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2’ 최민식, ‘인생의 잭팟’ 카지노에 털린 의리와 배짱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3.03.17 09: 14

[OSEN=김재동 객원기자] 그래 봤자 살인자였다. 의리있는 대인배로 위장했지만 돈밖에 모르는 돈벌레였고, 한때의 심모원려는 어디다 팽개쳤는지 성마른 경거망동으로 화를 자초하는 조무래기 본색을 드러냈다.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 시즌 2’의 주인공 차무식(최민식 분)의 민낯이 생경하다.
민회장(김홍파 분)의 살인범을 뒤쫓는 차무식에게 필리핀의 대부 다니엘은 분명히 경고했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고. 다니엘의 행동대장 존(김민 분) 역시 경고했다. 다니엘의 경고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때 차무식은 존에게 속내를 드러냈다. 총알은 민회장이 먹었지만 총구는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고. 결국 민회장의 살인범을 쫓는 이유는 은혜를 베푼 민회장과의 의리 때문이 아니라 차무식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였음을 제 입으로 밝힌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다니엘과 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차무식은 행동에 나섰다. 아귈레스 시장 라울의 부하이자 진영희(김주령 분)의 애인 호세를 잡아 내막을 추궁한 후 죽이고, 민회장(김홍파) 청부살인을 설계한 라울 역시 제 손으로 불태워 죽이고 만다.
굳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납치된 라울은 거지 출신의 존에게 사업권을 넘기려는 차무식의 선택을 비난했고 그 비난이 존과 출신의 동질감을 느꼈을 차무식에게 트리거로 작동해 즉흥적인 살인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이러나 저러나 바닥을 드러낸 성마른 행동였다. 필립(이해우 분)과 소정(손은서 분) 서태석(허성태 분)의 죽음에선 남의 손을 빌림으로써 살인으로부터 희석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라울을 직접 처단함으로써 살인자 본색을 여실히 보여줬다.
민회장 살인범으로 체포됐을 때 차무식은 다니엘조차 만류한 한국으로의 송환을 관철시켰다. 그리고 한국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끌어내곤 필리핀으로 금의환향했다. 그랬던 심모원려는 어디 팽개쳤는 지 스스로를 다니엘의 스코프 위에 올려놓는 경거망동을 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다니엘의 호출을 받았을 때 차무식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국으로의 도피뿐이었다.
그렇게 차무식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배신의 꽃도 만개한다. 상구(홍기준 분)는 동생 필립의 죽음이 차무식의 오더로 이루어졌음을 안 순간부터 복수를 계획했다. 코리언데스크 오승훈(손석구 분)에게 정황증거를 넘겼지만 오승훈은 직접 증거가 필요하다며 필립과 소정의 죽음의 순간이 담긴 CCTV 영상을 구해오라고 다그친다.
상구는 사라진 환전소 영상을 차무식만은 보관하고 있으리라 믿고 차무식의 부재를 틈 타 내실에 침입한다. 그가 한창 작업에 몰두하는 중 들려오는 소음. 상구는 소음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고 그 곳에서 해머로 철문을 부수려하는 정팔(이동휘 분)을 발견한다.
차무식이 한국으로 송환됐을 때 필리핀은 차무식을 영구 입국금지 대상자로 지정했다. 살인혐의를 풀고 복귀하려던 차무식으로선 요로요로에 뇌물을 뿌릴 필요가 있었다. 그 지시를 필리핀의 정팔에게 내렸고 그 덕에 정팔은 비밀금고의 존재를 알게 됐다.
물밀 듯 밀려드는 서운함. 돈 때문에 삼합회에 쫓겼고 돈 때문에 한국으로 도피했었다. 다시 필리핀으로 불러준 차무식은 정말 형으로 모실 생각이었다. 그런데 ‘진작 그 금고 속에 잠자고 있던 돈의 몇십분의 1만이라도 도와줬다면’ 싶은 서운함이 분노를 일깨웠다. ‘형은 개뿔!’
정팔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은 느꼈다. 차무식의 오른팔인 저도 변심한 마당에 왼팔 격인 상구의 입에서도 ‘차무식 제끼자’는 말까지 나온다. 내막은 모르지만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를 탄 차무식에게서도 심상치 않은 낌새가 느껴진다. 난파선에선 쥐가 먼저 탈출한다. 정팔은 본능적으로 탈출의 시점임을 깨닫고 차무식의 금고를 공략 중이었다.
“쓸데없는 상상하게 하지 마라. 정말 하고 싶지 않다.” 필리핀으로 복귀한 오승훈이 차무식에게 경고하러 나타난 자리에서 상구에게 “밥 한번 먹자”고 했을 때, 차무식이 상구의 시선을 잡아채며 경고한 말이다. 하지만 이미 금은 갔다. 파국에 이르도록 균열을 키워갈 일만 남았다.
한국에서 만난 옛 인연들. 탁아소 시절 불개미를 함께 잡던 김종현(이문식 분), 카지노 바 동업자로 차무식의 필리핀 도피 후 400억 원 추징금과 수감생활을 혼자 감내했던 안치영(김민재 분), 원가만 받고 카지노를 넘겨준 차무식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 이상철(허동원 분)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차무식의 눈매가 깊어진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은 회한이 사무쳐 보인다.
단 1회만을 남겨두고 차무식의 파국이 구체화 됐다. 한때 배짱과 의리의 대명사였던 차무식은 더 이상 없다. 다니엘의 보복이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쫄보 차무식, 믿는다는 동생들을 두고 쓸 데 없는 상상만 하는 불신의 대명사 차무식만 남았다. 차무식 인생의 잭팟이었던 카지노가 그의 정체성마저 그렇게 거덜내 버린 것이다.
200억을 털린 정석우(최홍일 분)에게 차무식이 그랬듯 “어디가서 밥이나 먹어”라며 푼돈이라도 건넬 누군가가 차무식에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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