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 토트넘)이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동료 기살리기까지. 완벽한 '캡틴' 면모를 다시 발휘했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 풀타임을 소화하며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활약 속에 4-0 완승을 거둔 토트넘은 승점 53(16승 5무 6패)을 쌓아, 한 경기 더 치른 4위 아스톤 빌라(승점 55)와 간격을 바짝 좁혔다.
파페 사르의 크로스를 제임스 매디슨이 왼발을 갖다 대 포문을 열자 손흥민의 활약이 이어졌다. 손흥민은 후반 7분 브레넌 존슨의 추가골을 도운 데 이어 후반 45분에는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데얀 쿨루셉스키가 내준 패스르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박스 왼쪽을 돌파한 후 티모 베르너가 슈팅할 수 있도록 컷백을 내줬다. 베르너는 지체 없이 오른발로 밀어 차넣으며 마무리했다.
이날 3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린 손흥민은 매디슨을 제치고 경기 MOM으로 선정됐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거둔 16경기 중 10번이나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것이다. 손흥민은 리그에서 14골 8도움을 올리고 있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전방에서 팀을 위해 계속해서 질주했다. 토트넘의 두 번째 골인 존슨의 득점을 도왔다. 그리고 직접 슈팅을 날렸다. 베르너의 골도 도왔다. 주장으로서 진정한 활약"이라며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인 최고점을 부여했다.
손흥민은 이날 실력으로 집중을 받은 것은 물론 주장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베르너가 팀 승리를 굳히는 쐐기골을 터뜨리자 원정 팬들 앞으로 베르너의 등을 밀어줬다. 베르너는 마음 놓고 날아올라 기쁨의 세리머니를 표현했다.
손흥민의 이런 행동이 처음은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 2-1로 승리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5라운드 경기 때도 히샬리송의 등을 떠밀어 관중들의 함성과 박수를 유도해냈다.
당시 히샬리송은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헤더골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어 히살리송은 경기 종료 직전 쿨루셉스키의 역전골까지 도우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히샬리송은 지난 시즌 리그 1골에 그치며 마음 고생을 해야 했다.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들었지만 결국 다시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히샬리송의 사기진작을 위해 손흥민이 팬 앞으로 등떠밀기를 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베르너 역시 의기소침해 있었다. 베르너는 지난 1월 라이프치히에서 임대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지난 2020년 여름부터 2022년 여름까지 2년을 첼시에서 뛰며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했으나 극악의 결정력 부족이라는 꼬리를 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너는 지난 3월 3-1로 승리한 크리스탈 팰리스와 27라운드 홈경기서 토트넘 데뷔골을 터뜨렸다. 자신의 리그 6번째 경기서 나온 득점이었다.
베르너는 당시 기쁨을 표시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보였다. 하지만 팀 동료들 누구도 베르너의 골 세리머니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겸연쩍은 장면이 되기도 했다.
사실 베르너의 골은 0-1로 뒤지던 후반 32분 나온 동점골이었다. 손흥민은 득점 후 곧바로 공을 집어 든 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하프라인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역전골을 위해서는 추가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모습이었다.
베르너는 경기 후 토트넘 방송인 '스퍼스플레이'와 인터뷰에서 "나는 골을 넣은 후 축하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봤다"며 머쓱해 했다.
그러나 그는 곧 "내가 골을 넣은 것이 이제 1-1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골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골을 넣어 기뻤다"고 덧붙여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손흥민은 베르너가 당시 느꼈던 아쉬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원정이었지만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베르너가 마음껏 기쁨을 발산할 수 있도록 등을 밀어 관중 앞에 서게 한 것이었다. 베르너는 세리머니 후 손흥민의 손을 마주치며 배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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