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여자’가 ‘더 글로리’에 도전장을 던진다.
1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센터에서 KBS2 새 일일드라마 ‘비밀의 여자’(극본 이정대, 연출 신창석, 제작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신창석 PD와 배우 최윤영, 이채영, 이선호, 한기웅, 신고은, 이은형 등이 참석했다.
‘비밀의 여자’는 시력을 잃고 ‘락트-인 증후군(의식이 있는 전신 마비)’에 빠지게 된 여자가 상속녀와 엮여,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고 처절한 복수를 통해 사랑과 정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고 시청률 21.3%를 기록한 ‘비밀의 남자’에 이은 신창석 PD와 이정대 작가의 두 번째 합작 ‘비밀’ 시리즈다.

‘비밀의 남자’ 이후 약 2년 만에 돌아온 신창석 PD는 최고 시청률 38.2%를 달성한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 연출을 맡는 등 ‘시청률 제조기’다. 특히 신창석 PD는 ‘비밀의 남자’가 마지막 KBS 연출작이기도 해 주목된다. 신창석 PD는 “제2의 인생을 하기 전에 KBS에서 받은 게 너무 많아서 마지막으롭 보은하기 위해 열심히 만들어 보고 있다”며 “노하우는 없다. 힘 줘서 연출하는 것 보다 힘을 빼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신창석 PD는 “영화에서 복수 시리즈 3부작이 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에 착안해서 이정대 작가님과 ‘비밀의 남자’가 대박이 났으니까 ‘비밀’ 시리즈 3부작을 해볼까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비밀의 남자’, ‘비밀의 여자’ 다음엔 뭐가 또 나올지 모르겠다. 연작 시리즈의 일환이다. 주제만 상통하고 내용적인 것은 연결되진 않겟지만 일일드라마 역사상 최초의 연작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 누가 진정한 비밀의 여자인지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 PD는 “일일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하는데,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 엄청난 수위가 많다. ‘더 글로리’봐도 수위가 높다. 우리는 ‘더 글로리’에 도전장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찍기는 넷플릭스처럼 찍었지만 방송 시간이 제한적이어서 많이 잘라냈다. 너무 많이 잘라서 불닭볶음면에서 진라면 순한맛이 됐다. 스토리 자체가 일일극 2개를 모아둔 느낌이다. 비밀 세 가지가 있는데, 천천히 하나씩 공개하도록 하겠다. 도무지 예측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윤영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즉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거칠 것 없는 성품을 지닌 안하무인 상속녀 오세린 역을 맡았다. 그런 그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되고 분노로 차오른 감정들은 곧 악행으로 이어진다. 최윤영은 “연기한 지 13년 이상이 됐는데 비련의 여주인공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캐릭터라 준비를 많이 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여배우 셋 구도도 특이한데 세 캐릭터가 다 다르다. 악역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사랑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다. 돈이 또 많다. 갑질도 하고 어떤 짓이든 다 하는데, 그래서 매력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채영은 극 중 YJ그룹의 며느리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한 성격의 주애라로 분한다. 주애라는 단순한 신분 상승과 재산이 아닌, 숨겨진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여름아 부탁해’, ‘복수가 돌아왔다’에 이어 앞서 방영된 ‘비밀의 남자’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가 이번 ‘비밀의 여자’를 통해 어떤 연기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할 만하다.
3연속 악역으로 나서게 된 이채영은 “빌런 역할을 맡게 되면 보실 때마다 똑같다고 생각하시지만 반응이 좋더라. 내가 빌런 역할을 하실 때 몰입을 해주시는 것 같다. 연속극의 특성상 권선징악을 따라가겠지만 페이소스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밀의 남자’ 한유라가 많이 당하지 못했다. ‘비밀의 여자’에서는 열받음을 보태서 더 시원하게 박살나보고 싶다. 그 처절함 또한 빌런을 여닉할 사람이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오락적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빌런 또한 서사를 가지고 있어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밖으로 많이 표현했던 감정들이 있다면 알듯말 듯 모르게 은근히 열이 받는 식을 연구해서 연기해봤다. 보시면 더 재미있고, 화가 나실 수 있다.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채영 캐스팅에 대해 신창석 PD는 “‘비밀의 남자’를 이채영과 하고 난 뒤 이채영에게도 스토리 전체가 후반부에 단선적으로 흘러간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 더 다채롭고 알 수 없는 스토리로 복합적인 인물로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채영이 유일하게 합류하게 됐다. 그때 악역 연기보다도 이번에 보시면 힘을 빼고 한다. 이번엔 악역 연기가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신고은은 단아하고 청초한 외모에 인정 넘치는 성품을 지닌 정겨울 캐릭터를 맡았다. 정겨울은 YJ그룹 며느리가 돼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중 끊이지 않는 위기들에 맞서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뮤지컬,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그녀가 ‘비밀의 여자’에서 정겨울 역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극을 이끈다.
