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참 많은 배우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중 가장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린 건 아마도 12월 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선균이었을 터. 연말이었기에 지상파 3사 등 여러 시상식이 진행됐고 이선균을 그리워하는 동료 배우들의 슬픔은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콘 APAN 스타 어워즈’에서 대상을 거머쥔 이준호는 조금 달랐다. 그는 대상 수상 직후 "너무 멋진 선배님들 앞에서 너무 멋진 상을 받으려니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사실 받을 줄 몰라서 얼떨떨하면서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날 이준호는 연기력, 지명도, 인기도, 호감도, 드라마 시청률 등 모든 심사 기준에서 우월한 지표를 입증했다. 여기에 팬들의 투표로 선정된 인기상, 글로벌스타상, 베스트 캐릭터상, 베스트 커플상까지 5개 부문 트로피를 따냈다. 국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대세 배우로 존재감을 빛냈다.
이준호는 “사실 행복한 감정으로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노력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그게 잘 안될때가 많다. 모든분이 아시다시피,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앞서 배우들과 선배님들께서 말씀하셨던, 그리고 변희봉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그 희로애락을 배우들은 늘 표현을 해야 하는 직업인데 우리가 행복해야 보시는 관객 여러분들께도 그 에너지가 잘 전달될 테니 최선을 다해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삶은 짧고 감정은 무한하니, 여러분이 느끼는 희로애락 모두를 참지 않고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고 슬픔을 나누는 2024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이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활짝 웃었다.
이준호의 수상소감은 비단 고 변희봉을 추모하는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대선배가 남긴 진심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의미가 컸다. 지난 연말 3사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고 이선균에 대한 추모가 짙었던 만큼 유일하게 고 변희봉의 메시지를 강조한 이준호의 수상소감은 더 큰 울림을 안겼다.
한편 고 변희봉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1966년 MBC 2기 공채 성우로 데뷔했다.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 ‘한중록’, ‘여명의 눈동자’, ‘걸어서 하늘까지’, ‘왕과 비’, ‘허준’, ‘온달왕자들’, ‘1%위 어떤 것’, ‘마이걸’, ‘위대한 유산’, ‘하얀거탑’, ‘솔약국집 아들들’, ‘공부의 신’, ‘오로라 공주’, ‘피노키오’, ‘트랩’ 등 2019년까지 안방 시청자들을 만났다.
물론 고인을 스크린 안에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옥자’(2017) 등에 출연하며 국내외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괴물’로 제27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으며 대중문화 각계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20년 최고 권위의 정부 포상인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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