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 1기 F4' 정수환, 피오·송민호 우정→기간제 교사 근무 "굴곡진 삶"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03.26 13: 20

‘내 눈에 콩깍지’로 새로운 연기 인생을 열었다. 배우 정수환의 이야기다.
정수환은 지난 24일 종영한 KBS1 일일드라마 ‘내 눈에 콩깍지’(극본 나승현, 연출 고영탁)에서 장세준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내 눈에 콩깍지’는 30년 전통 곰탕집에 나타난 불량 며느리이자 당찬 싱글맘 이영이(배누리)가 두 번째 사랑을 일구어 가면서 바람 잘 날 없는 사연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해 10월 3일 첫 방송된 ‘내 눈에 콩깍지’는 최고 시청률 19.6%(122회)를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수환은 TS리테일 그룹 본부장 장세준 역으로 분했다. 장세준은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형 경준(백성현)과 가족을 챙기지만 가족들 사이 얽힌 갈등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를 가진 정수환은 특유의 해맑은 미소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스마트한 매력을 뽐냈다.
2019년 공개된 웹드라마 ‘청춘타로’ 이후 약 3년 만에 안방에 돌아온 정수환은 2016년 방송된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로 주목을 받았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출신으로 블락비 피오, 위너 송민호와 우정을 쌓아온 그였지만 ‘청춘타로’ 이후 고민이 컸다.
“‘막영애15’ 이후 7년 정도가 지났는데, 그 시간은 연기 뿐만 아니라 내 삶 자체가 많이 깊어지고 쌓인 시기였다. 예전 같았으면 글을 보고 상상에 의존해서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저의 상황들에 대입해서 비슷한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부분을 좀 더 확장해서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하게 되고, 계속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내가 지금 흐름상 캐릭터의 상황에서 이게 최선일까 하게 된다. 연기에 접근하는 방법이나 보는 시야 자체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정수환은 연기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굴곡 없는 인생이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군대도 다녀오고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연기 하는 게 행복하고 좋아서 해왔는데 보이는 성과가 없었기애 좀 내려놓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다가 연기 외적인 걸 도전해보자 했고,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에 면접을 봤는데 붙었다. 그렇게 기간제 교사로 근무를 하다가 어쩌면 내가 배우로 살아가는 것보다 이게 더 괜찮은 게 아닌가 싶을 때 ‘내 눈에 콩깍지’를 만났다. 내게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진로가 바뀔 수 있었지만 그때 그에게 찾아온 작품이 ‘내 눈에 콩깍지’였다. ‘내 눈에 콩깍지’로 인해 다시 배우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냥 너무 행복했다. 빨리 촬영을 하고 싶었다. 내가 4회부터 등장하는데, 그 회차를 마르고 닳도록 본 것 같다. 어떻게 등장하면 좋을까 등 고민이 많았다. 드라마 전체에서의 내 연기로 보면 가장 집중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후 연기의 초석이 됐다. 회차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시야가 바뀌고 호흡이 달라지면서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간절히 기다려왔던 작품인 만큼 정수환은 장세준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엄친아 느낌이 강하지만 과거의 비밀이 있어 늘 불안하고 초조한 장세준을 몰입감 있게 표현했다.
“내 욕심 같아서는 매 순간 다르게 연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게 흐름이 있기 마련이고, 그 흐름 속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 욕심에 튀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 과거에 가진 비밀로 인해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연기를 했지만 단련이 됐다. (백)성현이 형이 ‘감정씬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성현이 형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작품의 회차가 흘러가면서 장세준은 선역도 아니고 악역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기도 했다. 그리고 기획 단계에는 없던 김해미(최윤라)와 러브라인으로 엮이면서 초기 설정이 흔들리기도 했다.
“일일극 특성상 서브 남주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는데, 나만의 장세준을 만들고 싶었다. 너무 뻔하게 보이긴 싫었다. 긴장을 불어 넣는 캐릭터라고 하는데 예측할 수 없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게 하고 싶었다. 초반에는 작가님께서 ‘장세준이 우리 작품의 트리거 역할이다’, ‘최종 빌런이 될 수도 있다’고 해주셨는데, 중반부 들어서 어떻게 풀어가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그래서 고민해서 한 말이 ‘어떻게 하면 악역이고 어떻게 하면 선역이고라는 자체가 되게 웃기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악역이 될 수도 선역이 될 수도 있는데 그걸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작가님이 어떤 방향으로 해주시든 저는 장세준일 뿐입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기획 단계에서 (김)해미와 러브라인은 아니었다. 배우들이 각자 위치에서 자기 역할들을 잘 수행했기 때문에 작가님도 예측하지 못한 전개로 흘러가지 않았나 싶다. 이런 점이 역으로 되게 흥미로웠다고 생각하고, 시청자 분들도 예측하지 못하는 전개 속에서 더 몰입해서 봐주신 것 같다. 배우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이야기하며 상의하기도 했고, 시청자 분들이 보시면서 예측을 못해서 약이 올랐으면 하기도 했다.”
간절히, 오래 기다려왔던 작품 속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한 정수환은 연기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게 됐다.
“정수환이라는 사람 안에 장세준이 조금은 있을텐데 그걸 크게 꺼내서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긴 시간을 장세준으로 살다보니 나도 어느 순간 평상시에 장세준의 말투를 쓰고 있었다. 장세준으로 살면서 MBTI도 바뀌었는데, 작품을 마친 후에도 장세준이 내게 잘 섞인 것 같다. 내게 필요한 부분이었는데, 장세준을 만나 더 괜찮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한다.”
3년 만의 안방 복귀작을 성공적으로 마친 정수환. ‘내 눈에 콩깍지’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가 앞으로 어떤 연기 인생을 그려갈지 주목된다.
“‘막영애15’가 내 초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 눈에 콩깍지’가 내 초심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정말 간절할 때 찾아온 작품이고, 이 마음이 앞으로 내가 가야 할 다음 걸음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언젠가는 위기가 올 텐데, ‘내 눈에 콩깍지’가 나를 잡아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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