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이 유작이 되지 않길 바란다. 여기 있는 배우들이 모든 걸 불태웠다.”
장항준 감독은 28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리바운드’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제 나이 또래 감독님들이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저는 이번 영화가 아닌 다음 영화가 유작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이같이 농담하며 웃었다.
장 감독이 연출한 ‘리바운드’(제공 넥슨코리아,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워크하우스컴퍼니, 공동제공배급 바른손이앤에이)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 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를 담은 영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과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 넷플릭스 ‘수리남’과 영화 ‘공작’의 권성휘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안재홍은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신임 코치 강양현 역을 맡아 싱크로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 배우들 가운데) 제가 가장 연장자로서 기분은 새로웠다. 친구들과 촬영하면서 코치석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제가 한 10년 전쯤에 족구를 하던 모습과 겹쳐진 거다. 그때 (영화 '족구왕' 속)제 유니폼도 파란색이었다. 저 친구들의 기분을 제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장항준 감독은 “안재홍이 강양현 감독님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다. 안재홍은 실제 부산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까지 그 지역에 살았다. 어떻게 보면 부산 ‘아재’들이 쓰던 사투리를 그대로 쓴 것”이라고 안재홍의 부산 사투리 연기를 칭찬했다.
신예 이신영이 주장 기범을 완성했다. 기범은 슬럼프에 빠진 천재 선수. 이날 이신영은 “촬영을 하면서 농구를 처음 해봤다. 안 되던 동작들이 (촬영)후반부에 가서는 하게 되면서 ‘이게 나의 개인적인 기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동안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합을 이루는 과정이 기적 같았다. 정말 드라마틱했다”고 자신의 농구 실력 향상이 기적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농구 연습을 하며 자신만의 일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에 정진운은 “제가 보기엔 이신영의 기적은 촬영장 근처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국밥집을 찾았을 때다. 그때 눈빛이 너무 즐거워보였다”는 에피소드를 전해 웃음을 곁들였다.
2AM 멤버 겸 배우 정진운이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을 맡았다. 부상으로 인해 농구를 그만둔 규혁은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이날 정진운은 “선수들끼리 기량을 발휘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어떤 패턴이 아니라 공을 띄워주면 (정)건주가 덩크슛이나 앨리웃을 해야 했다. 빠르게 움직여서 그 컷을 해냈을 때 너무 뿌듯했다”고 촬영기를 떠올렸다.

“규혁이 신었던 신발을 구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는 정진운은 “농구 자세에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실제 인물과 저 개인의 영광스러웠던 순간의 교집합을 찾아나가면서 연구했다”고 캐릭터에 들인 노력을 전했다.
배우 김택은 점프력이 좋은 순규 역을, 정건주는 길거리 농구를 즐겼던 강호 역을 맡았다. 김택은 “저는 실제 농구선수로 오랜 시간 지냈다보니, 연기하면서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동작이 있어서 못하는 척하기가 되레 어려웠다. 캐릭터적으로는 농구를 못해야 하는데 오히려 저는 잘 돼서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고 했다.
김택은 이어 “저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캐릭터를 연구했고 실제 선수의 습관을 보면서 당시의 에피소드를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건주는 ‘리바운드’에 출연한 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5년 전에 제작이 무산됐었는데 그때도 제가 오디션을 봤었다. 이후 ‘유퀴즈’에 감독님이 나오신 걸 보고 연락을 드려서 또 오디션을 봤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나올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 순간부터 기적이었다”라고 되짚었다.
배우 김민이 농구 경험이 전무한 신입생 재윤을 연기했고, 안지호가 열정 가득한 신입생 진욱으로 분했다. 안지호는 “연습할 때 3점 슛이 안 들어갔었는데 촬영할 때는 들어가서 저 스스로 ‘찐반응’이 나왔다”고 자평했다.
이어 김민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공이) 들어가야 할 때 안 들어가고, 안 들어가야 할 때 들어간 순간이 많았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서 제가 맡은 선수의 습관을 캐치했고, 유튜브 동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들려줬다.



장항준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장기 흥행과 관련,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저희 영화의 개봉 시기는 원래 4월이었다”며 “‘슬램덩크’와 다른 점은 지금을 살아가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다는 거다. 엘리트 체육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지만 끝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이 오늘인지, 내일인지 확실히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청년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그러면서 장 감독은 “‘슬램덩크’가 국내에서 흥행하면서 (매일) 놀라고 있다”라며 “근데 (국내 영화계에서) 내가 만만해서 그런지 4월이 체육의 달도 아닌데 약속이나 한 것처럼 스포츠 영화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고 농담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끝으로 그는 “작년 여름부터 이 배우들과 함께 땀 흘리며 열심히 만들었다. 관객들이 꼭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당부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4월 5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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