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히어라가 '더 글로리'를 접한 부모님의 유쾌한 반응을 공개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배우 김히어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12월 파트1에 이어 3개월 만인 지난 10일 파트2가 오픈됐고, 더 파격적이고, 더 놀라운 스토리가 펼쳐졌다.
김히어라는 극 중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된 화가 이사라로 분해 열연했다. 초점없는 눈동자와 두서없는 말투, 나른한 제스처, 시선처리 등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몰입감을 높였다. 또, 문동은이 놓은 덫에 걸려든 사라는 환각 속에서 수위 높은 행위를 벌이고 친구의 배신에 돌아버린 눈으로 친구 혜정을 향해 살인미수를 벌이는 등 연기 포텐을 터뜨리며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전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모성 가득한 탈북민 캐릭터를 보여줬다면, '더 글로리'에선 180도 달라진 연기로 '최고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14일(한국시간)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전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칠레, 홍콩, 일본, 멕시코 등 전세계 38개국에서 1위에 오른 것. 특히 아시아와 유럽, 남미, 중동 등 38개국에서 1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거뒀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각각 3위, 2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더 글로리'는 작품 공개 직후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데, 김히어라는 "이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고, 다른 배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역할이라 그런지 우리는 아역과 성인이 나눠져 있었다. '아역부터 연기를 했으면 달랐을까?'하는 생각은 했다"며 "초반에 내 위주로 대본을 보면서 가해자들 몇 명과 리딩할 때 '우리가 처음부터 너무 당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가해자들이 좀 더 강해야 함께 싸우는 동은이가 나중에 더 강해보 일 것 같다고 느꼈다. 초반부터 가해자들만 당하면 복수를 위해 달려온 동은이가 힘이 떨어질 것 같았다"며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이어 "근데 연출님과 작가님이 '너희가 아역 배우들이 찍은 분량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거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우리도 보고 '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구나' 싶었다. 대본이랑 막상 영상에 찍힌 건 전혀 달랐다. '내가 봐도 약간 쌍년이었다"며 시원하게 반성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히어라가 생각한 이사라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가해를 저지르는 인물인데 정당한 이유는 없다고 느꼈다. 이유를 따로 분석하진 않았고, 그 친구는 같은 가해자들 중에서도 목표 의식이 있어서 살아가는 것보단 그냥 살아야 하는 친구였다. 의지력 보단 누군가에게 구원받길 원했고, 날 구원해주길 바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삶의 의지가 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다보니 가해자이면서 방관자라고 판단했다. 생각했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연진이나 혜정이처럼 반응하지 않고 '어쩌라고? 나랑 상관 있어?' 이런 식이다. 약과 담배에 의존하면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더 글로리'가 글로벌 인기를 얻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 가족들과 부모님이다. 특히 그의 부모님은 딸에게 '약쟁이 이화백씨'라고 부른다고.
김히어라는 "요즘 연락하실 때 '약쟁이 이화백 씨 뭐하시나~' 그러신다. 답이 없으면 '약하시나~' 그런 농담도 던진다. 부모님이 더 빠져 계신다.(웃음) 원래 종교는 크리스천이다. '더 글로리'를 보고 '드라마인데 뭐 어떠냐'라고 하시더라. 기독교를 정하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 어떤 믿음, 존재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오히려 이 이후에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떤 좋은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해봤다"고 말했다.
'더 글로리'가 사회에 끼칠 변화에 대해 "지나간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우리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라나는 청소년, 아이들 혹시 그러고 있는 아이들의 변화가 중요하다. 나는 내 조카가 그런 일에 연루되어 있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으로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더 글로리'를 보면 '사과해라' 싶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지 않나. (이 작품이) 잘못 행동하고 있는 가해자들에게 '그만하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19금 작품이기는 하지만 선생님, 학부모님이 보시고 (아이들의 곁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 글로리' 파트2는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10일 전 세계에 공개됐다.
/ hsjssu@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