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전도 경기가 끝날 때도 나온 한결 같은 안티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은 외면을 택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펼쳐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은 3경기서 승점 7(2승 1무)를 획득하면서 조 1위를 유지했으나 약체인 태국과 홈 경기에서 무승부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킥오프가 3시간 넘게 남은 4시 30분 무렵부터 팬들로 북적였다.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많은 논란을 낳은 대표팀이지만, 인기는 여전했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보이콧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붉은악마는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기로 택했다. 여느 때처럼 이번 태국전 티켓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은 여러 가지 이슈에 시달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자격 논란을 시작으로 대한축구협회(KFA)의 여러 가지 운영 미숙 등으로 인해 논란이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대표팀의 핵심인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번 3월 A매치를 앞두고 KFA는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임시 사령탑으로 임명하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알아서 사과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여러 가지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기에 새로운 체제에서 어떻게든 승리가 절실했다. 그렇기에 이 경기서 한국은 최상의 라인업으로 나섰다.
하지만 황선홍 첫 체제로 나선 대표팀은 아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답답한 경기력이 이어지면서 태국 상대로도 고전했다. 전반 시작 직후 한국은 태국의 강한 압박에 오히려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전반 15분 조현우의 선방이 아니였다면 선제골을 허용할 정도였다.
볼 점유율을 잡고도 앞으로 전진하고 슈팅 하나를 때리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무의미한 볼점유와 후진 패스가 이어졌다. 감독의 전술을 떠나서 선수들 개개인의 폼이나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 장면이 이어졌다. 전반 42분 손흥민의 선제골을 포함해 맹공을 퍼부었으나 태국의 파이브백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만 이어졌다.
오히려 한국의 한방 역습에 쉽게 무너졌다. 후반 17분 교체 투입된 수파낫 무에안타가 동점골을 단 한 번의 역습에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한국은 다급해졌다. 이강인-조규성 등 연이어 공격 자원을 투입했지만 골은 나오지 않으면서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 시작 전 한국 응원석에서는 킥오프 직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는 애국가 제창에 맞춰 대형 태극기를 들어 올렸다. 잠시 후 태극기가 사라진 자리는 정몽규 회장을 규탄하는 걸개로 가득했다.
5만 명에 달하는 팬들은 박자에 맞춰 "정몽규 나가!"를 연호하며 정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또한 단체로 "정몽규 OUT"이라고 적힌 종이를 높이 들며 분노를 표출했다. 여러 대형 걸개도 눈에 띄었다. 붉은악마는 "정몽규의 몽청 행위 규탄한다"라는 멘트가 돋보였다.
여기에 "KFA는 정몽규의 소유물", "대한민국 축구를 망치는 정몽규 OUT! 선수들을 제물로 삼는 축협회장은 필요없다!", "선수들은 방패막이" 등의 문구로 KFA 측의 책임을 물었다. 황보관 기술본부장을 저격하는 문구도 있었다.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자 한국 팬들의 성난 목소리는 다시 한 번 KFA 특히 정몽규 회장을 향했다. 경기가 끝나자 성난 팬들은 정몽규 나가를 외치면서 분노한 마음을 제대로 표출했다. 상대를 압도하고도 홈에서 승리하지 못하면서 한국 축구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선 것이다.
이런 팬들의 야유에 정몽규 회장은 외면했다. 경기 시작 전 팬들의 야유가 이어지자 정몽규 회장은 고개를 떨구고 그라운드를 쳐다 보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야유가 나오려고 하자 정몽규 회장은 빠르게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mcadoo@osen.co.kr