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데보라’에서 외모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예로 든 가운데, 해당 내용이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ENA '보라!데보라'에서는 연보라(유인나 분)가 외모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언급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데보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말이에요. 자기 배설물 위에 누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이 한 컵의 물을 받아서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으로는 세수를 했어요. 유리 조각으로 식판 뒤의 얼굴을 보면서 면도도 했고요. 그리고 살아남았어요"라며 "외모를 가꾸고 치장하는 건 생존의 문제라는 거예요. 솔로로서 살아 남아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이수혁(윤현민 분)은 "독서에 재미 좀 붙이셨나 보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맞죠?"라고 물었고, 데보라는 "잡지에서 본건데요? 왁싱에 관한 기사였어요"라고 답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최대의 강제수용소이자 유대인 집단학살 장소로 참혹한 비극이 벌어졌던 곳이다. 당시 유대인들이 컵에 남은 물로 얼굴을 씻은 이유는 외모 가꾸기나 치장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함이었고, 살아남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보라! 데보라' 측은 생존과 존엄성의 차원이 아닌 외모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 특히 작가가 외모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당황을 넘어 분노를 안겼다. 다른 비유가 충분히 가능한 대화였다는 것.
한 해외 네티즌은 “나는 작가들이 이것을 생각해 내고, 그 과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승인했다는 걸 믿을 수 없다. 무지는 무섭다”며 아우슈비츠 수용소 언급 장면을 공유했고, 이를 본 다른 네티즌은 “이 장면에 대해 말할 수 있는게 너무 많은데,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어렵다. 가볍게 쓴 내용이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내가 잘못 보고,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선을 넘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등 비판을 이어갔다.
해당 내용은 해외에도 공유됐다. 영국 매체 스포츠키다, 인도네시아의 Wowkeren(와우캐런),칠레의 Unniepop(언니팝) 등 해외 매체에서도 이를 보도하며 국내외 누리꾼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영국 스포츠키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하며 “‘보라! 데보라’는 수용소의 잔인함을 무시하고 수백만의 죄수들을 살고자하는 의지보다 자신을 가꾸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해당 내용에 시청자들은 ‘보라! 데보라’가 문제점을 지적했고, 해당 언급에 무감각한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ENA ‘보라! 데보라’ 측은 공식입장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제작진은 “지난 5월 9일, '보라! 데보라' 9화 방송에서 언급된 특정 대사로 인해 불편함을 드린 점에 사과드린다”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시각으로 언급했어야했는데, 신중하고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작진 측은 “역사적 비극을 가볍게 소비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는 점 말씀드리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제작에 더욱 더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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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NA,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