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인어공주’와 ‘피터팬 & 웬디’ 측이 주인공에 해당하는 인물에 흑인을 캐스팅 하면서 원작을 파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작품을 보기도 전에 인물의 피부색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종 논란은 영화의 개봉 이후에도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는 전세계 사랑을 받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실사화한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 오는 5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디즈니+ 영화 ‘피터 팬 & 웬디’(감독 데이빗 로워리)는 1953년 선보였던 클래식 애니메이션 ‘피터 팬’을 재구성한 실사 영화.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는 것이 두려운 어린 소녀 웬디 달링이 성장을 거부하는 소년 피터팬을 만나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다.

웬디는 작은 요정 팅커벨, 피터 팬과 함께 네버랜드라는 마법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면서 후크 선장을 만나게 된다. 이 가운데 팅커벨과 잃어버린 아이들 역할이 유색인종으로 바뀌었다.
앞서 인어공주 역을 맡은 할리 베일리가 “전세계 예비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은 저를 감정적으로 찢어놓았다”라면서도 “모든 어린이들의 반응, 특히 유색 인종 어린 소년 소녀들의 반응은 나를 정말 감정적으로 북받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은 걸 보면 끔찍한 차별과 혐오 발언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 와중에서도 유색 인종 어린이들의 지지와 응원이 큰 힘이 됐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동안 월트디즈니컴퍼니 측이 마블 시리즈 영화 및 애니메이션 실사화 작품에서 유색인종을 캐스팅한 적은 많았다. 그러나 5월 전세계 극장 개봉을 앞둔 ‘인어공주’와 이달 말 디즈니+를 통해 공개될 ‘피터팬 & 웬디’처럼 흑인 캐스팅이 논란시 됐던 적은 없었다. 예비 관객들의 보편적 인권에 기반한 성숙한 시민 의식이 다소 아쉬울 뿐이다.
제작진과 감독의 입장에서 봤을 때 흑인 캐스팅은 특정 인종에게 혜택을 주지 않고, 사람들의 잘못된 인종적 편견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인종에 편견과 선입견을 갖기 않기 위해 전세계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 주류 집단에서 여전히 백인에 비해 유색인종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반면 예비 관객들은 원작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살려서 재미와 감동을 이어가길 바랐다.

기대와 달리 제작진은 캐릭터에 맞춘 흑인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전면 내세웠고, 이는 원작 파괴 이슈와 함께 백인 배우들에게 차별이 가해지는 역차별 논쟁으로 불거지게 됐다. 인종과 민족에 있어서 그 어떠한 편견도 포함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였을 텐데,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배우 캐스팅으로 인해 작품을 보기도 전에 되레 선입견을 갖게 된 셈이다.
두 작품이 대중을 만나 호평을 얻게 된다면 인종 차별 논란이 그나마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만, 작품의 만듦새가 시원찮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인종차별과 역차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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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어공주' 예고편 영상 캡처, 디즈니+, 월트디즈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