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굳세어라 남순아!". '오징어 게임'에서 눈도장을 찍더니 타이틀롤까지 단숨에 성장했다. 캐릭터처럼 밝은 모습으로 응원을 부르는 배우 '힘쎈 여자 강남순'의 이유미를 만나봤다.
이유미는 27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26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힘쎈 여자 강남순(약칭 강남순)'에 대해 이야기했다.
'힘쎈 여자 강남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글로벌 쓰리(3) 제너레이션 프로젝트다. 지난 2017년 방송된 JTBC 인기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의 후속작으로 제작됐다. 이 가운데 이유미는 타이틀 롤 강남순이자 괴력의 3대, 강남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뒤, 한국 배우 최초로 에미상 여우게스트상까지 수상한 이유미. 그는 이듬해 다시 한번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흥행을 맛봤다. 이후 tvN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에서 주연으로 활약했고, '힘쎈 여자 강남순'으로 처음으로 타이틀 롤에 도전한 것이다.
이유미는 작품과 관련해 "마지막 방송을 봤다. 뭔가 9개월 정도를 찍었던 작품이 너무 빨리 끝나버리니까 아쉽고 더 보고 싶다. 더 많이 찍은 것 같은데 조금만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아쉬워 하는 마음이 크다. 다음주도 '강남순'을 보고 싶다"라고 종영소감을 밝히며 운을 뗐다.
워낙 독특했던 캐릭터 강남순. 이유미는 "실제로 힘이 세냐고 많이 물어보셨다. 생각보다 세긴 하다. 무거운 것도 잘 드는 편이다. 어느 정도는 남순이와 비슷하게 세지 않았나 저 혼자 착각의 늪에 빠져 산다"라며 웃었다. 그는 "장을 보면 무거운 거 꽉 채워서 양손으로 든다. 생수병 1.5L 3개씩 들어간 건 들 수 있다. 힘이 나름 세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힘쎈 여자 도봉순'의 타이틀 롤 도봉순을 연기한 배우 박보영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았던 터. 이유미는 "캐스팅 됐을 때 전작에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 생각을 했다. 부담과 긴장감을 원동력으로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려고 애썼다. 이 친구의 캐릭터에 반말이 많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만들어 나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아이처럼 행동하는 면이 있던 것에 대해서도 그는 "감독님이 따님이 있는데 딸이 자기한테 반말을 하는데 그 모습이 한번도 미워보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악의 없는 반말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셨다. 때 묻지 않고 순수하고, 악의 없이 말하는 친구처럼 보이고 싶어 했다"라고 밝혔다.
와이어 액션이 유독 많았던 '강남순'. 이유미는 어떻게 소화했을까. 그는 "사실 처음에는 아예 안 무섭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찍어야 할 와이어 씬이 정말 많았다. 찍기로 한 순간부터 해내야 하는 거였다고 생각했다. 놀이기구 탄다는 마음처럼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했다. '큰 사고 나겠어?'라고 생각하면서 줄에 제 몸을 맡겼다. 나중에는 와이어 없이 뛸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라며 웃었다.
스스로의 연기에 이유미는 "머리가 안 굴러간다. 앞으로의 남순이는 저 뿐인 것이지 않나. 좋은 점수 주고, 이 캐릭터 제 거로 하고 싶은 마음에 100점으로 하겠다. 어차피 남들 못하니까 100점이다. 제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아무도 못하니까"라며 웃었다.
그는 "시청률이 좋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줄 거란 생각을 사실은 못했다. '어떻게 알아보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부산에 촬영을 갔는데 시장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연령층이 다양한 분들이 저를 '남순아'라고 불러주시더라. 그 때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남순'을 보고 있고, 나를 알아봐주고 있다는 걸 실감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유미는 '강남순'의 사랑스러움을 얼마나 닮았을까. 이유미는 "남순이가 저보다 많이 사랑스럽다. 저는 그냥 밝은 친구다. 남순이는 어떻게 보면 저보다 더 순수하고, 저보다 더 맑은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제 안에 있던 한 100%를 150%까지 끌어내서 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강남순'이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도 호평받은 바. 그는 "사실 운이 좋았다. 세 작품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장르가 명확한 점이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시도?. 좀비나 게임이나 초능력적인 힘, 일반적이지 않은 게 어떻게 보면 흥행에 하나의 포인트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좋은 운이 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여성 히어로'가 강조된 '강남순' 황금주(김정은 분)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가모장주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와 관련 이유미는 "다른 설렘이었다. 남자에게 고백받는 식의 설렘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여자들이 더 직진하고 사랑을 표현한다. 저는 더 설레더라. 김해숙 선배님이 사랑을 표현하는 게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설렜다. 오히려 여자들이 더 당차 보이는 느낌들 또한 누군가에게 설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유미는 사전제작 '강남순'에 현실 반영이 된 것에 대해 "작가님이 대단했다. 어떻게 이 시기에 맞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시기에 맞기도 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딥한 소재가 아니라 가볍고 사이다로 표현이 돼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다행스러움을 많이 느끼기도 헀다"라고 말했다.
