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가 긴 방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새롭게 돌아온 만큼 각오도 남다른 ‘개그콘서트’가 전성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별관에서는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상미 CP와 이재현 PD, 개그맨 김원효, 정범균, 정태호, 김지영, 조수연, 홍현호, 윤형빈 등이 참석했다.
‘개그콘서트’는 1994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21년 동안 수많은 스타 희극인과 유행어를 배출하며 시청자들의 주말 밤을 책임졌지만 2020년 종영했다. 이후 공개 코미디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지난 5월 크루를 공개 모집한 뒤 ‘개그콘서트’의 부활을 선언하며 대한민국에 웃음을 불어 넣겠다는 각오다.
박성호, 정태호, 정범균, 송영길, 정찬민, 신윤승 등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배 개그맨들과 홍현호, 김시우, 임선양, 임슬기, 오정율 등 패기로 똘똘 뭉친 후배 개그맨들이 지난 5월부터 약 6개월 동안 트렌디하면서도 전 세대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다채로운 코미디를 준비한 ‘개그콘서트’는 1051회부터 다시 출발한다.
조현아 예능 센터장은 “‘개콘’을 시작한다는 게 감개무량이다. 시작한다는 말이 나온 뒤 우려, 걱정, 기대 등이 있었는데 잘 견디고 준비를 한 출연자들과 제작진에게 감사하다. 시작하는데 있어서 미흡한 점도 있겠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셔서 옛날의 ‘개콘’을 부활시키고 건강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며 “재미없으면 바로 편집이다. 테스트 코너가 있고 만약 편집이 되더라도 보완해서 선보일 예정이다. 편집이 되더라도 섭섭해 하지 말고 언제가는 사랑 받을 코너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상미 CP는 새로워진 ‘개콘’에 대해 “2020년 6월에 종영하고 3년 가까이 흘렀다. 예전과 달라진 ‘개콘’은 새로운 얼굴들이 굉장히 많다. 잘 해주셨던 분들도 있고 새로운 피가 있어서 신선한 코너를 많이 준비했다. 예전과 같은 점은 익숙한 공개 코미디”라며 “유튜브에서도 많이 보면서 적용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식상할 수 있지만 주말 밤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게 없다. 유튜브, OTT에 재미있는게 많지만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같이 시청하기 어렵기에 세대 간의 단절이 생기는 것 같다. 모든 세대가 같이 봐도 어색함 없이, 서로 설명도 해줄 수 있게 되면 대화가 생기면서 세대 갈등이 줄어들 것 같다. 센 코미디와 다른 부분은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어색함이 없고 어렵지 않다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원효는 “22기가 기회를 많이 받았다. 신인 때 열심히 한 만큼 혜택을 주셔서 신인임에도 무대 주인공일 수 있었다. 예전엔 선배님들이 주축이 되고 후배들이 작은 역할들을 많이 해왔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선배들이 받쳐주고, 신인들에게 기회가 많이 갈 것 같다. 신인들이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지만 같이 웃으면서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인들이 전면에 나선다는 부분은 새롭다. ‘금쪽유치원’ 코너에 참여하는 김지영은 “중학생 때부터 개그맨이 되고 싶었는데 20년 만에 꿈을 이뤘다. 댓글 중에 '일요일 밤은 ‘개콘’ 음악을 들으며 마무리했다'고 하더라. 시그널 음악만 나와도 웅장한 기분이 내게는 있다. 부활했으니 ‘개콘’의 음악으로 일요일을 만들고자 한다”며 “온라인에서 개그맨 군기가 엄청 쎄고, 군기가 심하다고 하는데 나는 무대를 하는 건 처음이지만 그런 게 없다. 같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선배님들이 노력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홍현호는 “‘개승자’ 때 느낀 건 개그맨들을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고, 유튜브에 올렸을 때 많은 응원을 받았다. 나 같은 중간 기수가 유튜브 뿐만 아니라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연은 “11년차인데 아직도 신인으로 느껴진다. ‘개콘’에서 보여준 게 많이 없어서 갈망이 있다. 그때 놀지 못한 걸 다시 보여주겠다. 다양한 캐릭터 검사 받으면서 준비하고 있다. 아직도 얼굴을 알리지 못했으니 이번을 계기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들의 뒤를 선배들이 받쳐준다. 김원효, 정범균, 정태호는 ‘개그콘서트’를 통해 전성기를 누렸던 만큼 감회가 새롭다.
정범균은 “다시 지어진 무대를 보니까 처음에 섰던 무대의 느낌이 난다. 오늘 그런 설렘을 다시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때는 내 개그만 준비를 했다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김원효는 “이 공간에서 여러 감정을 느낀다. 웃기는 공간인데 울기도 하고 감동도 받았다. 오늘은 들어올 때 울컥하더라. 그러다가 또 집처럼 편안해지더라. KBS에 원망도 많이 했지만 다시 불러주셔서 감사하기도 하다. 고마웠던 건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첫 녹화를 앞둔 가운데 이재현 PD는 “예전에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유튜브, OTT 등으로 인해 개그 붐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상함을 탈피하고자 노력을 많이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상미 CP는 “우리가 준비하는 와중에 ‘코미디 빅리그’ 종영 소식에 상심했다. 여러 채널에서 코미디가 부흥할 때 힘을 받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넷플릭스에서 생겨서 반가웠다. 시청자 분들은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제작비는 우리가 부족하겠지만 열정은 그 이상이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김원효는 “경쟁심이 있어야 자극이 된다고 본다. 제작진, 개그맨들이 신인 크루들을 뽑는 데 참여했다. 처음에는 암울했지만 요즘 세대들이 습득력이 있어서 성장이 빠르다. 본 무대 경험을 더하면 더 큰 성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범균은 “‘개콘’ 보실 때 재밌게 보시겠지만 ‘이 곳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지시게끔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태호는 “‘개콘’은 ‘코미디 로얄’과 다르게 가입하지 않아도 볼 수 있다. 다양한 맛 보시면서 ‘개콘’도 봐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개그콘서트’는 오는 12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25분 KBS2에서 시청자들과 만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