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센캐 언니', '친근한 예능인'이라고 해도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자 연예인으로 흡연을 얘기한다는 건 쉽지 않다. 자칫 의도와 다르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 그런 이유로 현직 아이돌이라면 흡연 이슈는 아직도 섣불리 입 밖에 내놓을 수 없는 주제다.
트로트 가수 김혜연은 지난달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임신 당시, 여자 가수가 출산하면 가수를 그만둬야 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임신 사실을 숨긴 채 무대에 올랐다"며 "배가 불러 보이지 않도록 의상까지 제작해 무대를 진행했다"며 일화를 밝혔다. 여기에 "출산 후 조리원에 있을 때도 시상식에 오르고자, 오래전에 출산한 척하기도 했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과거 여자 연예인들에게 결혼, 임신, 출산 등은 금기시 됐지만, 최근에는 많이 오픈되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유연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혼'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도 예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는 보이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가수 제시와 예능인 김숙의 거침없이 당당한 발언은 더욱 눈길을 끈다.
제시는 10월 공개된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서 "전자담배를 끊었고 연초도 끊었다"며 "아기가 낳고 싶어서 난자를 얼릴 거다. 다 까놓고 사람들이 안다"며 폭탄 발언을 내놨다.
지난 4일에는 유튜브 채널 '디글:Diggle-동네스타K3'에서 "(흡연, 성형 등을) 숨기는 게 웃기다. 갑자기 내가 성형을 하고 방송 나가서 얼굴 변했는데, '아니야 나 메이크업으로 커버했어' 그러는 게 오글거린다. 난 그런 사람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돌이 담배 안 피운다고 하면서 '저 그런거 몰라요' 하는데, 걸리면 더 욕 먹는다. 물론 담배는 좋지 않다"며 "그리고 어떤 한국 사람이 가슴이 이만하냐. 난 내가 하고 싶어서 (가슴을) 수술했고, 내가 돈 냈는데 왜 굳이 숨겨야 되냐. 난 과감한게 좋다"며 소신을 내비쳤다.
애연가였던 김숙도 다양한 경험담을 오픈하면서 '노담의 아이콘'으로 활동 중이다.
김숙은 많은 팟캐스트, 예능을 통해 "금연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솔직히 누구보다 (담배를) 많이 피웠고, 남부럽지 않게 피웠다. 자격이 있다"며 "담배로는 끝을 봤다. 물레방아까지 다 할 수 있었다. 송은이 언니에게 개인기를 많이 보여줬다. 잔도너츠, 큰도너츠 잘 만들었다. 금연 고는 욕심 난다. 유재석 선배도 말씀하셨지만 어디가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런데 금연 광고는 욕심이 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흡연자로 살면서 느꼈던 점을 알려드리겠다. 솔직히 끊기가 어렵다. 금연하려고 80개 침을 꽂았다. 그거 빼자마자 담배 피웠다. 이게 참 이상하다. 몸이 안 좋다는 걸 안다"며 "(금연할 때) 담배의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금연 도전자에게) 잔소리를 하지 말고 도와달라. '하지 마라' 대신 피우는 시간에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려주는 게 좋다"며 실질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제시와 김숙을 비롯해 풍자, 신기루, 최강희 등도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흡연 및 금연 경험담을 언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별것 아닌데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 일명 금기의 영역을 조금씩 깨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러한 흡연 고백이 마치 자랑 거리처럼 변질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연예인의 영향력이 청소년에게 크게 미치는 만큼 적절한 수위 조절은 필요해 보인다.
/ 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동네스타K3' '비보티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