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 배정훈 PD “OTT 수위? 모든 콘텐츠 묶어 기준 만드는 건 위험” [인터뷰 종합]
OSEN 김채연 기자
발행 2023.03.23 07: 07

배정훈 PD가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언급된 OTT 다큐멘터리의 수위와 보도윤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진행된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 라운드 인터뷰에서 배정훈 PD가 OSEN과 만나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다큐멘터리의 수위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배정훈 PD는 최근 OTT 플랫폼을 통해 공중파가 제작사가 돼 콘텐츠를 제공하는 점에 대해 “아주 본질적으로 그 지점과 관련해 레거시한 미디어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우리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집단이고 조직이다. 우리의 콘텐츠가 티비 플랫폼에 어울리면 티비 플랫폼에 하는 것이고, OTT에 어울리면 OTT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 PD는 “그게 장점이 있다. 오히려 장점이 많아지는 추세같다. 우리가 좋은 콘텐츠를 좋은 환경에서 서비스 할 수 있다, 제작할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건 없다. 그런 걸 다 떠나서 내가 나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되게 좋은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중파와 OTT가 다른 환경을 주는 점에 대해 장점도 있냐는 질문에 배 PD는 “제작자한테 제작기간, 제작비용만큼 중요한게 제작자율성이라고 봤을 때 제가 뭘하는 지 회사가 신경을 안 쓴다. 가끔 섭섭하기도 하다”면서 “매주 보고드리면 ‘매주 말고 매달 해라’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게 자율성을 존중하는 취지로 이해했고, 장점이지만 부담스럽기도고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배 PD는 “데스킹이 없어서 실수도 많이하고 실패도 많이했다. 값비싼 기회비용을 치르면서 ‘국가수사본부’를 한 것은 장점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이 없다. ‘제작자 마음대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취재 윤리나 기준을 토론해서 직접 세워야하고, 그게 통용되는 기준이 아니라 여기서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접한 상황이 적나라하고 오픈된 사정이 많아서 스스로 고민해야했는데, 관성대로 관습대로 생각하면 다 내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피해자와 가족, 피의자가 존재하는 상황이기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가수사본부’의 수위에 대해서도 그는 “저희 콘텐츠, OTT 다큐멘터리 수위가 높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저희 콘텐츠 1, 2화를 기준으로 보면 사건 현장 카메라가 훑어나갈 때 빨강색이 없고, 피가 없다. 참혹한 현장인데, 그 피 색을 보여주지 않았다”라며 “이유는 현장감 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데 너무 참혹하고, 망자가 있다. 그래서 토론을 많이했다.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까. 모자이크 치거나 컷을 빼거나 했을텐데 관습대로 하지않고 고민했다”고 전했다.
배 PD는 “결과적으로 그 잔혹함은 빨강색에서 오니까 흑백에 가까운 톤을 유지했다. 재연이 아니다. 실제 현장인데 또 이어지는 컷은 사진인데 망자의 마지막 참혹한 모습의 사진이 있는데, 상황을 모르고 보면 사진만 보면 무슨 상황인지 모른다. 고민이 담긴 처리였다. 영상에 모자이크를 치면 리얼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 고민의 총합이 만들어낸 모습”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최근 OTT를 통해 공개되는 다큐멘터리의 보도윤리에 대해 “저는 모든 콘텐츠를 묶어서 기준을 만드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수사본부’ 안에서 피해자의 얼굴을 오픈한 것에 대한 우려가 있더라. ‘어떻게 망자의 얼굴을 넣을 수 있냐’고. 그럴 수 있다”면서 “원래는 가렸다. 근데 이 방송을 위해 가족을 만났고, 남편 분과 피해자의 모친, 아들(이자 방송을 통해 나온 남동생)의 의사를 물었다. 그분들은 ‘우리 가족이 잘못한 게 없고, 억울하고, 사람들이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사법적 판결이 종료될 때까지. 오히려 얼굴을 내어달라’고 요청했고, 그래서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정훈 PD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당사자의 의사가 합의된 지점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할 수 있는데 큰 취지로 이해했을 때는 분명히 OTT는 상대적으로 헐거운 기준을 가지고 있는 건 맞다”며 “그래서 화면 처리를 덜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얼굴을 공개하면서 현장을 덜 공개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었다. 형사들의 거칠지만 사실적인 설명으로 화면은 안보여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고, 참혹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반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두발 뗀 거 정도 되니까. 그런 논의는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배정훈 PD는 참혹한 현장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가 그 현장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해서 적나라하고, 차원이 다른 현장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기획의 의도는 경찰관에 있기 때문에. ‘그알’은 사건이 주인공이다. 미궁에 빠진 사건이 풀려나가는 게 중점이라면, ‘국가수사본부’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거까지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는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누군가의 삶을 위해 '끝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100%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로, ‘그것이 알고싶다’와 ‘당신이 혹하는 사이’를 연출했던 배정훈 PD의 첫 OTT 연출작이다.
‘국가수사본부’는 공개 1시간 만에 웨이브 전체 타이틀 중 실시간 인기 콘텐츠 3위에 올랐으며, 시사교양 부문 신규 유료가입견인 콘텐츠, 시청시간 1위를 거머쥐는 등 높은 화제성을 얻었다. /cykim@osen.co.kr
[사진]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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