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벗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
지난해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이정효(49) 광주FC 감독이었다. 2022시즌 광주를 이끌고 K리그2를 제패했던 그는 K리그1 무대도 제대로 뒤흔들었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광주를 리그 3위까지 올려두며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그 덕분에 광주는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까지 일궈냈다. 이정효 감독이 강조한 유기적인 플레이와 축구 철학이 제대로 통했다.
이정효 감독이 최고 스타가 된 이유는 성적만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아끼지 않으며 거침 없는 입담을 자랑했다. 때로는 스스로 너무 지나쳤다며 사과할 정도였다.
이제 K리그1 2년 차를 맞이하는 이정효 감독은 더욱 진화한 광주 축구를 꿈꾸고 있다. 지난 26일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변함 없이 자신감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휴식기 동안 잉글랜드를 방문해 공부를 하고 왔다. 그는 "프리미어리그(PL)는 많이 달랐다.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공 하나, 터치 하나, 바디 포지션 등 정말 사소한 것까지 전체적으로 보는 눈이 확장됐다"라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은 평소에도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이 지휘하는 브라이튼 축구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처음에 브라이튼 경기를 본 이뉴는 공을 소유하는 데 있어서 다른 팀과 차별화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브라이튼만 보고 있진 않다. 우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 등 도움이 될 경기를 보며 진화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만족하려면 갈 길이 멀다. 이정효 감독은 "내 생각이 앞서가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아직은 계속 마음에 안 든다"라며 "사실 어느 팀을 가도 내 마음에 안 들 것 같다. 만족이 안 된다. 그러니까 내 생각을 더 잘 이해시켜야 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또한 이정효 감독은 "상대 팀이 내려서게 만들려 한다. 안 내려서면 내려서게 만들어야 한다"라며 "부딪혀 봐야 한다. 많이 연습했는데 아직도 쉽지 않다.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노력 중이다. 쉽지 않다. 중국팀 톈진과 마지막 연습 경기를 했는데 상대가 거의 11명 전원 내려서서 뛰더라. 그래서 1-1로 비겼다. 계속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성공을 거둔 '정효볼'이지만, 안주는 없다. 이정효 감독은 2024년 광주는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그는 전술적 변화를 묻자 "또 변했다. 계속 변한다. 우리는 포지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수비 시 포지션과 공격 시 포지션이 항상 바뀐다. 상대 대응에 따라서도 계속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포지셔닝 시스템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광주가 처한 위치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도전자가 아니라 강팀의 입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게다가 리그뿐만 아니라 ACL까지 병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정효 감독에게 두려움이란 없다. 그는 "어차피 나처럼 경력 없고 이름 없는 감독에게는 항상 시험대다. 그런데 다른 K리그 감독님들 역시 시험대 아닌가. 똑같다고 생각한다"라며 "감독님들이 어떻게 나오시는지 내가 시험하면 된다. 반대로 내가 한번 시험대를 만들어 보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정효 감독에겐 쏟아지는 눈길과 관심도 전혀 압박이 되지 않는다. 그는 "올해에는 축구로 더 주목받고 싶다"라며 "부담은 없다. 어차피 내게 이렇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상식 밖' 행동이나 말 때문이다. 상식을 벗어나야 성공할 수 있고, 남을 앞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상식 밖의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올해에도 남다른 행보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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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