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가 부활한다. 3년 반의 공백기, 폐지 당시 냉담했던 반응들까지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무거운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실정이다. 유튜브 중심으로 바뀐 코미디 생태계까지 우려를 자아내는 가운데, 문제는 방송 시작도 전에 프로그램을 검열하려는 듯한 외부의 시선이 압박으로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 '개콘' 공백기 3년 반, '피식대학'-'숏박스' 코미디 대세는 유튜브
'개그콘서트'는 과거 KBS 2TV 예능 프로그램이자 간판 공개 코미디 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20년 6월 26일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종영을 맞았다. 그리고 부활까지 3년 반의 공백기. 그 사이 국내 코미디 쇼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완벽하게 재편됐다. 당장 TV에서 공개 코미디 쇼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개그콘서트' 이후 유일하게 남아 있던 tvN '코미디 빅리그' 또한 문을 내렸다.
일찌감치 유튜브로 눈을 돌렸던 신인, 무명 코미디언들의 채널이 큰 성장을 거뒀다. 대표적인 예가 '피식대학'과 '숏박스', '빵송국' 등이다. '한사랑 산악회' 등으로 부캐릭터 열풍을 불러일으킨 '피식대학'이나, 성대모사와 패러디 콘텐츠로 시선을 끌다 시너지를 낸 '빵송국', 여기에 '장기연애' 같은 현실적인 일상 콘텐츠로 호평받고 있는 '숏박스'까지. 최근에는 스탠딩 코미디의 매력을 살린 '메타코미디클럽' 또한 각광받고 있다. 방송국에서 설자리를 코미디언들이 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유튜브에서 자체 생태계를 꾸려 선호도 높은 구독자라는 시청자들을 만나 마음껏 재능을 꽃피우는 중이다.
# 첫방도 전에 공문까지? 이미 현실이 코미디
반면 '개콘'은 표현의 자유 면에서 위기에 직면했다. KBS라는 방송사와 '개그콘서트'라는 그늘이 주는 그림자다. 공영방송사인 KBS는 그에 걸맞는 품위와 공정성, 객관성 등을 방송에서 지켜야 하고 이는 '개그콘서트'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웃음을 위해 과장, 희화하가 반복적으로 작용하는 코미디 특성상 이는 항상 발목을 잡는 존재였다. 전성기 시절 '개그콘서트'는 높은 시청률과 긴 역사 만큼 보는 눈도 많았고 외부의 평가를 피하기 더욱 어려웠다.
물론 '개그콘서트'에서 실제로 선을 넘는 코미디가 문제시 된 적도 있다. 흑인이나 아시아 인종을 희화하한다는 인종차별은 물론, 뚱보나 대머리 캐릭터들로 인한 인신공격 논란, 개그우먼들의 섹시 코미디나 타이즈를 입은 개그맨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모든 '경고'들을 피하고 편집 없는 공개 코미디를 추구한 결과, 과거 문을 닫기 직전 '개콘'의 일부 코너들을 두고 "폐지할 만 했다"라는 평까지 나왔던 실정이다.
그 여파일까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측은 최근 '개그콘서트' 제작진에게 정식으로 공문을 보냈다. 공백기 동안 높아진 인권 감수성에 맞춰 편견을 조장하지 않는 코미디을 보여달라는 우려와 당부 섞인 내용이었다. 문제는 아직 '개그콘서트'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응원의 대상이었다가 이제는 경쟁 상대가 된 유튜브 채널 콘텐츠들보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개 코미디를 선보이기도 전에 움츠러들게 만든 대목이다.
# 신인 위주 '개콘', 희극인 산실 사기 꺾일라
결국 부활한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코미디언 김원효는 공식 SNS를 통해 "그냥 보면 안 되나요?"라는 글을 남겼다. 또한 '개그콘서트'의 부활을 두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을 비롯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에게 "'정치개그콘서트'가 아니다"라고 못 박기도.
김원효 뿐만 아니라 부활한 '개콘'에는 박성호, 정범균, 정태호 등 과거 '개그콘서트' 전성기를 이끌고 함께 했던 코미디언들도 대거 참여한다. 그러나 부활한 '개콘'의 주축은 신인이다. 이에 선배 코미디언들을 비롯해 방송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건 신인들의 사기였다. 과거의 '개콘'과 돌아온 '개콘'의 위상이 다르다는 걸 이미 알고 시작하는 가운데, 나름 철저한 준비를 기울이고 있으나 시작도 전에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KBS에서 선보이는 '개그콘서트'는 단지 하나의 코미디 쇼를 넘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존재해왔다. 공개 코미디 쇼라는 장르를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선보이며 희극이라는 코미디 분야를 존속시키도록 돕고,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신인 희극인 나아가 예능인들을 배출하도록 기능하는 것. 유튜브라는 적자생존의 생태계가 아닌, 공영방송사 KBS에서 수신료의 가치를 내걸고 '개콘'의 부활을 도모한 이유다.
KBS 뿐만 아니라 방송사 체제의 위기가 대두되는 시기에 한가한 코미디 타령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평가는 방송이 시작된 뒤에 결과물을 확인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준비한 코미디를 편견 없이 자유롭게 선보일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 돌아온 '개콘'의 첫 방송은 단 하루 남았다. 오는 12일 밤 오후 10시 40분에 방송. / monamie@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