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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에는 칠칠하지 못하고 덤벙대지만 편집장 주현진(임수정 분)은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이 가장 좋다. 동네북 대표 진표(장현성 분)의 제안으로 여러 도시에 사는 싱글 작가들의 느낌과 생각, 사진을 담은 에세이를 내기로 하고 최종 후보로 선정된 스타 논술강사 박영호(이동욱 분)를 만난다.
영호와 인연이 있던 현진은 만나자마자 금세 가까워지고, 두 사람은 신인 작가·출판사 편집장 이상의 관계에서 함께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훈훈한 외모와 착한 성격으로 대학 시절부터 끊임없이 연애를 해왔던 영호는 이제 더 이상 연애와 결혼을 원치 않는다. 반면 주변의 모든 남성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자아도취 된 현진은 열정적으로 사랑을 쏟을 상대가 필요하다.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디씨지플러스·명필름)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웰메이드 현실 공감 로맨스.
기승전결 ‘데이트-스킨십’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지는 여타 로맨스들과 달리, ‘싱글 인 서울’은 회사원들의 일상과 그들이 나누는 평범한 대화에 집중한 영화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가 지루한 줄 알았는데, 그들을 통해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그 속에도 나름의 행복과 만족이 존재했다.
영호와 현진은 사랑 앞에서 분별력을 잃은 뜨거운 청춘 남녀의 모습보다, 현실 속에서 이성을 붙들고 살지만 마음 한켠에서 꿈틀꿈틀 피어오르는 핑크빛 무드를 갖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도 설렘을 안긴다.
또한 영호가 전 여자친구 주옥(이솜 분)과의 추억 속에서 각자의 기준으로 재편집된 엇갈린 사랑의 기억을 담아, 사랑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상대적 개념임을 알게 한다.
그들의 관계 종말부터 영호와 새로 시작하게 될 현진과의 설렘까지 ‘싱글 인 서울’은 관계에 대해 현실성 있게 풀어내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을 시도한다.
영호는 까다롭고 예민하며, 현진은 독특하고 어리바리하지만 이동욱과 임수정이 각각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탑재해 그려냈다. 영화는 픽션이었지만, 그럼에도 영호와 현진의 감정과 대사는 논픽션에 가까운 현실 로맨스를 대변한다.
현재 연애하고 있지 않은 청년들의 70~80% 가량이 자발적 비연애 상태라고 한다. ‘싱글 인 서울’은 그들의 향후 연애 의향 수치를 긍정적으로 높여줄 만큼 ‘설렘 세포’를 자극한다.
훈훈한 이동욱과 임수정이 썸 타는 내용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이는 몇 없을 듯하다.
‘싱글 인 서울’은 11월 29일 극장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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