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못 담은 사이비 종교 있다"…'나는 신이다' PD, 시즌2 예고 [일문일답]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03.10 11: 57

‘나는 신이다’가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을 조명하면서 사회적으로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교주 정명석과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 자신을 ‘신’으로 칭하며 신도들의 삶을 지옥으로 내몬 이들을 조명한다. 조성현 MBC PD가 연출한 다큐로, 지금껏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조성현 PD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하 조성현 PD와 일문일답

넷플릭스 제공

Q. 요즘 많이 바쁘고 정신 없이 지낼 것 같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반응이 예상한 것 이상이어서 정신이 없다.
Q. 프로그램이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
원했던 건 많은 분들이 이 사건, 종교들을 알고 인지해서 사회적인 화두를 던졌으면 했다. 이미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사회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좋다
Q.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같은 내용을 MBC 제작물로 만들고자 했다. 내부적인 이유로 기획이 엎어졌다. 아까워서 넷플릭스에 제작 제안을 했고, 흔쾌히 받아들여서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만들게 됐다.
Q. 왜 이 이야기여야만 했나?
깊이 말씀 드리는 건 쉽지 않다. 가족들 중에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 내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다. 그래서 내게 남의 일이 아닌 내 자신의 이야기였다. 언제라도 꼭 다루고 싶은 숙제였다고 생각한다.
Q.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면서 차이가 있었다면?
만약 같은 주제로 PD수첩을 제작했다면 8주에서 10주 정도 시간이 걸렸을 거다. 만나는 분도 적었을 거다. 이번 다큐를 제작하며 200분을 넘게 만났다. 제작 기간도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졌다. 어떤 방송보다도 심층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피해자로 등장하는 메이플을 만나서 직접 인터뷰를 하기까지 40일을 기다렸다. 이걸 PD수첩으로 만들었다면 이 피해자는 만날 수 없었을 거다. 제작기간, 편성에 제한이 없어서 좋았다.
Q.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흔히 이야기하는대로 모자이크 처리해서 교주가 몹쓸짓을 했다고 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그 피해가 얼마나 끔찍한지, 그럼에도 왜 메시아라고 믿는지, 왜 반복되는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같이 고민했으면 했다. 그런 목적에서 가장 사실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었다.
Q.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장 힘들었던 건 미행, 협박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도 힘든 건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가 당일에 연락이 두절되는 부분이었다.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위험하고 공포스러운지 알고 있으니 사실을 말하고 싶지만 포기하는 부분이었다. 그 분들의 변심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Q. 시즌2에 대한 구상은 있는지?
라디오 방송에서 나가서 준비하고 있는 종교가 있다고 했는데 와이프가 아이들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더라. 가족들이 힘들어 하고 있지만 시작을 한 이야기이고 다루고 싶은 내용이 많은 만큼 진행을 하고 있다
Q. 영상 수위에 대한 선정성 지적이 있는데?
선정성이라는 키워드가 있는 건 알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영화나 예능이 아니고 실제로 누군가 당한 피해, 사실이다.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질문을 바꿔서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많은 언론, 방송에서 이 사건에 대해 다뤘는데 이 종교는 계속 존재할까라고 말하고 싶다. 논란이 되는게 두어가지다. '50번 쌌어'라는 정명석의 녹취에 대해선 JMS라는 종교 단체에서 어떻게 조작한거냐고 할 때 AI라고 한다. 욕조 나체 장면에도 불편함을 보이시는데, 이 동영상은 모자이크 상태로 이전에 여러 번 나갔다. JMS에서는 '몸 파는 여자들이 돈을 받고 의도적으로 조작했다'와 내부자가 찍은 사진이라고 알게 된 후에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동영상이다'고 하더라.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냐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방어벽을 구축하는 일을 만들어주는 거라 생각한다.
선정적이다라고 하는 부분은 섹스 어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끔찍하고 추악하다. 정명석은 선정적이라고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참담함을 느낄거라 생각한다. 넷플릭스 측에서 이 장면을 넣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 반드시 '50번 쌌다'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간다고 해도 꼭 제일 앞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 메이플은 처음으로 한국 방송에 나온 게 아니다. JTBC 뉴스에도 나왔다. 분명히 이야기하는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제작 의도를 살펴보면 이번과 같은 형태가 맞다고 생각한다.
