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한 거다.”
손석구는 15일 오후 서울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새 영화 ‘댓글부대’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댓글이라는) 무형의 존재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댓글의 주인공들은) 마음 아파하고 기뻐한다. 그게 우리의 사회 현상인 거 같다. 저는 호기심이 가는 정도”라며 댓글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댓글부대’(감독 안국진, 제공배급 KC벤처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영화적순간)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2015년 출간된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이날 안국진 감독은 “저는 댓글부대의 존재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막상 있다고 하기엔 또 존재가 없는 거 같다”며 “소설 책도 있지만 제가 각본을 쓰면서 실제로 만나본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어디까지 사실이고 허구인지 밝힐 수 없다”고 창작된 부분을 설명했다.
사회부 기자 임상진 역의 손석구는 “저는 이 캐릭터가 자신을 증명하는 데 눈이 먼 이기적인 기자로 보이지 않길 바랐다”며 “극이 조금씩 진행되면서 저희의 의도가 통한 거 같다. 제가 보기엔 임상진이 조금 짠하면서 귀엽더라”고 자신의 연기를 보면서 느낀 점을 전했다.
그러면서 손석구는 “‘댓글부대’가 우리 현 사회를, 웃픈 현실을 보여주는 잘 짜인 풍자극 같다. 어떻게 보면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다”면서 “저와 비슷한 생각이거나, 혹시 다르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팀알렙’의 리더 ‘찡뻤킹’ 역의 김성철은 “‘지금 시대에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현실에서도 어떤 게 진짜이고 가짜인지 판단하지 않는 거 같다. 그래서 최근엔 웬만한 뉴스는 안 믿는다”며 "‘댓글부대’를 하면서는 더더욱 안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배우들은 댓글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웬만하면 보지 않으려고 하고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부대’의 완성본이 마음에 든다는 그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신 뒤 ‘댓글부대가 실제로 있을까?’라고 진위여부를 가리는 토론거리가 있을 거 같다. 영화를 본 뒤 서로 어땠는지 얘기나눌 수 있는 작품인 거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동휘, 홍경과 한 팀을 이룬 호흡에 대해 “저희가 현장에서 놀면서 호흡을 맞춘 게 잘나온 거 같다. 세 명이 각자의 색깔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게 잘 어울려야 재미있을 거 같았다. 제가 어떤 말을 하면 찻탓캇, 팹택의 반응이 다 달랐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면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팀알렙’의 스토리 작가이자 댓글부대의 제보자 ‘찻탓캇’ 역의 김동휘도 “영화를 찍으면서 댓글과 커뮤니티의 구조를 자세히 알게 됐다”며 “그래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무시할 건 무시하게 됐다”고 댓글에 대해서 선택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김동휘는 “감독님이 제 캐릭터가 ‘애처로워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아이처럼 보이고자 했다”며 “팀알렙 사이에 있을 때, 임상진 기자를 만났을 때의 느낌을 다르게 주고자 했다. 영화 전반에 제가 맡은 찻탓캇이 나오니까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전체를 보려고 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해 표현한 과정을 들려줬다.
‘팀알렙’의 키보드 워리어 ‘팹택’을 맡은 홍경은 “찡뻤킹, 찻탓캇과 달리 외부 접촉이 없어서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님과 머리를 맞댔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만 관객들이 보시기에 캐릭터들이 마냥 멀어보이지만 않게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따라오실 수 있게 할지 중점을 뒀다”고 현실과 조화를 이루며 캐릭터를 표현한 지점을 설명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댓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홍경은 “저 역시 상상 속에만 있던 얘기를 다뤄볼 수 있다는 것에 큰 호기심이 갔다. 감독님을 만나뵙고 한번 뛰어들어서 알아보고 싶었다”며 “찍고 나서는 제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된 좋은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홍경은 그러면서 “캐릭터의 내피와 외피가 있다. 저희가 (연기로도) 할 수 없는 게 있기 때문에 분장, 의상 팀에 맡겼다. 각각의 캐릭터 고유성이 드러나면서 집 안 분위기도 어떻게 드러낼지 고심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그게 잘 살아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세 사람이 같은 집에서 살았을 때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과정이 엇나가지 않도록 감독님께서 중간에서 잘 잡아주셨다. 내가 어떤 연기를 해도 이들이 유연하게 잘 이끌어줄 거 같아서 믿고 갔다”고 신뢰를 보였다.
'댓글부대'는 3월 27일 극장 개봉한다.
/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