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기’ 신하균이 열고 신하균이 닫았다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3.11.14 11: 29

 ‘악인전기’의 시작과 끝에 배우 신하균이 있었다.  
신하균이 주인공 한동수 역을 맡아 출연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악인전기’(극본 서희, 이승훈/연출 김정민, 김성민)가 지난 13일 방영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생계형 변호사 한동수(신하균 분)가 절대 악인 서도영(김영광 분)을 만나면서 엘리트 악인으로 변모하는 이야기를 그린 ‘악인전기’에서 신하균은 마치 1인 2역을 소화하는 듯한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작품의 중심을 지켰다.
신하균은 극 초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구치소 영업도 마다하지 않는 생계형 변호사 한동수의 모습으로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단정하지만 허름해 보이는 서류 가방과 동그란 안경, 영업에 최적화된 말투를 내세워 단호하지만 정의로운 한동수의 면면을 드러냈다.

이후 무엇보다 정의의 편에 가까이 섰던 한동수가 절대 악인 서도영보다 더 잔혹한 싸움의 중심에 서 있게 되면서 ‘악인전기’의 스토리는 절정을 향했다. 마지막회에 담긴, 광기에 젖어 악의 기운을 뿜어내는 한동수의 모습은 파국을 암시하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했다. 정의로움과 순진함을 간직하고 있던 생계형 변호사 한동수가 절대 악인 서도영에게 대적할 만한 악인으로 진화한 것. 특히 혈흔이 낭자했던 마지막 격투신은 분노로 가득한 작품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악인전기’는 마지막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동생 한범재(신재하 분)가 서도영에 의해 죽음을 맞은 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것 같던 한동수였지만 3년 후 그는 과거 서도영이 소유했던 사업체는 물론, 그의 집까지 손에 넣으며 범죄에 깊이 몸 담고 있음이 밝혀졌다. 권력까지 손에 넣기 위해 동생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한동수가 극악무도한 인간이 되었음을 의미했다.
극 중 한동수가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문상국(송영창 분)으로 인해 자존심이 짓밟혔을 때나 아내가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치매에 걸린 노모를 문상국의 계략으로 인해 잃어야 했을 때, 그리고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돈의 맛을 봤던 순간 등등 신하균은 한동수의 선함이 조금씩 붕괴되는 모습을 점증적인 감정 연기로 풀어내며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신하균의 연기는 쉴 틈 없이 다양한 변주를 하며 시청자를 찾아갔다. 극 초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명랑함을 유지했던 변변찮은 변호사 한동수에서 새로운 권력의 축이자 온갖 범죄와 살을 맞닿게 된 엘리트 악인 한동수로의 변화를 10회 동안 촘촘한 연기로 풀어내며 진한 몰입감을 자아냈다. 선함이 묻어나던 얼굴에서 어느 순간 묻어나던 차갑고 냉혈한의 기운은 신하균의 연기를 통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극 후반으로 가면서 휘몰아친 감정 연기 역시 신하균의 깊은 내공을 엿볼 수 있게 했던 부분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하게 힘이들어간 한동수의 말투와 자신감에 차오르던 표정은 마치 변심한 한동수가 살아 숨쉬는 듯한 착각에 들게 했다. 그의 노련한 감정 조절과 연기력으로 빚어낸 동료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 역시 작품을 시청하는 포인트 중 하나였다.
구치소 영업을 뛰는 한동수의 모습으로 시작됐던 ‘악인전기’는 홀로 악인의 길을 걷는 한동수의 모습을 담으며 마무리됐다. 수많은 선과 악의 갈림길에 섰던 한동수가 절대 악인의 선택지를 잡으며 악인전기의 주인공이 된 셈이었다. 작품 속 달라진 한동수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던 신하균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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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악인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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