Q. 피해자 설득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쉽지 않았다. 남편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제가 남자라서 연락을 받지 않는 분들도 많았다.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지, 제작 의도를 충분히 시간을 갖고 말씀드렸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가능했다. 긴 시간을 가지고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 분들이 저희 앞에서 정말 끔찍한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말씀해주셨다. 다큐 나간 뒤에는 더 구체적이지 못해서 아쉽다고 하시더라. 나간 내용에 대해 좋아하신다.
Q. 종교 단체 내부에서 동요가 있었는지?
PD 입장에서 다큐를 많이 봐줬으면 하는 분들이 있었다. 내부에 있는 분들이 단 몇 분이라도 봐주셨으면 했다. 제가 자주 들어가는 카페에 가면 다큐를 보고 탈퇴했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다시 이야기하면 내부자들 중에서 동요하고 반응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제가 만들었던 핵심적인 목표였는데 개인적으로 보람이 있다.
Q. 뜨거운 반응이 체감되는지, 그 이유는?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을 통해서 비슷한 내용을 냈는데, 유독 지금 많은 반응을 보일까 싶다. 표현의 수위와 상관 없이 젊은 층에서 반응이 많을까 궁금함을 갖고 있다. 일반 지상파 다큐에서 다룰법한 내용이 OTT에서 나오면 어떨까 싶었다. OTT에서도 시사 교양물을 본다는 생각을 했고, 흔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OTT를 보는 시청층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가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Q. 네 가지 종교를 선택해서 보여준 이유가 있는지?
사이비 종교 중에 반인권적,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심하게 훼손된 부분을 두고 고민을 했다. 몇몇 후보 종교 중에서 증언을 해주실 분들이 많이 있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 분들의 종교를 대상으로 했다. 아가동산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을 하려다가 제대로 다루지 못한 적이 있다. 그 분들의 입장에선 당하기만 했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네 개의 종교를 골랐다.
Q. 종교당 나눠진 회차가 다른데 이유는?
취재된 내용과 분량,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회차 분량을 조정했다. 만약 방송이었다면 아주 균등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OTT라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적정한 시간을 찾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Q. 아직 못 담은 종교가 있다면?
한국에 메시아가 정말 많다. 그 분들이 다 대상이 될 수 있다. 관심있는 종교들은 있다. 종교에 대해 말씀드리면 힘들 것 같다. 저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드러내지 않고 진행하려고 한다.
Q.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는 우려가 있는데?
콘텐츠 공개 후 가족들이 우려하는 게 가장 큰 차이 같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집에 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제 공론화가 되기 시작하고, 내가 하필이면 위협을 어떻게 당했다고 말해서 우려를 하고 있다. 늦게 낳은 아들, 딸이 있는데 어린이집, 유치원을 보낼 때 가장 걱정이 된다. 실제로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김도형 교수님과 아버지께 그런 일이 있었던건 20여년 전 일이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가 됐다 생각한다. 다만 나에게 벌어진 일이 있고 누군가 찾아오고 메이플 숙소 앞에서 진을 치고 있고. 그런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괴리감이 있다. 믿고 싶은 마음과 실제 벌어진 일 사이에서 위협이 진짜 있을 수 있다 생각한다
Q. 유독 JMS에 대중이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정명석을 예로 들어보겠다. 정명석은 많은 여성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도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미국판 JMS는 종신형에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비슷한 유형의 범죄, 심지어 강도는 정명석이 더 강할거라 생각하는데 10년형에 그쳤다. 정명석이 출소하고 나서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였는데 보호 관찰사들은 그 분을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겠지만 그 기간에도 많은 피해자가 생겼다. 그 중엔 미성년자도 있다. 이 사건들을 한두번 본 게 아닌데 이 사회는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사회가 너무 종교에 대해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는게 아닐까. 범죄를 저지르는 종교에 대해선 종교성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잊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은 종교 단체에 들어가는 부분은 지적으로 능력으로 떨어지는 분들이 아니다. 모든 분들이 해당된다. 명문대생도 피해자가 된다. 사이비 종교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관하지 않고 규제해야 하지 않나 싶다.
