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상의 아이돌인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개념은 대중은 물론 가요계에서도 생소한 취급을 받았다.
25년 전 반짝 인기를 모았던 사이버 가수 아담을 아는 세대에게는 버추얼 아이돌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거부감이나 어색함이 있을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이제는 버추얼 아이돌이 가요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주류로의 성장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도 현재 치열한 이 음악 시장에서 본인들 만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선봉장에 있는 팀이 지난해 3월 데뷔한 플레이브다. 플레이브는 MBC 사내 벤처그룹을 통해 만들어진 블래스트가 만든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 MBC 특수효과 엔지니어 출신의 블래스트 창립 멤버들이 만들어낸 플레이브는 최근 K팝 아이돌 시장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플레이브는 과거 수차례 등장했던 가상 인간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들은 실제 사람이 버추얼 장비를 달고 이들의 행동과 목소리를 기반으로 모션 캡처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해 실시간 영상을 송출한다.
과거 가상 인간들은 미리 제작된 영상을 통해 한정적으로 활동할 수 밖에 없었지만 플레이브는 아바타 뒤에 실제 사람이 있다는 점과 기술력의 발전을 통해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졌다.
플레이브는 여타 아이돌과 비슷하게 일주일에 평균 두 번 이상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기술 역시 계속 발전해 이제는 캐릭터의 움직임과 표정 변화에도 어색함을 찾을 수 없다. 실제 사람들이 멤버로 활약하는 만큼 자작곡 등으로 음악적 역량을 뽐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따라 팬들 역시 실제 아이돌과 같은 팬 활동이 가능하게 됐고, 이들의 인기는 가속화 됐다. 데뷔 이후 꾸준한 인기 상승세를 기록한 플레이브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ASTERUM : 134-1’으로 그 인기를 입증했다.
플레이브는 정식 음반 발매 전 이미 선주문량 50만 장을 돌파, 발매와 동시에 수록곡 전곡이 멜론, 벅스 등 각종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였으며, 음반 발매 당일 20만 장을 넘게 판매한데 이어 초동 56만 9289 장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플레이브는 지난 9일 방송된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하며 눈길을 끌었다. 기존 아이돌도 하기 힘들다는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해낸 것. 또한 지난 1일부터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팝업 스토어에는 매일 5000명 이상의 팬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는 버추얼 아이돌이 더 이상 소수가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사례는 아직 플레이브 뿐. 실제 아이돌을 넘어서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이세계아이돌, 메이브, 이터니티 등 속속 버추얼 아이돌이 가요계에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새로운 아이돌의 세대를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k3244@osen.co.kr
[사진] 블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