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에는 남자주인공의 비주얼, 목소리, 피지컬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남자 주인공의 능력을 드러내는 ‘직업’. 그래서 로맨스 드라마는 재벌2세와의 백마탄 왕자 스토리가 나타나기도, 셰프와 보조에서 사랑에 빠지는 사내연애가 등장하기도, 군인의 딱딱한 말투와 각잡힌 행동 사이에서 보이는 다정한 면모로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 변화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재벌 2세는 기본, 셰프와 군인,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을 이어 요즘에는 또 하나의 직업으로 ‘일타 강사’가 새롭게 나타났다.
지난 2021년 방송된 KBS 2TV ‘크레이지 러브’를 시작으로 tvN ‘일타스캔들’, 또 남자 주인공은 아니지만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2TV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도 일타강사가 되고 싶은 루키 강사가 등장한다.

먼저 ‘크레이지 러브’는 살인을 예고 받은 개차반 일타 강사와 시한부를 선고 받은 슈퍼을 비서가 그리는 달콤 살벌 대환장 크레이지 로맨스 드라마로, 배우 김재욱이 일타 강사 노고진 역을 맡았다. 그는 고졸 출신임에도 아이큐 190의 천재적 브레인으로 자신의 회사를 업계 최고로 만든 인물로 비서 정수정과 달콤 살벌 로맨스를 선보였다.
‘크레이지 러브’가 일타 강사라는 직업을 사용해 신선함을 안겼다면, ‘일타 스캔들’은 본격적으로 일타 강사를 주제로 드라마를 이끌어갔다. 일타 강사와 학부모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일타 스캔들’은 일타 강사 최치열 역을 맡은 정경호의 판서부터 수업 말투까지 실제 인터넷 강의와 흡사하다는 평가가 계속됐다.
여기에 남행선(전도연 분)과의 로맨스도 몰입을 일으켰다. 남행선의 어머니가 자신이 과거에 자주 갔던 단골 식당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남행선의 가족을 챙기던 최치열은 남행선과 사랑에 빠진다. 불륜이라고 생각했던 스캔들은 남행선이 남해이의 엄마가 아닌 이모라는 것이 밝혀지며 로맨스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자체 최고 시청률 17%를 기록하며 종영하기도 했다.

최치열 역을 맡은 정경호는 일타 강사 역을 맡았던 것에 대해 “일타라는 말도 잘 몰랐고 수학은 정말 하나도 몰라요. 그런데 일타 수학 강사를 해야 한다니 걱정이 됐다. 그래서 가장 중점적으로 공부했던 건 수학 강사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영상을 찾아보고 안가람 선생님에게 자문도 구했다. 수업 참관도 하고, 새로운 세계라 두 달 정도 칠판 사놓고 연습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니시리즈에 이어 주말 드라마에도 일타강사를 꿈꾸는 루키가 등장했다.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오연두 역을 맡은 백진희는 이번 작품에서 인터넷 강의계의 루키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으며 ‘일타강사’에 오를 일만 남은 인물을 연기한다. 비슷한 시기에 ‘일타 스캔들’이 신드롬을 일으킨 가운데 백진희는 “정경호 오빠께서 일타강사 역을 너무 잘 표현하셨다. 모니터링을 다 했다”며 그의 연기를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가운데, 올해는 또 어떤 직업이 새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cykim@osen.co.kr
[사진] tvN, KBS2,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