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건 신도 아닌 교주"…'나는 신이다' PD가 밝힌 소신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03.10 11: 44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가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에 대해 다룬 이유를 밝혔다.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조성현 PD가 참석했다.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교주 정명석과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 자신을 ‘신’으로 칭하며 신도들의 삶을 지옥으로 내몬 이들을 조명한다. 조성현 MBC PD가 연출한 다큐로, 지금껏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먼저 조성현 PD는 “가족들 중에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 내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다. 그래서 내게 남의 일이 아닌 내 자신의 이야기였다. 언제라도 꼭 다루고 싶은 숙제였다고 생각한다. 김도형 교수님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자식이 싫다고 해도 부모에게 테러를 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힘들 법도 하신데 아들 대신 테러를 당해서 행복했다고 하시는 걸 보면서 이 이야기를 꼭 알리고 싶었다. 결정적인 순간은 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작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나는 신이다’가 주목을 받은 건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이 실제로 얼굴을 공개하고 피해를 증언하면서 신뢰도와 신빙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PD는 “쉽지 않았다. 여성 피해자들의 경우에는 남편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제가 남자라서 연락을 받지 않는 분들도 많았다.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지, 제작 의도를 충분히 시간을 갖고 말씀드렸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가능했다. 긴 시간을 가지고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 분들이 저희 앞에서 정말 끔찍한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말씀해주셨다. 다큐 나간 뒤에는 더 구체적이지 못해서 아쉽다고 하시더라. 나간 내용에 대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원치 않는 분들은 얼굴을 가렸고, 원하는 분들에 한해서 진행했다. 피해 내용이 클수록 오히려 공개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분들이 많다. 메이플의 경우는 국적, 문화권이 달라서 공개하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남들이 잘 안 믿어줄 때 공개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 얼굴 공개를 한다고 했을 때 PD 입장에선 고맙다. 신뢰도를 높이고 신빙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용기를 내주신 출연자 분들에게 감사하다. 그 용기가 사회적으로도 인정 받았으면 좋겠다. 취재를 하면서 많이 이야기한 게 '왜 믿었어요'였다. 출연자들은 그거에 상처를 크게 받았다고 한다. 다시는 나같은 피해자가 없었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공개를 한 거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해서 남들에게 내가 당한 피해를 밝혔다. 존경 받아야 하는 분들이다. 조롱이나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용기에 대한 칭찬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성 논란에 대해서 조 PD는 “선정적이다라고 하는 부분을 섹스 어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끔찍하고 추악하다. 정명석은 선정적이라고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참담함을 느낄거라 생각한다. 넷플릭스 측에서 이 장면을 넣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 반드시 '50번 쌌다'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간다고 해도 꼭 제일 앞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나는 신이다’가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와 동요가 있었다. 해당 종교를 믿는 신자들을 색출하자는 움직임데 대해 조성현 PD는 “정말 놀랐던 건 사회 곳곳에 고위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중에도 사이비종교 신도가 있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됐는데, 종교를 믿는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할 순 없을 거 같다. 여러 감정이 들었다. MBC 안에 있지 않을까 물어보신다면 있다고 들었다. 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팀원도 믿지 못했다. 넷플릭스 내부도 의심해서 확인해보라고 했다. 어디에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종교를 선택했을 뿐이지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닌 종교를 만들어서 잘못된 길을 가게 하는 교주와 리더라는 사람이다. 그걸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나는 신이다’의 시즌2가 나올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조성현 PD는 “한국에 메시아가 정말 많다. 그 분들이 다 대상이 될 수 있다. 관심있는 종교들은 있다. 종교에 대해 말씀드리면 힘들 것 같다. 저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드러내지 않고 진행하려고 한다”며 “라디오 방송에서 나가서 준비하고 있는 종교가 있다고 했는데 와이프가 아이들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더라. 가족들이 힘들어 하고 있지만 시작을 한 이야기이고 다루고 싶은 내용이 많은 만큼 진행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조성현 PD는 “피해자 분들도 많지만 관심을 돌려서 2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선택권 없이 노출된 상황이 그런 상황이라 더 피해가 크다. 이제라도 관심을 갖고 취재를 진행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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