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광 감독 '웅남이' 노잼?…결코 실패작은 아냐(종합)[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3.15 18: 43

동굴 속에서 마늘만 먹으며 버틴 웅남이(박성웅 분)가 결국 사람으로 재탄생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인간 엄마와 아빠(염혜란 분·오달수 분)를 만나 25살 청년기까지 무탈하게 잘 지냈지만, 아직까지 동물적 본능은 버리지 못해 어디서든 주목받는 능력을 자랑한다.(※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무거운 물건 들기부터 마을에 출몰한 멧돼지 퇴치 등 시골 마을에서 벌어질 법한 곤란한 일들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웅남이가 출동해 일사천리로 해결한다.
한편 웅남이와 같은 동굴에서 마늘을 먹으며 사람이 되기를 고대하던 웅북이(박성웅 분)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곳에서 사라진다. 20여년 간 발견되지 않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웅북이는 마약 밀매를 하는 조폭 두폭 이정식(최민수 분)이 친아들처럼 수하에 거두고 있었다.

새 한국영화 ‘웅남이’(감독 박성광, 배급 CJ CGV, 제작 영화사 김치·스튜디오 타겟)는)는 개그맨 박성광이 두 편의 단편영화 연출 끝에 처음 선보이게 된 장편 상업작이다. 단군신화 속 웅녀설화를 차용했던 김황도 작가의 원안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다시 썼고 현재의 완성본으로 탄생했다.
큰 기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나 ‘웅남이’를 실패작으로 볼 수는 없다. 데뷔 후 다양한 영화를 선보여왔던 기존의 베테랑 감독들도 코믹과 드라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장편영화에 처음 도전한 박성광의 노력을 손쉽게 폄하하긴 이르다. 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배합해 장면화하는 방식도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코믹 누아르를 완성하고자 했던 개그맨 겸 신인 감독의 새 영화라는 점에서 흥미를 안길 법하다. 전체적인 서사를 보면 초반에 던져둔 여러 단서들을 마지막에 가서 성실하게 회수하기 위해 아귀를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온 KBS 출신 개그맨으로서 박성광이 ‘개그콘서트’ 및 무대에서 보여줬던 개그 스타일이 녹아있긴 하다.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선후배 개그맨들이 지원사격해 ‘개콘’ 식 개그에 힘을 더했다.
이에 일부 장면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개콘’식 개그가 남발돼 민망한 웃음이 나온다. 또한 유튜버 말봉(이이경 분)은 예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엉뚱스럽고 지나치다.
발랄한 웅남이와 시크한 웅북이 중 웅남이의 분량을 많이 실어서 그렇게 됐다기보다, 코믹 장르에 방점을 찍고 시작해 웃음을 안기려 한 듯한 의도로 읽힌다. 반대로 익살스러운 몸짓이 익숙하고 그게 즐거운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빵빵 터뜨리며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깨알 같이 등장하는 카메오도 인상적이다. 3월 22일 극장 개봉. 러닝타임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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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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