저 사람이었다면’이라고 입장을 바꿔보는 거다. 상상해보니 서로가 바뀌게 되는 상상을 해서 ‘너의 이름은’을 만들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이 제 방향성을 바꾼 게 맞다”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일본엔 지진이 있지만 다른 나라엔 또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너무 많은 재난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위기도 있고, 코로나19 팬데믹도 있고 전쟁도 있다. 전쟁도 일종의 재해다. 지금 시기를 그려낸다면 재해부터 시작을 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허지웅은 “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너의 이름은’은 결국엔 잘 해낼 것이라는 게 느껴졌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왜 ‘문단속’일까 생각해봤다.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럴 텐데 끔찍한 재해가 벌어졌을 때 제대로 단속하는 것보다는 덮고 가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은연 중에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다. 왜냐하면 그 문제에 대해 되새기고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거치고 단속까지 이르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고되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이미 지난 재해들이고 지난 상처들인데 이걸 단속까지 이르게 하는 완전히 닫고 제대로 마무리하겠다고 묘사를 한 것에 어떤 생각이 담긴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묻기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몇 십년 전에 일본이라는 곳은 굉장히 많은 문을 새로 열었다. 새로운 여러가지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금의 일본은 경제위기도 겪을 정도다. 이러한 시기에 새롭게 문을 여는 이야기는 맞지 않는다고 봤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고, 같은 시기에 도쿄 올림픽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문을 닫아야 하는 시기에 도쿄 올림픽이라는 문을 연 거다. 올림픽도 좋았지만 그로 인해서 수많은 문제가 생겼다. 12년 전 재해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치인은 완전히 복구됐다고 하지만 사실은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그 문을 닫는 게 중용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에 지금의 일본, 전 세계에서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허지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단순 애니메이션 작품이 아니라 ‘영화’라고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과 영화 사이에 어떤 종류의 위아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영화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작품은 더 영화적이다"라고 평했다. 
신카이 마코토는 “영화로 생각해주시는 건 기쁜 일이다. 영화적이라는 표현이 있긴 있는데 저도 그 표현의 정확한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저는 만화도 정말 좋아한다. 소년 점프 같은 만화도 지금도 많이 본다. 만화에서 배울 것도 정말 많다. 제가 얼마 전에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다녀왔는데 다큐멘터리에 가깝거나 심각한 영화들을 조금 더 영화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 저는 가능하면 양쪽 다 발을 걸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캐릭터는 달리는 의자도 나오고 하니까 만화적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액션, 감정 둘 사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굳이 고른다면 ‘감정’ 표현에 능하고 싶다. 액션은 보는 건 신나지만 만들기가 너무 힘들다”라며 웃었다. 
끝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국에 오는 걸 너무 좋아해서 영화를 만드는 목적 중 하나가 한국 방문이다. 술도 이유 중 하나이긴 하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대국이고 K팝도 강하고 드라마도 강한데 이런 나라에서 저희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를 봐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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