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팬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펼친다.
현재 한국은 2전 2승(승점 6)으로 조 1위에 올라 있다. 태국은 싱가포르를 잡았지만, 중국에 패하며 1승 1패(승점 3)로 조 2위다. 중국과 승점은 같으나 골득실에서 앞서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킥오프가 3시간 넘게 남은 4시 30분 무렵부터 팬들로 북적였다.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많은 논란을 낳은 대표팀이지만, 인기는 여전했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보이콧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붉은악마는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기로 택했다. 여느 때처럼 이번 태국전 티켓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공개된 라인업에서 일단 변화가 있었다. 황선홍 감독의 색채가 잘 나타나는 라인업이었다. 4-2-3-1로 나선 한국은 최전방에 주민규, 2선에 손흥민-이재성-정우영이 배치됐다. 3선에서는 황인범-백승호가 나섰다. 포백은 김진수-김영권-김민재-설영우, 선발 골키퍼는 조현우가 나섰다.
주민규는 선발 출전하면서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33세 343일)을 새로 썼다. 직전 기록은 故 한창화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세운 32세 168일. 주민규는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아 역대 최고령 A대표팀 첫 승선(33세 333일) 기록을 세운 데 이어 70년 만에 최고령 데뷔전 기록까지 갈아치우게 됐다.
한편 이강인은 벤치서 출격을 기다린다. 이는 선발 제외라기 보다는 늦게 합류한 이강인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팀내 주축 선수이기에 이강은이 후반 교체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손흥민과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시안컵이 끝나고 나서 한국 축구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자격 논란과 대한축구협회(KFA)에 대한 신뢰 문제가 엮어 터지면서 대대적인 구설수에 시달렸다. 여기에 한국 국대 역사상 가장 전 세계적으로 시끄러웠던 탁구 게이트가 터졌다.
이강인은 요르단과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손흥민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오른쪽 손가락을 다쳤다. 일단 사건은 이강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는 앞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고, 지난달엔 직접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손흥민도 이강인과 나란히 서서 밝게 웃는 사진을 공유하며 너그럽게 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강인은 20일에도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공개 사과에 나섰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그는 "아시안컵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랑과 많은 관심 그리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런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드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앞으로는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그런 사람, 그런 선수가 될 테니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에 많은 관심과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다시 한번 사과를 전했다.
사과에 앞서 손흥민도 '주장' 이강인 선수가 모든 선수들 앞에서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등에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사과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강인 선수가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서 선수들도 이런 마음을 잘 받아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주장다운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손흥민은 언론에 부탁이 있다며 “이제 손가락 이야기는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건 나도 같이 미안해지고 힘들었다”고 부탁했다. 여러가지로 안타까운 사건이었지만 선배로서 한국 축구를 위해 후배를 지켜준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런 진정성 있는 태도에 팬들의 이강인을 향한 분노는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았다. 경기 전 이강인을 향한 팬들의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OSEN과 인터뷰에서 한 팬은 "이강인이 잘못한 것은 맞으나 어린 선수를 너무 방패 막이로 내세우는 느낌이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그를 지지하기도 했다.
이런 팬들의 응원은 선수 소개에도 이어졌다. 이날 이강인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선수 소개가 시작되자 한국 선수를 향한 팬들의 응원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장' 손흥민을 소개할 때 가장 큰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놀라운 것은 이강인이 소개될 때 반응이였다.
다른 선수들을 소개하다가 마지막에 이강인이 나오자 확실히 팬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손흥민 다음으로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결국 팬들이 이강인에 대한 분노가 풀렸으면서 응원의 목소리로 그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에 대한 응원과 별개로 정몽규 회장을 필두로 KFA에 대한 메시지와 분노는 여전했다. 애국가 연주가 끝나자 한국 관중석에서는 정몽규 회장을 향한 항의 걸개가 걸렸다. 그리고 정몽규 아웃을 외치면서 항의콜을 통해 아직 팬들의 분노가 가라않지 않은 것을 보여줬다.
실제로 경기 시작전 걸개를 든 팬들은 계속 '정몽규 나가'를 외치고 있다. 여기에 한 팬 집단은 '정몽규 나가'가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다. /mcadoo@osen.co.j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