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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건으로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은 전임 대통령의 임무를 이어받아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야욕을 품는다.
권력 찬탈을 꿈꾸는 전두광의 계략을 눈치 챈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 그는 전두광과 노태건(박해준 분)이 이끄는 반란군 연합에 대항하고 서울을 사수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며 온 힘을 다한다.
김성수 감독의 신작 ‘서울의 봄’(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담은 영화다.
19살 겨울, 집에서 돌연 총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호기심을 갖게 된 김성수 감독은 30대 중반이 돼서야 그날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이에 김 감독은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지나온 과거와 역사적 사실, 자신의 견해를 한데 겹쳐두고 돌아본다.
역사를 다큐멘터리처럼 있는 그대로 풀어낸 것은 아니고, 겉으로 들어난 사실에 한 명의 창작자로서의 무한한 상상력을 가공했다. 우리가 그때 그 시절 정확한 역사를 알고 싶다면 역사 연구의 자료가 되는 서적이나 문서를 찾아보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인간의 죄의식에 대한 김성수 감독만의 관점과 연출 방식, 고독하고 차가운 액션을 기둥 삼아 황정민·정우성·이성민·박해준·김성균·정만식·정해인 등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앙상블이 유려하게 펼쳐진다.
특히 전두광과 이태신 캐릭터의 심리 대결을 통해 한층 더 연륜이 쌓이고 감정이 깊어진 황정민, 정우성의 연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독재 정권 시기를 배경으로 했거나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서울의 봄’이 본 적 없었던 것처럼 새롭고 신선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나름의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웰메이드 정치 스릴러 누아르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러닝타임 141분. 12세이상관람가. 11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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