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3' '서울의 봄' 쌍천만인데 한국영화 못 웃는 이유 [Oh!쎈 초점]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3.12.26 09: 18

'범죄도시3'에 이어 기대하지 못한 '서울의 봄'까지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천만에 등극했다. 한 해 한국 영화 쌍천만 탄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초다. 분명 경사나 다름없지만, 영화계와 극장 산업은 좀처럼 활짝 웃지 못하고 있다. 
"천만 영화가 많이 나오면 무조건 좋은 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천만이 없는 것보단 훨씬 좋겠지만, 2023년 한국 영화계를 되돌아봤을 때, 흥행 성적표는 극단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단어로 표현하면 '빈익빈 부익부' 그 자체였다. 톱스타를 캐스팅하고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했지만, 누적 관객 30~50만 명에 그쳐 초라하게 퇴장한 경우가 있었고, 반면 개봉 3일 만에 제작비 전액을 회수하고 천만 고지를 찍은 작품도 존재했다. 

'범죄3' '서울의 봄' 쌍천만인데 한국영화 못 웃는 이유 [Oh!쎈 초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2023년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약 650편으로, 4대 배급사(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작품이 약 35편으로 집계됐다. 단순 배급까지 포함된 수치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코로나 시국보다 더 처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요즘 극장가. 실제 지난 1년 흥행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100만을 넘은 영화는 '1947 보스톤'(누적 102만), '비공식작전'(105만), '드림'(112만), '달짝지근해: 7510'(138만), '잠'(147만), '교섭'(172만),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191만), '30일'(216만),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 '밀수'(514만), '서울의 봄'(1000만·상영중), '범죄도시3'(1068만)까지 총 12편이다. 
'범죄3' '서울의 봄' 쌍천만인데 한국영화 못 웃는 이유 [Oh!쎈 초점]
이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갓 천만을 돌파한 '서울의 봄'을 비롯해 '잠' '30일' '밀수' '범죄도시3' 등 5편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잠' '30일' '밀수' 등은 딱 제작비를 회수해 손해를 보지 않았고, '흥행작'이란 두 글자를 붙일만한 영화는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 두 편뿐이다.
영화계에서는 '300만~500만 영화가 많아져야 좋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허리층이 탄탄해져야 영화 산업도 내실을 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멀리서 보면 천만 작품이 두 편이나 나왔으니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제아무리 톱스타들이 떼를 지어 나와도 100만 조차 넘지 못하고 외면받는 영화가 수두룩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건, '서울의 봄' 흥행 바통을 신작 '노량: 죽음의 바다'가 이어받았다는 것. 개봉 첫날 오프닝 스코어가 '서울의 봄'보다 높은 21만 명을 동원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순 제작비 286억 원으로 홍보·마케팅 비용이 추가될 예정이며, 손익분기점은 720만 명이다. 손익분기점이 워낙 높은 탓에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최근 극장가에 관객들이 많이 몰리고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지만, 이 불씨가 언제 꺼질지 모른다. 관객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고, 그저 그런 한국 영화라면 OTT와 외화 등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범죄도시3'가 천만을 찍고 금방 봄날이 올 줄 알았지만, 차디찬 겨울이 지속된 것처럼 말이다.
/ hsjssu@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