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젠더' 풍자, '여성 예능인'으로 인정 받기까지 [Oh!쎈 포인트]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01.14 14: 32

 방송인 풍자가 '2023 MBC 방송연예대상' 신인상 트로피를 거머쥔 가운데, 성전환 방송인으로서의 그간 고충을 떠올려 눈길을 끌었다.
13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풍자가 출연,'2023 MBC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그의 하루가 그려졌다. 앞서 풍자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202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단독 신인 여자상의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 풍자는 처음으로 지상파 시상식 무대에 선 소감 및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활동 후 지상파에 얼굴을 비추게 된 시간들을 떠올렸다. "게시판이 마비됐더라. 다 악플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사람들 앞에 나서면 안 되는 건가?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이거를 못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전참시 이국주와 신기루, 풍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2.29 / soul1014@osen.co.kr

이어 "그때그때 이후로 아빠가 저 나오는 방송을 아예 안 본다. 처음엔 신기하기도 하고 내 자식이 나와 재롱 피운다는 게 귀엽게도 봐주시고 했는데 나중에는 '혹시 욕먹으면 어떡하지'하는 마음에 아예 안 보신다. 물가에 내놓은 자식 같으실 거다. 겁을 많이 내신다"라며 가족들의 반응도 전했다
이후 시상식이 진행됐고, 풍자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눈물을 쏟아내던 풍자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혹시나 사회에서 서러움이 있을까, 배제당하진 않을까 걱정하시는 저희 아빠한테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에 풍자는 "저희 아빠 같은 경우는 사실 시상식을 못 보셨다. '생방송에 내 모습이 잡힐 거야'라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못 받아서 상처받을까 봐 안 보셨다고 하더라. 다음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신 거다. 다음날 장문의 카톡이 와 있더라"라고 귀띔했다. 이어 공개된 풍자 아빠의 문자 메시지에는 "축하한다. 고생 많이 하는데 아빠가 힘이 돼야 하는 데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다. 성실하게 자신 있게 살아라. 축하한다"는 내용이 담겨 뭉클함을 자아냈다.
특히 부친의 축하 메시지는 과거 풍자가 커밍아웃 문제로 인해 아버지와 갈등을 겪은 사실을 털어놓은 바 있어 더욱 울림을 안겼다. 풍자는 '세치혀'에 출연해 커밍아웃 후 아버지의 반응에 대해 "주방에서 식칼을 가져오셨다. ‘절대 네가 여자로 사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다. 이 칼로 나를 죽여라’라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약 10년간 인연을 끊은 두 사람이지만, 남동생의 건강악화를 계기로 다시 재회하게 됐다. 풍자는 "아버지가 '널 여자로 받아주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넌 내 자식이다. 내가 널 지켜주고, 너에게 날아오는 모든 비난을 받아주겠다. 아빠가 있으니 당당히 여자로 살아봐라'고 하셨다"며 현재는 가족과 여행도 다니며 화목해진 가정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인터넷 방송과 웹콘텐츠를 시작해 공중파 예능 게스트를 넘어, 고정 출연자와 '대표 예능인'으로 자리 잡은 풍자. 그는 약 11년 만에 트랜스젠더 방송인의 고정 예능 출연이라는 쾌거를 이뤄냈고, 이번에는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며 '트렌스젠더 예능인'을 너머 '여성 예능인'으로서 당당히 인정받았다. 비단 존재의 특별함 때문이 아닌, 재치 있는 입담, 센스있는 멘트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여성 예능인' 풍자의 향후 활약을 더욱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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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MBC '전지적 참견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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