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파묘’가 국내외 작품들을 제치고 6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한 지 11일 만에 이룬 성과라서 놀라움을 안긴다. 흥행 돌풍을 일으킨 ‘파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4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파묘’는 전날(3일) 오후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3일 하루 동안 65만 1731명이 관람하면서 누적 관객수는 603만 2875명이 됐다.
지난해 11월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상영한 지 18일 만에 600만 관객을 모았는데, ‘파묘’가 그보다 일주일이나 빨리 고지에 도달해 눈길을 끈다. 이 속도가 며칠 간 지속된다면, 천만 관객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일각에서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달라져 공포물의 맥이 빠진다고 하지만 ‘파묘’는 친일파 자손들과 귀신이 된 조상의 사연을 풀어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영화는 친일파 귀신이 아니라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에게 초점을 맞춰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이들의 올곧은 직업윤리를 강조했다.
특히 상덕은 보국사 창고에 남아있던 흔적을 직접 목격한 인물로서, 우리 땅의 등줄기에 박힌 쇠말뚝을 삽질하면서까지 직접 캐내려는 일에 몰두한다. 상덕과 함께 그들은 목숨을 내걸고 ‘험한 것’에 맞서기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영화가 귀신의 정체와 그 사연을 푸는 공포에 집중했다면 네 명의 스타일리시하고 현실적인 캐릭터 설정은 사족을 단 것처럼 느껴졌을 테다.
‘파묘’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 연출에 이은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자 무속신앙과 음양오행설을 반영한 한국형 오컬트물이다.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시기에 극장에서 QR코드를 찍고 마스크를 쓰고 영화를 보는데 너무 답답하더라. 극장에서 화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 장재현 감독의 바람이 제대로 통한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들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설 연휴 개봉 영화들 가운데 ‘소풍’(감독 김용균)만이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올 1월 개봉한 ‘시민덕희’(감독 박영주)가 손익분기점(180만 명)에 근접한 상태에서 ‘파묘’가 극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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