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결의가 필요했다.(웃음)”
안재홍(37)은 29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는 안 선생님의 말이 나온다. 저는 이 작품의 대본에 그 대사를 적어놓고 촬영장에 갈 때마다 봤다”고 ‘리바운드’에 임하며 가졌던 마인드를 이같이 피력했다.
내달 5일 극장 개봉하는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 제공 넥슨코리아,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워크하우스컴퍼니, 공동제공배급 바른손이앤에이)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 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를 담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과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 넷플릭스 ‘수리남’과 영화 ‘공작’의 권성휘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안재홍은 실존 인물인 부산 중앙고 농구부 코치 강양현 역할을 맡아 극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장항준 감독님과 강양현 코치님을 같이 만났을 때 재미있었던 게, 코치님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영화화된다는 게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나를 극중에서 죽여도 좋다’고 하시더라.(웃음) 그 정도로 강양현 코치님께서는 저희를 묵묵히 응원해 주셨다. 영화가 너무 궁금하면 슬며시 물어보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강양현 코치에 대해 안재홍은 “코치님이 저와 4살 차이가 나는데 친형이 한 명 더 생긴 거 같은 느낌이다. 제가 친형과 4살 차이다. 강 코치님은 어디서도 만나지 못할 인연”이라며 “코치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가슴이 뜨거웠던 순간을 연기해준 배우가 안재홍이고, 제 입장에서는 기적 같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저희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지점이 생겼다는 생각이다. 만나서 같이 밥을 먹을 정도로 친해졌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안재홍은 실존 인물에 자신의 상상과 해석을 더하긴 했지만 2012년 당시 강 코치의 모습을 100%로 시각화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저는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싱크로율을 높이고 싶었다. 특히 2012년은 먼 과거가 아니라 불과 10여 년 전이다. 2012년의 뜨거웠던 농구장을 스크린에 가져오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헤어 스타일부터 체격, 말투, 그가 선수들에게 한 주문, 그의 손짓과 제스처까지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고 캐릭터를 만든 과정을 들려줬다.
이어 안재홍은 “제가 캐릭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할수록 영화를 보실 관객들이 빠른 시간 안에 농구장 안으로 들어오실 거 같았다”며 “비주얼과 함께 특히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강 코치님이 가졌던 그때의 마음이었다. (현존하는 분이니까)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전화해서 물어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절박했던 강 코치의 마음을 이해했다는 안재홍은 “실화이긴 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토리다. 2012년 당시, 나이 어린 코치가 기대를 받지 못한 고등학교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의 강호들과 붙어서 이기려고 했던 시간이 얼마나 떨렸을까. 저는 코치님이 가졌던 그때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 연기자로서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강 코치님이 얘기한 게 ‘그땐 내가 너무 어렸지만 상대팀에 주눅 들지 않으려고 일부러 어른스럽게 옷을 입었다’고 하시더라”고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세밀하게 신경 쓴 부분을 들려줬다.


안재홍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문장은 “기적 같은 이야기를 제대로 잘 구현하고 싶었다”는 말이었다.
판타지 같은 실화지만 땅에 붙은 승리의 이야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완성하고자 했다는 의미다. 보잘 것 없던 고등학교 농구부 코치 강양현을 연기한 안재홍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그의 상황과 마음을 조밀하게 구성했다.
특히 파란색, 어떤 날은 새빨간 피케티셔츠를 입고 긴장한 낯빛을 그려내는 등 강양현 캐릭터를 세세하게 그린 안재홍의 계산된 연기가 스크린 안에서 빛을 발한다. 2012년의 강양현을 안재홍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지만 저는 이 멋진 기적을 생동감 있게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현장에 나갈 때마다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이 멋진 드라마를 재미있게 전달하자는 게 저의 지향점이었다.”
부산 출신인 안재홍은 고등학교 때까지 그 지역에서 자랐다고 한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아재’ 스타일의 부산 사투리를 구현했다.

안재홍은 “경상도 사투리가 굉장히 다양하다. 어떤 분들은 악센트를 강하게 주고, 또 어떤 분들은 은근하고 나긋하게 구사한다. 제 고향이 부산인데 영화에서 쓴 사투리가 강양현 코치님의 말투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분만의 정서를 가져오려고 했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리바운드’에 대해 “실화를 과장하지 않고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한 영화”라고 정의내리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마음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저도 이 시나리오를 접하기 전에는 실화를 몰랐었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흥분감이 밀려왔다. 관객분들도 영화를 보면 그런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극장 관람을 추천했다.
4월 5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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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른손이앤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