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SBS와 JTBC가 엎치락뒤치락 주말 안방극장에서 싸우고 있다. 벌써 6개월 넘게 네 작품 이상 비슷한 시간대에 맞붙으며 자존심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SBS는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의 신작 '악귀'를 선보이고, JTBC는 이준호와 임윤아 주연 '킹더랜드'를 편성했다.
좀 더 정확히 따지면, SBS는 금토드라마 오후 10시, JTBC는 토일드라마 오후 10시 30분으로 완벽한 경쟁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가장 시청률이 높은 황금 시간대 미니시리즈로, 현재 모든 방송국이 뛰어들어 분명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김래원 주연의 '소방서 옆 경찰서'는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해 후속까지 제작되는 등 관심을 받았지만, 라이벌을 잘못 만났다. 당시 JTBC 메가 히트작 '재벌집 막내아들'이 동시 방영돼 화제성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재벌집'의 최고 시청률은 무려 26.9%로, '부부의 세계'에 이어 역대 JTBC 드라마 시청률 2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주도권이 JTBC에게 넘어갔고, 이보영이 주연을 맡은 '재벌집'의 후속 '대행사'마저 연달아 흥행하며 16.0%로 종영했다. '대행사'와 맞붙은 이선균 주연의 SBS '법쩐'도 11.4%를 기록했지만, JTBC의 기세를 꺾진 못했다.


그러나 이제훈이 SBS 구원투수로 나서며 JTBC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모범택시' 시즌2로 복귀한 이제훈은 다양한 부캐쇼를 펼치면서 '갓도기'의 이름값을 톡톡히했다. 시즌1의 시청률을 경신한 21.0%로 종영해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두 눈을 SBS에 고정시켰다. 경쟁작 조승우 주연의 JTBC '신성한, 이혼'은 9.5%로 마무리했다.
지금 온에어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3'와 '닥터 차정숙'은 '닥터 vs 닥터'로 주인공의 직업까지 겹친 상태다. 방송 전만 해도 이전 시리즈가 30%에 육박한 '김사부'의 우위가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를 반대였다. 엄정화를 내세운 '닥터 차정숙'이 시청률 고공 행진을 보이면서 10회 만에 18.0%를 찍었고, 20% 그 이상도 기대되고 있다. 반면 '김사부3'는 12~13%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는 6월 경쟁할 드라마는 올해 기대작으로 꼽힌 SBS '악귀'와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JTBC '킹더랜드'다.


'악귀(惡鬼)'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 등 집필하는 작품마다 작품성과 흥행의 힘을 입증해온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의 신작이다. 김태리, 오정세 등이 주연으로 나섰고, 오는 6월 23일 첫 방송을 확정했다.
'킹더랜드'는 웃음을 경멸하는 남자 구원(이준호 분)과 웃어야만 하는 스마일 퀸 천사랑(임윤아 분)이 호텔리어들의 꿈인 VVIP 라운지 킹더랜드에서 진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준호와 임윤아가 발랄한 로코물에서 남녀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다. 6월 17일 첫 방송 예정이다.
두 의사가 물러나면 오컬트와 로코 드라마가 경쟁을 시작한다. 180도 다른 장르인만큼 작품의 분위기, 타깃층, 커뮤니티 내 반응도 극과 극으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SBS가 자신있게 내놓은 '악귀'가 주도권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시 대세 이준호-임윤아의 로코에 울상을 짓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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