이유미는 "저도 나오미 캠벨 반응을 보고 같이 놀랬다. 선배님이 기사를 캡처해서 저희 단톡방에 올려주셨다. 모든 사람들이 느낌표 남발했다 .행복한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왔다. 저도 그랬다. 너무 새로웠다. 많은 글로벌 반응을 봤지만 다른 느낌의 '강남순'이 저한테 글로벌적으로 사랑을 받은 하나의 작품인 것 같아서 행복하고 뿌듯했다. 우리 배우들이 다 사랑받는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라며 웃었다.
이유미는 "이 캐릭터 연기하면서 주변에서 '너 좀 밝아졌다'라는 말을 조금 들었다. 9개월 동안 연기하다 보니 악의 없는 생각들, 밝은 생각이 저한테 많이 들어와서 저도 밝아진다는 걸 많이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남순이를 해보니 앞으로 못할 연기가 없겠더라. 원래도 모든 연기에 용기를 내는 편인데 이렇게 밝고 맑은 캐릭터를 해보니까 또 다른 하나를 해낸 것만 같은 느낌이 있어서 다른 걸 용기내도 되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가족들 반응에 대해 "저희 엄마 아빠가 주말마다 강남순 본다고 얘기해주셨다. 맑고 사랑스럽게 나와서 너무 좋다고 하셨다. 드라마에서 많이 울고 힘든 캐릭터를 할 때마다 재밌다, 재미없다가 아니라 보는 입장에서 엄마가 많이 아파했는데 사랑스러운 마음에 행복했다고 하셔서 엄마한테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독립영화에서 주로 활약하던 이유미의 최근 행보는 확실히 전과 달라졌다. '강남순'으로 첫 타이틀 롤을 연기한 것도 단적인 예인 바. 그는 "싸인 요청이 많아졌다. 싸인을 퀵으로 보내는데 계속 부족하다고 하신다. 엄마 주변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할 정도인데 그게 변화인 것 같다. 엄마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딸을 자랑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제 싸인을 보고 있다"라고 했다.
몇 년 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던 이유미가 '강남순'에서는 배달 연기를 하기도 한 터. 그는 "제가 한 아르바이트는 음식을 나르는 거였다면, 이건 무거운 물건을 드는 거라 색다른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진짜로 배달을 하진 않았지만 창고 같은 곳에 들어가서 '여기서 일했어도 재밌게 하게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당시 CF로 데뷔한 이유미. '오징어 게임' 전까지는 단역과 조연을 오가면서 버텨왔다. 그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어린 나이부터 시작을 해서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저에 대한 놓치 않는 믿음 중 하나가 '언젠가는 될 거야'였다. 그 생각이 저를 많이 잡아줬다.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고 이렇게 재미있는 걸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함도 많이 느꼈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그런 생각이 아예 안 들진 않았지만 찰나였다. 결국 연기가 재미있어서 다시 돌아오게 됐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지고 점점 오디션도 좋은 역할을 받고. 이런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빠르게 진행되진 않았지만 피부에 느끼게끔 다가왔다.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면서 버텼다. 조금 더 좋은 점을 찾아냈고. 그러면서 재미있게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알아보는 반응에 대해 그는 "'오징어 게임'으로 알아봐주시는 분들은 살짝 연령대가 어린 분들이 초반에 알아봐주셨다. 그런데 사실 근래에는 다 '남순이'로 알아봐주시더라. 김밥을 사다가도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해주셔서 놀랐다"라며 "또 너무 좋더라. 제 캐릭터 이름을 아예 기억하고 불러주시는 거라 그 면이 새로우면서도 너무 감사했다. 제가 남순이를 할 수 있던 게 천운이었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유미는 도전하고 싶은 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했지만 또 다른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캐릭터로 딥한 캐릭터든, 밝은 캐릭터든, 또 하나의 제가 끌리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저도 제가 뭘 할지 기대될 정도로 제가 궁금하다"라며 웃었다.
