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 논란이 없던 배우들도 사극 만큼은 수월하게 넘기지 못하는 걸까. 제국의 아이들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 인정 받고 있는 김동준이 의도치 않게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정통 대하 사극에 도전장을 내민 건데 그만큼 사극 연기는 힘들다는 게 입증됐다.
지난 11일, 12일 방송된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김동준은 대량원군 역으로 시청자들을 마주했다. 이는 훗날 현종이 되는 핵심 인물이다. 극 초반부에는 천추태후(이민영 분)와 김치양(공정환 분)의 암살 위협을 피해 신혈사로 도망간 이야기가 담겼다.
김동준은 삭발 투혼까지 불사하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독살 당할 위기를 벗어나 자객에게 쫓기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렸고 승려들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다시 돌아와 시간을 버는 의리와 기지를 발휘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용손으로서의 위엄과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했고 대하 사극답게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그런데 일부 시청자들은 “김동준이 무게감이 큰 대하 드라마에 맞지 않는 미스캐스팅”이라고 지적했다. 몰입도를 깬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전역 후 대하 사극으로 복귀한 김동준의 열정을 높이 샀고 연기가 더 깊어졌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아직 극이 초반에 불과한 만큼 연기력 논란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크다.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도 사극에서는 매서운 잣대에 직면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2015년 SBS ‘육룡이 나르샤’ 기자 간담회에서 김영현 작가는 “사극을 오래 하다 보니까 배우들 연기를 볼 때 굉장히 주목해서 보게 된다. 그런데 가능성이 있는 배우가 괜히 연기 못하는 낙인이 찍히는 걸 봤다.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그는 “배우는 발성으로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 감정이 있다. 사극은 현대극보다 연극적인 요소가 들어간다”며 “이미지가 딱 맞는 배우가 있어도 호흡 때문에 손해를 볼 것 같다 생각이 들면 아쉽지만 저희와 배우를 위해서 이번에 같이 안 하는 것이 맞다는 원칙을 만들었다”고 했다.
기존 잣대로 사극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을 평가하지 말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만큼 사극은 어려운 작품이고 도전하기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선택한 김동준의 용기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다만 초반 우려를 극복하고 본연의 연기를 보여줄지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아직 ‘고려 거란 전쟁’은 단 2회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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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