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코앞까지 갔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펼쳐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은 3경기서 승점 7(2승 1무)를 획득하면서 조 1위를 유지했으나 약체인 태국과 홈 경기에서 무승부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전반 42분 주장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16분 수파낫 무에안타에게 실점을 내주면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 마지막까지 적극적으로 공격했던 한국은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손흥민은 "결과가 상당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짧은 시간 동안 선수들이 노력해서 긍정적 부분도 많이 나왔다. 결과는 저희가 조금 더 잘 준비해서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단합해서 한 발 더 뛰어주려고 노력했고, 공격하면서 찬스를 많이 만들어냈다.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수비는 팀을 상대로 찬스를 만들어내기는 분명 어렵다. 항상 생각하는 숙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우리가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고, 운도 없었다. 상대 골키퍼가 좋은 선방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분명 좋은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았던 점은 선수들이 뭉쳐서 뭔가 한 번이라도 더 해보려고 했던 건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긍정적 부분"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하나로 뭉친 대표팀에 "가장 크게 얻어낸 수확이다. 당연히 결과를 생각하고 이번 경기를 보셨겠지만, 우리한테는 더 중요한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경기 뛰는 선수들, 뛰지 않은 선수들 모두가 하나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팀에 가장 필요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강인은 이 경기 후반에 투입돼 손흥민과 호흡을 맞췄다. 이에 그는 "워낙 잘하는 선수고, 재능 많은 선수다. 내가 특별히 해야 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강인 선수가 교체로 들어와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했다. 아시안컵에서 호흡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걸 많이 느꼈다. 강인 선수가 한 단계 성장하는 부분을 매번 느낄 수 있었다. 같이 뛰면 정말 즐겁다. 앞으로 더 잘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득점하는 건 언제나 특별한 일이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이다. 골은 내가 넣었지만, 모든 선수들의 도움이 있었다. 모두 역할을 했기 때문에 득점이 가능했다. 또 팀원으로서 득점을 한다는 게 참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좋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경기하고 득점할 수 있다는 게 상당히 기분 좋았다. 하지만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해 많이 아쉽다. 축구를 하면서 나를 먼저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팀을 가장 많이 생각했다. 항상 팀이 잘 되면 자연스럽게 나도 잘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보다는 팀이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홈 경기서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한 한국은 이제 원정에서 승리를 노려야 한다. 손흥민은 "이제는 원정 경기 홈 경기 할 것 없이 쉬운 경기가 하나도 없다. 중국 원정도 가봤지만, 원정 경기는 홈팬들의 야유와 열정적인 응원에 준비해야 한다. 분명 어려운 경기일 것 같다. 오늘도 태국이 어떤 경기를 펼치고 싶어 하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태국도 존중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걸 더 잘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만 하면 결과에는 큰 문제없을 것이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좋은 연계 플레이를 선보인 경기다. 손흥민은 "그런 와중에서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낸 게 긍정적이다. 다 모여서 운동한 지 하루밖에 안 됐다. 그런데 이런 찬스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경기를 매번 같이 뛰던 선수들도 아니고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왔다 분명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대화를 통해 만들어냈다. 칭찬받아야 한다. 대표팀에 와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지만, 운동장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많은 대화와 훈련을 통해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는 말을 했다. 은퇴에 관해 묻자 그는 "되게 어려운 질문"이라며 "그때도 얘기했다시피 대표팀이라는 자리가 당연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매번 감사했고, 매번 영광스러웠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만 했다면 그만 할 것 같았다. 그런 심경이 코앞까지 갔다. 은퇴한 선수들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조언도 많이 구했다. 솔직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아직 어린 내게 큰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이만큼 사랑받는 선수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사람으로서도 이렇게 사랑받는 걸 당연히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분들을 먼저 떠올렸다. 가장 많이 떠올렸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동료들이 그런 걸 다 떠안아야 하나 생각했다. 또 많은 팬분들과 가족들,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아서 큰 힘이 됐다. 어디까지나 나와 축구 팬분들의 약속이지 않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내가 이렇게 약한 생각을 다시는 안 할 수 있도록 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몸이 되는 한, 대표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김)민재가 얘기한 것처럼 머리 박고 하겠다. (박)지성이 형도 있고, (기)성용이 형도 있다. (차)두리 쌤과도 얘기를 많이 했다"라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전했다.
그는 끝으로 "축구 외적으로도 인생 선배분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아버지께도 여쭤봤다. 도움이 되는 분들께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