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있는 데 왜 그만?" 이수만 반응..'SM 인수중단' 방시혁의 하이브스러움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3.03.15 19: 20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중단 배경에는 '하이브스러움'에 대한 자각이 있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관훈포럼에 참석해 SM 인수전을 마친 소감과 뒷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분이 좋다"라고 밝혔다.
앞서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며 카카오와 치열한 SM 인수전을 펼쳤다. 그러다가 지난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이브는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업 방안에 대한 합의를 진행했다.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 SM과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 받는 파트너로서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방 의장은 이와 관련해 "저로서는 회사의 미래 축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에서의 합의를 이끌어서 충분한 가치를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분이 좋다"라고 전했다. SM 인수를 중단하면서 미래에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관해 카카오와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에 의미를 둔 것이다.
방 의장은 또 "미래에 대해 IP(지식재산권)와 아티스트 중심으로 하는 하이브에서 솔루션이라고 하는 다양한 부가 사업들이 있다"라며 "한 축은 팬덤을 한 곳으로 모으고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플랫폼, 다른 한 축은 미래에 더 중요성이 커질 거 같은 비디오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하이브의 SM 인수 논의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 의장은 "그 때 이미 두 차례 오퍼를 넣었고 거절당한 것도 맞다"라고 인정하며 사실 내부에서는 꾸준히 찬반양론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찬성 쪽에는 글로벌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K팝의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 반대는 그 정도의 돈을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미래적이고 혁신적으로 쓰는 게 생산적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인수 논의에 불이 붙은 건 SM 이 전 총괄 지분 인수를 제안하면서부터였다. 방 의장은 "아주 갑작스럽게 이수만 씨에게 연락이 왔고 지분 인수에 대한 의향을 물었다. 내부에서 짧게 토론이 있었지만, 그 때는 과거 인수를 반대했던 요인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인수 결단의 배경의 들려줬다.
다만 인수전이 이 정도까지 과열될 거라고는 방 의장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치열한 인수전은 우리의 예상 밖"이었다면서 "오랜 시간 SM에 대해 생각해왔기 때문에 우린 명확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가치를 넘어선다 느꼈고,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결국 SM 인수 추진을 중단한 것에는 '하이브스럽지 않다'란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방 의장에 따르면 '하이브스러움'은 옳은 선택, 구성원들이 부끄럽지 않게 느낄 선택이다. 그는 "어느 순간에도 합리적이고 맞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처음 인수전에 들어갈 때 생각했던 가치를 이미 넘어서려는 과정에서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가치를 흔들면서까지 이어갈 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더불어 "인수하려는 입장에서는 유무형의 비용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기업 통합 과정에서 수많은 시간, 노력이라는 리소스가 들어가고, 구성원들의 감정 노동도 들어가는데 이런 것까지 감내하는 건 하이브스럽지 않다"고 부연했다.
하이브는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SM의 가치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비용까지 고려한 적정 인수가격 범위를 설정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추가 공개 매수 결정으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던 상황.
결국 하이브는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항 공개 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S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또 주식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중단을 결정한 후 이수만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합의 중간에 이수만에게 말할 수 없었던 건 사실이었다며 "끝나고 소상하게 설명해 드렸다. 특별하게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말한 게 전부"라면서 "실망하셨는지는 알 수 없다. 실망하셨더라도 한참 후배인 내 앞에서 그럴 것 같진 않다"고 솔직하게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격화됐던 인수전으로 중간에서 상처 입었던 아티스트와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인수 중단은 더 이상 아티스트들과 팬들에게 혼란을 줄 수 없다는 판단도 포함된 결정이었다. 이번 혼란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없고, 팬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없다는 것.
방 의장은 "지난 주말 보아가 20주년 콘서트를 했다. 먼저 축하드린다고 말씀드린다"라며 "기업이 K팝을 이 자리까지 끌고 오는 데 크게 기여한 건 맞지만, 산업 자체를 이끈 건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인수를 전쟁으로 바라보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아티스트들이 가슴앓이를 하며 자기 자리에서 충실했다. 팬들도 그 자리에서 응원했다"라고 아티스트들과 팬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인수전을 전쟁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며 "매니지먼트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가슴이 아프고 미안했다. 본질은 아티스트와 팬들의 행복이다. 이렇게까지 아티스트와 팬들이 괴로운 것이 맞나 밤잠을 설쳤다.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한편 방 의장은 이날 아직까지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일컬을 만한 기업이 부재한 것이 K-POP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K-POP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지도 및 영향력 높은 기업의 등장과 함께 ▲지속적인 슈퍼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운영방식과 ▲슈퍼 플랫폼으로의 팬덤 플랫폼 진화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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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이브,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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