Q. 개신교 기반 사이비에 대한 취재가 많은데?
조사하다보면 다른 종교를 기반으로 해서, 예를 들어 천주교나 불교나 토착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도 많지만 유독 큰 피해를 입힌 종교는 개신교 기반이었다. 다른 종교를 다룰 생각도 있다
Q. 신자들을 색출해서 불이익 주는 게 맞는지?
취재하면서 정말 놀랐던 건 사회 곳곳에 고위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중에도 사이비종교 신도가 있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됐는데, 종교를 믿는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할 순 없을 거 같다. 여러 감정이 들었다. MBC 안에 있지 않을까 물어보신다면 있다고 들었다. 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팀원도 믿지 못했다. 넷플릭스 내부도 의심해서 확인해보라고 했다. 어디에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종교를 선택했을 뿐이지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닌 종교를 만들어서 잘못된 길을 가게 하는 교주와 리더라는 사람이다. 그걸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Q. 정명석 교주만큼 인상적인게 반JMS 운동을 한 김도형 교수인데?
김 교수님 무척 멋지고 존경스럽다. 눈 앞에 목적이 생기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 수 있다 가족 분들이 정말 힘들 것 같다. 사건에 관심 가진 이유는 인터뷰를 나누는데 이 사건을 잘 몰랐을 때였다 아버님이 아들 대신 테러를 당했다는 이야기에 아버님은 행복하셨겠다 싶었다. 아빠가 된 입장에서 아들이 당한 일을 내가 대신 당하는 것 만큼 좋은 일이 어딨겠냐 했더니 울컥하시더라. 김 교수님 아버지가 대신 맞아서 다행이라고 하시더라. 김 교수님 가족들이 겪은 일 자체가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계속 싸워가는 한 교수님을 주인공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Q. 작품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는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했던 이야기. '실제 벌어진 이야기의 10분의 1 밖에 다루지 못했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지금 이 정도만 다뤄도 힘들어서 못 보겠다고 하는데 더 다뤘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우려스럽기도 하다. '잊혀진 계절'이라는 책이 있는데 나머지 10분의 9가 담겨있다. 사람들이 어디까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한 지점은 뺄 수밖에 없었다.
Q. 폭로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것 같은데?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고, 어떤 대안을 가지자는 말까진 못 갔는지 이야기할 수 있다. 저희 다큐에서 거기까지 가는 건 쉽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하고, 무르익는다면 사이비 종교에 왜 취약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Q. 이미 탈교하고 신상이 공개된 분들에 대한 온라인상에서의 공격이 있는데?
원치 않는 분들은 얼굴을 가렸고, 원하는 분들에 한해서 진행했다. 피해 내용이 클수록 오히려 공개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분들이 많다. 메이플의 경우는 국적, 문화권이 달라서 공개하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남들이 잘 안 믿어줄 때 공개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 얼굴 공개를 한다고 했을 때 PD 입장에선 고맙다. 신뢰도를 높이고 신빙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용기를 내주신 출연자 분들에게 감사하다. 그 용기가 사회적으로도 인정 받았으면 좋겠다. 취재를 하면서 많이 이야기한 게 '왜 믿었어요'였다. 출연자들은 그거에 상처를 크게 받았다고 한다. 다시는 나같은 피해자가 없었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공개를 한 거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해서 남들에게 내가 당한 피해를 밝혔다. 존경 받아야 하는 분들이다. 조롱이나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용기에 대한 칭찬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Q. 제작하겠다는 결정적인 순간?
김도영 교수님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자식이 싫다고 해도 부모에게 테러를 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힘들 법도 하신데 아들 대신 테러를 당해서 행복했다고 하시는 걸 보면서 이 이야기를 꼭 알리고 싶었다. 결정적인 순간은 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Q.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들 보호 조치는?
메이플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안전한 집과 24시간 붙어 있는 경호원,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가면 보안 요원들이 20~30명이 동행했다. 그런 필요가 있을 땐 신경써서 제공했다고 말씀드린다.
Q. 종교를 가장한 집단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예민한 부분이어서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다. 개인 입장에서 종교와 관련한 다큐를 진행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종교의 자유 만큼이나 종교의 책임이 있었으면 한다.
Q.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피해자 분들도 많지만 관심을 돌려서 2세라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가졌으면 한다. 선택권 없이 노출된 상황이 사이비 종교를 믿는 부모라서 피해가 크다. 관심, 취재를 진행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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