해외 진출도 염두에 뒀을까. 이유미는 "해외에 놀러가고 싶은 생각이 많아서 언어 공부는 하고 있는데 쉽게 늘진 않더라"라고 너스레를 떤 뒤 "할 수 있으면 저한테 나쁠 건 없으니까 다양한 문화를 습득할 기회가 생긴다면 또 도전할 것 같다. 도전은 늘 재미있지 않나"라고 했다.
지금까지 배우 이유미를 돌아보면 어떨까. 그는 "독립영화를 했을 때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때 저를 아셨던 분들과 '오징어 게임'으로 처음 아신 분들 반응이 다를 것 같더라. 그렇지만 저는 한번도 연기를 쉬지 않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잘 올라온 것 같다. 그 마음으로 차근차근 잘 쌓아온 연기 인생을 거름을 만들면서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만의 멘탈 관리법에 대해 "저의 성격인데 잘 까먹는다. 또 어떤 기분이 들었을 때 '이런 생각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도 잘 안 한다. 그런 생각이 들면 그 채로 있는다. 그러다 보면 괜찮아 지더라. 스스로 감정들이 일어났을 때 억지로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생각하다 보면 나아져 있더라. 그런 것들이 제가 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잃지 않고 올 수 있던 비밀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밝은 역할과 어려운 역할, 이유미는 "다 재미있다. 다 장점이 있다"라고 했다. 그는 "밝은 모습을 연기할 때는 제 안이 밝아지는 면도 있고, 극한의 딥한 걸 연기헀을 때는 성장도 하고 캐릭터의 아픔이 저한테는 공부가 됐던 것 같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하지? 돌아보게 되는 내면의 성장이 있더라. 두 가지 극단에 있는 캐릭터들이 저한테 공부가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최근 '오징어 게임'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는 바. 이유미는 "느낌이 이상했다. 신기하고. 제가 연기했던 게임을 실제 일반 사람들이 참가하는 모습을 버라이어티로 보는데 '저 안에 새벽이가 있을 것 같다'고 그런 사람들을 찾게 됐다. 그 사람들의 심리도 느껴지니까 저도 마음이 콩닥콩닥하고 응원하게 되는 사람도 생겼다. 그런데 응원하면 바로 떨어졌다. 저는 백발의 어머니가 지적인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 그런데 5회에 구슬게임으로 딱 끝나서 너무 흥분했다. 아들이랑 그렇게 되니 너무 궁금했다. 눈물바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강남순'의 결말에 대해 이유미는 "남순이의 성장도 보이고 엄마, 할머니의 성장도 다 보여서 극을 보면서 조금 뿌듯하다는 마음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같이 성장한 느낌도 들고 애틋하기도 하고, 제가 그 순간에 있었으니까"라고 했다.
'힘쎈 여자' 시즌3도 나올 수 있을까. 이유미는 "아직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그렇지만 나왔으면 좋겠다. '힘쎈 여자'가 아닌 '힘쎈 남자'에 대한 암시로 끝나지 않았나. 저도 궁금하다. 시즌3에 나올 수 있다면 신나게 와서 하고 갈 것 같다. 불러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는 "멋진 경찰이 돼서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부부 경찰로 상도 많이 받고, 강남을 지키는 대표적인 경찰이 돼 있지 않을까 싶더라"라고 말했다.
김해숙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스터 플랑크톤'을 촬영 중인 이유미는 "거기에서는 '강남순'과는 또 다른 사랑 이야기, 사랑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나오는 그런 스토리를 보여드릴 것 같다. 보셨을 때 또 다른 하나의 매력있는 캐릭터를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 이름이 재미라는 캐릭터인데 이름대로 재미있다. 캐릭터 또한 사람들이 많이 재미있어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유미는 "촬영이 있지만 연말에 쉰다면 집에 가서 싸인 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저는 아마 집에서 숙면을 취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님은 인천에 저는 서울에 살고 있따. 최근 촬영이 인천에서 있어서 아침 씬을 찍고 텀이 길어서 스태프들과 가서 거하게 밥을 먹고 거실에서 다 자고 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 뿌듯해 하시고 따뜻한 잠깐의 쉼을 갖고 왔다. 오랜만에 본가를 가서 강아지, 고양이들과 침대에 같이 누워서 잘 생각도 없었는데 잠이 오더라. 평상시에 꿈을 많이 꾸는데 꿈도 안 꾸고 진짜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좋은 쉼을 최근에 갖고 왔다. 몇 번 그렇게 했다"라며 '소확행'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그런 이유미에게 '강남순'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유미는 "저한테는 나를 건강하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든 가장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컸던 순간의 드라마, 이 에너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바로엔터테인먼트,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