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택배기사'에서 열연한 배우 강유석이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따낸 역할에 대한 애착과 만족감을 밝혔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이 가운데 사월 역으로 열연한 강유석을 1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 공개되고 연락을 많이 받았다"라는 강유석은 "부모님이 사월이 너무 귀엽다고 해주셨다. 저 옛날에 개구쟁이 시절 보는 것 같다고 해주셨다. 아버지가 '저거 어디서 찍은 거냐'고 하시더라. 반 이상이 CG이고 블루스크린에서 찍었다고 하니까 신기해 하시더라. 세계관도 재미있게 봐주셨다"라고 했다. 블루스크린 등 CG 촬영에 대해 강유석은 "사진으로만 보고 이런 게 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개되고 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 나와서 아버지가 속을 만 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놀라워했다.
택배기사 선발전 과정이 '피지컬:100'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고 강도 높은 액션이 시선을 끈 바. 강유석은 "확정되고 3개월 정도는 꾸준히 액션을 연습했다. 기초체력부터 다졌다. 매일 1시간 달리기를 했다. 합만 연습해도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촬영을 하니 테이크를 여러번 갈 때가 많아서 나중엔 이해가 됐다. 낙법, 권투, 액션 합을 차근차근 배웠다. 1차전, 2차전, 3차전 다 라운드 별로 하나씩 찍었다. 1대1 액션인데 링 위니까 제가 숨을 데가 없어서 진짜 맞는 액션이 힘들었다. 합도 많고, 테이크도 많이 가고 각도 많이 따서 치열했다. 액션팀에서 지도도 많이 해주셔서 아무도 다치지 않고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3차전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링 위에서 하다 보니까 숨을 데가 정말 없었다. 사람들 사이로 숨었던 걸 할 수 있는데 벽도 링 위에서 하다 보니 액션 합을 라운드 별로 한 라운드씩 2분씩 찍었다. 그걸 다 외워야 하고 쉬지 않고 가야 하고 진짜 맞기도 하다 보니 1, 2차전 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강유석은 기대작인 '택배기사'에 출연하게 된 비화에 대해 "오디션에서 20대 남자 배우 거의 다 모였다. 1차 때 한창 코로나19 시국이라 비대면으로 영상 지원을 했는데 1차 오디션에서 우빈이 형이 '마스터'에서 했던 연기를 하나 골라서 했다. 2차 때는 대면이긴 했는데 조연출, 조감독님 뵙고 했다. 그때 사월이 쪽대본을 받아서 연기를 했다. 3차 마지막 최종 오디션 때는 '택배기사' 일부를 보고 누나랑 싸우는 장면 같은 부분을 읽어보고 했다.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사월이 역할로 같이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경쟁률은 모르는데 대충 1천 몇 대 1, 1500대 1 정도는 됐을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그는 원작 웹툰과 드라마의 비교에 대해 "저희 작품은 원작의 세계관을 가져오고 변화를 줬다. 재생산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5-8의 매력이 많이 보이고 저희 드라마 만의 색깔이나 매력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도 원작을 다 보진 않았다. 초반에 보다가 감독님이 원작과 많이 다를 거라 안 보는 게 좋다고 해주셔서 조금 보다가 중간에 하차를 해서 대본 보면서 같이 만들어갔던 것 같다"라고 애착을 보였다.
특히 그는 "감독님이 일단 사월이가 밝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제일 많이 하신 말씀이 '소년만화 주인공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포기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들면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주변 사람들 챙기고. 그래서 외모를 내려놨다. 10대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될 것 같진 않았다"라고 했다.
강유석은 "극 중에서 미래이고, 환경이 오염됐다 보니 거기서 피부가 너무 좋은 것도 아닐 것 같아서 머리도 단정하지 않게 하고 얼굴도 톤다운을 했다. 어둡게. 외적인 거에는 큰 신경을 안 썼다. 촬영하다가 땅바닥에 앉아서 쉬고 흙 뿌린다고 하면 일부러 뒹굴었다. 잘생기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인물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 강유석은 사월과 얼마나 닮았을까. 그는 "어렸을 때는 천진난만하고 밖에 나가 노는 것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집에 있는 게 좋더라. 제 MBTI는 ESFP다"라며 웃었고, "올해 서른이 됐다. 작년에 서른이 되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았다. 나이 드는 게 안 좋았던 사람이라. 그런데 막상 서른 되니까 나이는 그냥 나이더라. 어렸을 때부터 철들지 않고 싶었는데 언제까지 소년이고 싶었는데 약간 지금 어른까지는 아니어도 소년이랑 어른 중간 정도 된 것 같다. 청소년 정도 된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서른이 되고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유석은 "철이 들지 않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하게 살고 싶어 그랬다. 원래 제가 평소에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생각이 없을 때가 언제일까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소년일 때여서 그렇게 소년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가 생각했을 때 연기를 하려면 어른스러운 것도 좋겠지만 소년의 감성, 감각이 계속 깨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사실 제가 누구 한분을 보면서 배우르 꿈꾼 건 아니었다"는 그는 "배우를 꿈꾼 건 많은 영화를 보면서, 브라운관을 채운 모습이 멋있어서 연기자의 꿈을 꾼 것 같다"라며 "'법쩐' 전에 '택배기사'가 처음으로 한 큰 주연 역할이라 촬영 전부터 마음가짐이 달랐다. 이제는 약간 욕심도 생겼고 보여줘야겠다고 생각도 했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힘 빼고 사월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했다. 조금 더 욕심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택배기사'로 처음으로 넷플릭스 작품에 임한 것에 대해 "꿈에 그리던 넷플릭스에 입성해서 감개무량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이어 "SNS 팔로워는 조금씩 늘었다. 두배까지는 아니고 원래 25만 명 정도 있었는데 5만 명 정도 늘었다"라고 했다.
또한 "재수할 때 얹혀 살았던 형이 있는데 연락이 왔다. '택배기사' 잘 봤다고. 오랜만에 반짝이는 너를 본 것 같다고 해줬다. 입시 준비할 때라 제 연기도 많이 보여줬는데 그때의 반짝임을 사월이에서 본 것 같다고 보기 좋았다고 해줬다. 그게 고맙더라"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은 혼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에서 어필을 하고 싶지는 않다. 예능은 아직 무섭다.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런 강유석에게 '택배기사'는 얼마나 만족감을 줬을까. 강유석은 "항상 아쉬움이 남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꽤 많이 100%는 아니어도 꽤 많이 만족한다. 제가 진짜 좋아했던 캐릭터고 애정했던 사월이를 제가 고민하고 생각한 만큼 표현한 것 같아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사월이가 5-8을 처음 봤을 때 목소리에 '삑사리'가 난 장면이 있다. 처음 만난 장면인데 어떻게 좀 살릴까 얘기를 하다가 어쨌든 우상이고, 처음 만난 긴장감을 줘야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표정에서 떨림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말할 때 삑살리르 줬다. 그 당황을 했지만 숨기면서 당당함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 순간은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애드리브로 했던 것 같다. 우빈이 형이 '너 이거 괜찮아?'라고 물어봐서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 알려주기도 했다"라며 디테일까지 신경 쓴 만족감을 밝히기도.
끝으로 강유석은 데뷔 5년차 어엿한 주연 배우 자신의 발자취에 대해 "5년 동안 일을 하면서 제 자신에게 감사하거나 칭찬을 해준 적이 없는 것 같다. 항상 자책만 했다. 못했던 일을 자책만 했다. 그런 자책들과 힘든 일을 잘 겪고 지금까지 계단을 밟아가는 것까지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이렇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제 자신에게"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