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8, 뮌헨)가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아직 판단은 너무 이르다.
바이에른 뮌헨은 6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릴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SS 라치오와 맞대결을 펼쳐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1차전 0-1 패배를 갚은 뮌헨은 합산 스코어 3-1로 8강에 진출했다.
이날 뮌헨의 선발명단에 김민재 이름은 없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에릭 다이어와 마타이스 더 리흐트 중앙수비 조합을 꺼냈다. 결과적으로 뮌헨이 3-0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김민재는 끝까지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다.
뮌헨 입단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김민재는 너무 많이 뛰어서 ‘혹사논란’에 시달렸다. 뮌헨의 첫 15경기서 김민재는 단 1초도 쉬지 못하고 풀타임을 뛰었다. 그 와중에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는 교대로 부진하거나 다쳤다. 김민재 혼자서 모든 짐을 떠안고 가야만 했다.
아시안컵이 변수였다. 김민재는 1월 초부터 한 달이상 뮌헨에서 자리를 비웠다. 한국이 아시안컵 4강전서 요르단에 0-2로 패했다. 김민재가 예상보다 빨리 뮌헨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에릭 다이어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혹사논란이 있을 때 김민재는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다른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다. 감독이 계속 그 선수들 조합을 쓴다면 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의견을 냈다. 당시만 해도 기우였던 이 발언이 현실이 됐다. 당장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조합보다 다이어-더 리흐트 콤비가 주목받고 있다. 김민재가 그간 얼마나 헌신했는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토트넘시절 ‘계륵’이었던 다이어는 뮌헨에서 백조로 부활했다. 토트넘에서 그는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잉여전력 취급을 받았다. 경기장에서 뛰기보다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후 후보로 전락한 다이어는 일찌감치 시장에 내놨지만 데려가는 팀이 없었다.
김민재 혹사와 센터백 줄부상으로 비상이 걸린 뮌헨이 속는 셈치고 다이어를 데려갔다. 다이어가 각성하면서 예상보다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 최근 투헬 감독이 다이어를 밀어주기 시작했다. 다요 우파메카노가 두 번이나 퇴장을 당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붙박이 주전이었던 김민재 역시 아시안컵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입지가 다소 흔들렸다.
다이어는 라치오전 96%의 높은 패스성공률을 거뒀고 클리어링 3회, 가로채기 2회를 올렸다. 경기 종료 후 축구전문매체 '폿몹'은 다이어에게 7.2점의 무난한 평점을 내렸다.
경기력에 만족한 다이어는 “클럽, 도시, 팬들이 모두 나를 크게 환영해줘 적응하기 쉬웠다. 난 정말 축구를 즐기고 있다. 이 경기에 많은 부담감을 느꼈지만 잘 이겨냈다. 챔피언스리그 다음 라운드가 기대된다”고 기뻐했다.
다이어의 주가가 높지만 김민재가 당장 주전에서 밀렸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전 후 김민재 제외에 대해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표현했다. 당장 컨디션이 나은 다이어가 기회를 얻었지만 김민재보다 기량이 낫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김민재 역시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증명하면 된다.
다만 뮌헨 구단 내부나 독일 언론이 유독 김민재에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미는 것은 유감스럽다. ‘디어슬레틱’은 “뮌헨의 부진한 선수들 사이에서 김민재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김민재는 프라이부르크전에서 루카스 홀로가 동점골을 넣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 실수는 김민재의 무기력함을 상징한다”고 논평했다.
김민재는 유독 ‘세계최고 센터백’이라는 기대치가 너무 높다. 여기에 독일인들이 유독 동양인 김민재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여러모로 불리한 환경에서 김민재는 주전경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