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를 위한 협회인가. 협회를 위한 한국 축구일까. 뭔가 선후가 바뀐 것 같다. 보호해야 되는 집단이 오히려 보호해야 되는 대상을 방패 막이로 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3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 뒤 브리핑을 통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표류하고 있던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 '임시 감독'으로 황선홍 감독을 낙점했다고 공식발표했다.
황선홍 감독은 당장 4월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U-23 아시안컵에 나서야 하지만 3월 A매치로 월드컵 예선을 치뤄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차 예선 C조에서 태국, 중국, 싱가포르와 경쟁하는 한국은 앞선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승점 6점을 확보, 조 1위에 올라 있다. 2위는 승점 3점의 태국이다.
태국과 2연전에 집중해서 승리한다면 조기에 3차 예선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순간 황선홍 감독은 난파선의 임시 선장이라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됐다. 코칭 스태프도 확정됐다. 수석코치는 김영민(마이클김)코치다. 이외에도 조용형·정조국 코치, 김일진 골키퍼코치, 이재홍 피지컬코치가 3월 A매치 기간 동안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임무도 부담스러운데 일정도 촉박하다. 오는 11일 태국전에 나설 황선홍 체제의 A대표팀 명단을 발표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KFA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거리가 있다.
바로 이강인의 3월 A매치 발탁 문제. 아시안컵 내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이 해외 언론에서 기사회된 것. 이를 빠르게 인정한 KFA는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이후 K리그 감독 차출 시도 이후 황선홍 감독의 임시 사령탑을 확정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한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3월 A매치 선수 발탁을 앞두고 KFA는 아시안컵 선수단 내 갈등에 대해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전히 선수 개인을 향한 비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선수 발탁을 '임시' 사령탑인 황선홍 감독이 정하라고 하는 것은 떠넘기고 있다.
물론 손흥민과 이강인의 문제는 이강인의 사과로 마무리됐다. 이강인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표팀의 다른 선배님들, 동료들에게도 한 분 한 분 연락드려 사과를 드렸습니다"라며 관련자 모두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알렸다.
단 개인의 사과와 달리 대회 중 갈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릴 사람은 '정식' 사령탑이 없는 이상 KFA가 책임을 져야 한다. 황선홍 감독에게 이강인-손흥민 거취에 대해 정하는 것은 권한을 떠나 지나친 부담을 안겨주는 상황이다.
그리고 대표팀 갈등에 대해 임시 감독이 마무리하는 것 자체가 웃기다. 실제로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정상적인 철차라면 KFA의 분쟁조정규정 제15조(화해)에 따라 당사자가 화했음을 KFA 공문으로 당사자들에게 통보하고 사건을 마무리해야 했다.
또한 위원회의는 조정 결정사항을 KFA 이사회에 보고됐어야 했다. 그러나 KFA는 손을 놓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화해가 나오자 모든 일이 끝난듯 아예 없던 일 취급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갈등이라는 중대한 사항을 '임시 감독' 황선홍에게 떠넘겼다.
한편 부임 당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화해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치 대회에서 우승한 것처럼 흥분되고 기뻤다"라며 "대표팀에는 아주 좋은 소식이다. 지금 당장 두 선수를 뽑을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 새로운 감독이 선임된 후에 새 감독과 함께 두 선수의 선발을 논의하겠다"라고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3월 A매치 명단에서 이강인을 뽑냐 안 뽑냐는 또 하나의 뇌관이 될 수 밖에 없다. 처벌 유무를 떠나서 이것은 선수와 감독을 보호해야 하는 KFA에서 깔끔하게 처리해야 되는 사안이다. 황선홍 감독은 '임시직' 신분으로 KFA가 떠넘긴 책임과 부담감을 짊어지게 됐다.
이강인에 대한 징계가 있던 없든 그건 어디까지나 KFA가 정해야 될 문제다. 임시 사령탑인 황선홍 감독에게 떠넘기는 상황 자체가 문제다. KFA가 이슈에 침묵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선수를 향한 비판을 해소하고 감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 것이다.
비겁하게 침묵하면 아시안컵 4강 탈락 직후처럼 다시 한 번 선수들과 감독, 코칭 스태프를 방패 막이로 삼는 것 밖에 안 된다. 탁구 게이트가 외신에 보도되고 나서 KFA는 이강인과 손흥민의 불화를 인정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잠적했다.
이에 따라 오현규, 조규성 등 일부 '젊은' 선수들의 소셜 미디어엔 추측성 '악플'이 달렸다. 한마디로 KFA의 침묵이 선수들을 오히려 괴롭힌 것이다. 망가졌던 KFA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특정인에 대한 보호가 아니라 한국 축구에 대한 보호가 우선시되야 한다.
따라서 KFA는 더 이상 침묵할 것이 아니라 직접 아시안컵 선수들 갈등에 대한 징계 유무나 수위 등을 밝혀야 한다. 더 이상의 갈등이 없다고 생각하면 공식적으로 깔끔하계 징계는 없다고 말하거나 만약 이강인에 대한 세간의 시선 등이 우려된다면 3월 A매치 뽑지 않는다고 KFA가 정해야 한다.
황선홍 감독에게 급박한 상황서 임시 감독이라는 큰 부담을 안겨준 KFA이기에 적어도 제대로 된 보좌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강인 발탁이라는 부담되는 사안에 대해 KFA가 책임감 있는 대처와 행동은 필요가 아닌 필수다.
이대로 침묵한다면 아시안컵 탈락 직후 국민적인 비판에 대해 선수들간의 불화를 방패 삼아 시선 전환을 시도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이번에는 선수에 감독까지 KFA 향한 비판 여론을 막아줄 방패 막이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KFA가 과연 3월 A매치 선수 선발을 앞두고 어떠한 태도로 나올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