락트-인 증후군을 겪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신고은은 “실제 사례에 착안을 해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이상하게 느끼시지 않도록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감독님께서 눈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하는 걸 좋아하시는 거 같다. ‘눈 떠’라고 하시는데 계속 뜨라고 하셔서 어디까지 떠야하나 고민도 많았다. 락트-인 증후군 상태에선 눈물 흘린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어서 고민도 했다. 그래도 샵에 안가고 연기할 수 있어서 편했다”고 이야기했다.
최윤영, 이채영, 신고은은 1986년생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신고은은 “물 흐르듯 친하게 됐다. 캐릭터가 상반 되어서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을 것 같은데 사석에서는 성격도 MBTI도 다르다. 친하고 재미있고 화기애애하게 지내고 있다. 대본보다 사적 대화가 더 많을 정도다”고 말했다. 최윤영은 “호랑이 세 마리가 있어서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너무 잘 맞더라. 대학교 동기에 축구도 잘하고 있다. 그 피해를 남자들이 받고 있다”고 웃었다. 이선호는 “여배우들의 캐릭터가 강해서 남자배우들은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호는 유쾌하고, 정의롭고, 머리까지 비상한 엄친아의 표본 서태양 역으로 돌아온다. 누구보다 올바르고, 완벽했던 그는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나쁜 사랑’, ‘황금주머니’, ‘닥터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선호가 ‘비밀의 여자’에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증을 더한다. 이선호는 “막장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일일드라마만의 유니버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판타지성도 있고 시간적 흐름, 이야기 흐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기웅은 단순하고 즉흥적인 성격을 가진, YJ그룹의 후계자 남유진 역을 맡는다. 능력에 비해 큰 욕심과 센 자존심 그리고 허세로 가득한 그는 정겨울(신고은)과 결혼하지 않으면 YJ그룹의 후계자에서 제외하겠다는 할아버지 엄포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하지만, 결혼 전부터 이어온 주애라와 아슬아슬한 관계도 이어간다.
음주운전 혐의로 하차한 이루를 대신해 합류한 한기웅은 “부담이 안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뒤늦게 합류하면서 부담이 많았다. 감독님 성격이 너무 좋다. ‘즐겁게 촬영하자’는 분위기가 맞는 말이다. 그에 따르듯이 선배님들도 밝고 연기하는데 편하게 해주셔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기웅의 활약에 대해 상대역 이채영은 “이민가야지”라고 다섯 글자로 표현했다. 한기웅은 “다섯 글자로 표현하려고 하니 거창한 걸 하고 싶었다. 거창한 악역이 아니라 단순하고 즉흥적이다. 전작에서도 악역이었지만 이번에 차별화 된 게 이번 악역은 감정이 더 잘 드러난다. 이번에 되게 재미있게 도전할 수 있는 역할이어서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 재벌찌질이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형은 ‘비밀의 여자’에서 정겨울의 의붓오빠 정영준으로 분한다. 정영준은 평소 말수 없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동생 정겨울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키다리 오빠다. 맡은 역할마다 캐릭터와 완벽 동화하는 이은형이 최윤영, 이채영, 이선호, 한기웅, 신고은과 함께 ‘비밀의 여자’에서 어떻게 얽히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은형은 “드라마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정상적이다. 누군가를 더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매력적일 것이다. 흘러가듯이 연기하고, 조용히 보이지 않게 연기하겠지만 상황에 따라 폭발적인 모습이 있다. 한 여인을 위한 모습이기에 마음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창석 PD는 “각오할 건 따로 없다. 보시면 무조건 만족하실거다. ‘비밀의 여자’ 기대해주셔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KBS2 새 일일드라마 ‘비밀의 여자’는 14일 오후 7시 50분 첫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