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엠마 스톤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동양인을 무시했다는 인종차별 의혹에 휩싸였다.
11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위치한 돌비 극장에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된 가운데 엠마 스톤과 로다주가 각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시상하러 나온 전년도 동양인 수상자들을 무시하고 지나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심이 쏠렸다.
앞서 지난해 진행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인공 에블린 왕 역의 양자경이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같은 영화에서 부부로 호흡한 웨이먼드 왕 역의 키 호이 콴이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던 바.
두 사람은 올해의 시상자로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를 다시 찾아 자신이 받았던 부문을 소개할 때 각자 무대에 올랐다.
전년도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양자경은 영화 ‘가여운 것들’(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엠마 스톤에게, 지난해 남우조연상의 주인공 키 호이 콴은 영화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각각 트로피를 건넸다.
시상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면 로다주는 기쁜 표정을 지었지만 키 호이 콴이 건네는 트로피를 눈맞춤이나 포옹 없이 손에 넣었다. 키 호이 콴이 그의 팔을 잡으며 축하해주려고 시도했지만 로다주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다른 사람들과 기쁨을 나눴다.
엠마 스톤도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양자경이 건네는 트로피를 제니퍼 로렌스 쪽으로 끌고 가더니, 제니퍼 로렌스가 트로피를 넘겨주자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다른 이들과 포옹했다.
그러나 수상 후 진행된 공식 포토월에서 로다주는 키 호이 콴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엠마 스톤도 트로피를 받은 이후 양자경과 뒤늦게 포옹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형식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주요 부문인 남녀 주조연 시상에서 역대 수상자들이 무대에 동반 올랐는데, 덕분에 역대급으로 성대해 볼거리는 늘었지만 전년도 수상자가 시상자로서 단독으로 오르지 못해 양자경, 키 호이 콴을 향한 주목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동양인 시상자들의 성의를 무시했다’ ‘작년 수상자들이 동양인이라 역대 수상자들을 같이 불렀느냐’는 의견을 내놓으며 엠마 스톤, 로다주, 그리고 아카데미 주최 측까지 비판하고 있다. 양자경은 말레이시아, 키 호이 콴은 베트남 출신이다.
할리우드 인기 스타들의 이 같은 행동이 어찌 이들만 겪은 일이겠는가. 보편적 인권에 기반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 감독들과 배우들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서게 될 일이 많아진 만큼, 언젠가는 한국 영화인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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